[일요신문] 독일 막데부르크 미술관에 거대한 코뿔소 한 마리가 등장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고요한 실내 공간을 꽉 채우는 압도적인 크기로, 코끝에서 꼬리까지의 길이는 약 17m, 높이는 9m를 훌쩍 넘는다.
공기를 주입해서 만든 풍선 형태의 초현실적인 이 설치 작품은 예술가 이타마르 고브의 작품인 ‘방 안의 코뿔소’다. 크기는 거대하지만 풍선 재질이어서 가볍게 느껴지며, 때문에 연약하면서도 힘찬 대조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이 코뿔소는 단순히 실내 공간을 점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공간을 재정의한다. 요컨대 교회의 대칭 구조, 즉 아치와 석조로 된 궁륭 등 모든 것을 완전히 가로막은 채 오롯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사고하게 된다. 가령 건물을 살피기 위해서는 코뿔소 주위를 돌아서 걸어 다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아치와 벽기둥을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공간 감각이 그간 얼마나 틀에 박혀 있었는지, 그리고 그 틀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또한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공간과 역사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들을 형성하는 서사들과 함께 보라고 말한다. 고브는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대성당의 내부 공간을 현대인을 위한 역동적인 무대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한 마리의 코뿔소를 통해 하나가 되도록 유도했다. 출처 ‘마이모던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