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단종)와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린 '왕과 사는 남자'는 3월 9일 기준 누적 관객 1170만 6867명을 넘기며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에 등장한 천만 영화로 기록됐다. CGV 예매 현황에 따르면 연령별 예매 분포는 10대 4%, 20대 21%, 30대 25%, 40대 28%, 50대 18%로 나타났다. 분포 기준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극 장르 특성상 60~70대 이상 고령층 관객들도 상당수 극장을 찾고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평일 오전 시간대 극장을 찾는 고령층 관객들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난감해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선 고령층 관객의 후기를 본 다수의 네티즌들 역시 "극장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워 보이는 어르신의 예매를 도와 대신 티켓을 발급 받아 드렸다"는 경험담을 공유하며 극장 직원들이 고령층 관객들의 직접 예매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영화관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전국 573개 극장에 키오스크 2656대가 설치돼 극장 한 곳당 평균 4~5대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영화관에서 키오스크 예매가 기본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극장 운영 방식이 바뀐 것도 고령층 관객들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기간 동안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앞장서 인력을 줄이고 무인 시스템을 확대하면서 매표 창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상주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팝콘 등 음식 판매대에 배치돼 있어 관객들이 매표와 관련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오랜만의 흥행 훈풍을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해서는 관람 환경 개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인기기 이용이 이미 보편화됐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계속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층 등 도움이 필요한 관객들이 예매 단계에서부터 불편을 겪지 않도록 현장에서의 안내나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키오스크가 설치된 영화관은 우선적으로 관객들이 직접 키오스크를 이용해 예매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의 경우 직원에게 요청하시면 예매를 도와드리고 있다"며 "다만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모든 관객을 세밀하게 응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관람 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층이 다양한 만큼 예매나 안내 방식에서도 세대별 이용 편의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을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