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 전 군수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중도 사퇴한 지 13년 만에 다시 군수 선거 도전을 선언했다. 화려한 귀환도, 당당한 선언도 아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과오를 먼저 꺼냈고, 그 위에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조심스럽게 얹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주민들 앞에 선 그를 만났다.

그는 첫 마디부터 자책으로 시작했다.
“군수직을 그만둘 때 검찰 압수수색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그럴 만큼 잘못한 게 뭐가 있나 싶어 태만하게 대응했어요. 직원들은 심각하다고 했는데 제대로 대응을 못 했고, 결국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옷을 벗게 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는 그의 말에는 여전히 씁쓸함이 묻어났다. 경험 많은 직원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권했지만, 그는 상황을 안이하게 봤다고 했다.
“그때 든 생각이 ‘내가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고 살았구나’ 하는 자책이었습니다. 그 뒤로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반성했습니다.”
그는 그 시간을 “돌이켜보고 또 돌이켜보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군정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려 할 때 그만두게 됐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계획만 세워놓고 떠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재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이루지 못한 지역 발전 구상이 있었다. 그가 2007년 군수 취임 당시 추진했던 ‘에코피아 가평’이다.
“경기도 31개 시군을 다녀봤지만, 가평만큼 좋은 여건을 가진 곳이 없었습니다. 산과 강이 아름답지만, 그 가치가 군민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에코피아 가평'은 단순한 관광 개발이 아니라 친환경 유기농 농업, 임산물 소득 확대, 체험형 관광 산업 육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결합한 종합 지역 발전 전략이었다. 2007~2008년 구상이 완성됐으니 20년 가까이 된 계획이다.
“그 계획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지금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만큼 가평이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는 뜻입니다.”
그는 재임 당시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당한 사업비 확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호명호수 농촌테마파크 조성 사업비 150억을 확보했고,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공모에 당선돼 300억이 넘는 사업비도 내려왔습니다. 또 ‘북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200억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평에 관광 인프라라고 내놓을 만한 것이 얼마나 있습니까.”
호명호수 관광 개발 계획도 대부분 실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공원 조성, 집라인, 모노레일 같은 계획이 있었는데 제가 중도 사퇴하면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한옥 한 채만 남아 있는데 원래 계획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가평의 가능성, 아직 살아있다“
그는 가평의 잠재력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보였다.
“제가 군수 할 때 펜션이 500가구 정도였는데 지금은 3천 가구가 넘는다고 합니다. 캠핑장도 3천 곳이 넘습니다. 이미 농업 다음가는 산업이 됐는데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펜션 밀집 지역에 공연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체류형 관광 구상도 당시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 역시 여전히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가평은 약 9천 명이 농업에 종사합니다. 수도권 소비자와 가까운 만큼 친환경 유기농 농업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는 가평군의 생활 인프라 문제도 함께 짚었다. 특히 도시가스 보급 확대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가평은 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아직도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은 지역이 많습니다. 주민들은 여전히 LPG나 기름 보일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관광과 산업 발전도 중요하지만 군민들의 기본적인 생활 여건부터 개선하는 것도 행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임산물 산업과 축산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옻을 먹여 키우는 ‘옻 한우’ 브랜드 육성과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교육 여건 개선도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 “중도 사퇴의 아쉬움…일로 만회하고 싶다”
재출마에는 개인적인 다짐도 담겨 있었다.
"군수직을 중간에 그만뒀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어요. 그걸 말로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게 아니라, 일로 만회하고 싶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무게가 있었다. 13년 동안 가슴에 품어온 말처럼 들렸다. 그는 자신이 다시 군수가 된다면 에코피아 가평의 구상을 지금의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 실행에 옮기겠다고 했다. 20년 전 계획이지만 가평의 조건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유리해진 부분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때보다 교통도 좋아졌고 수도권 인구도 더 늘었어요. 가평을 찾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고요. 조건은 더 좋아졌는데 가평은 그 조건을 아직도 못 살리고 있는 겁니다. 이번엔 반드시 바꾸겠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13년의 무게가 느껴졌다. 반성과 미련, 그리고 책임감이 뒤섞인 복귀 선언이었다. 유권자들이 그 무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가평의 선택이 주목된다.
최남일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