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그룹의 미디어 계열사 KT지니뮤직의 음원 서비스 및 콘텐츠 사업 영업권이 ‘0원’이 됐다. KT지니뮤직은 2018년 7월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하면서 CJ디지털뮤직이 운영하던 사업에서 음원 서비스 및 콘텐츠 사업 영업권이 발생했다. 2018년 기준 해당 영업권 장부금액은 471억 원이었고, 2020년에 가치평가가 다시 이뤄져 영업권 가치는 435억 원으로 낮아졌다. 2024년엔 합병 이후 처음으로 120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영업권 잔액인 315억 원마저 손상 처리한 것이다.
영업권은 M&A(인수합병)를 할 때 특정 기업이 동종의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많은 초과이익을 낼 수 있는 무형자산을 말한다. 한마디로 M&A 시 미래 성과를 기대하며 더 얹어준 웃돈이다. 영업권은 향후 현금 흐름에 대한 예측과 현재 가치 할인율 등에 따라 손상처리 여부가 결정된다. 영업권이 0원이 됐다는 말은 해당 기업 인수를 통한 기대 가치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KT지니뮤직 관계자는 “합병 당시 추정했던 전망과 현재 실적, 사업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업권 손상을 반영했다”라고 말했다.

음원사업 수익은 2023년 2004억 원에서 지난해 1846억 원으로 7.9% 줄었다. 같은 기간 음원사업 영업이익도 74억 원에서 28억 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KT지니뮤직은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을 통해 점유율 60%대 확보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1위 멜론 추격에 나선다는 복안이었다. 2018년 당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점유율 20% 정도를 보유한 2위 지니뮤직과 3위 엠넷닷컴 점유율을 합치면 30%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KT지니뮤직은 CJ ENM의 자체 음원과 음반 유통권을 넘겨받아 B2B(기업간거래) 음원 유통 경쟁력도 확보했다. 흡수합병 당시 KT지니뮤직은 2022년 국내 1등 음원 플랫폼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음원 스트리밍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뮤직’의 공세 탓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음악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이용자(조사 대상자 2155명 기준)가 지난해 주로 이용한 음원 플랫폼은 유튜브 뮤직(유튜브 포함)이 37.6%로 가장 많았다. 멜론(31.7%), 지니(9%), 플로(5.6%), 스포티파이(5.2%)가 뒤를 이었다. 2020년만 해도 유튜브 뮤직을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꼽은 비율은 3.7%에 그쳤다.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등에 업고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상품과 유튜브 뮤직을 한데 묶은 서비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 프리미엄에 포함된 유튜브 뮤직이 불공정한 끼워 팔기라고 판단하면서, 지난 1월 30일 구글은 유튜브 뮤직을 떼어낸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은 안드로이드 기준 월 8500원으로 기존 프리미엄 요금(1만 4900원)보다 40% 저렴하게 책정됐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 후 한 달이 지났지만 유튜브 뮤직에서의 이용자 이탈은 미미한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의 올해 2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787만 6419명으로 1월(809만 5911명) 대비 2.7% 줄었다. 멜론의 2월 MAU는 687만 9129명, 지니뮤직은 279만 6564명으로 1월 대비 각각 1.1%, 4.0% 줄었다.

스포티파이의 추격도 무섭다. 스포티파이의 올해 2월 MAU는 203만 6959명으로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200만 명 고지를 넘어섰다. 음원 플랫폼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 가이드라인 때문에 광고형 무료 모델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며 “해외 플랫폼은 이런 기준을 적용받지 않아 광고 시청 후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포티파이 모델로 이용자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확장 여부도 중요한 과제
KT지니뮤직의 지난해 매출은 3029억 원, 영업이익은 162억 원으로 2024년보다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32.6% 올랐다. KT지니뮤직의 세 사업 부문 중 연결 자회사 KT밀리의서재가 영위하는 도서 관련 콘텐츠 서비스업의 호실적 영향이 컸다. 지난해 도서 관련 콘텐츠 서비스업의 매출은 854억 원, 영업이익은 130억 원으로 2024년 대비 각각 17.8%, 33.7%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KT지니뮤직의 신사업이다. KT지니뮤직은 공연 기획·제작, 티켓 판매, MD 상품 판매, 온라인 공연 플랫폼 ‘STAYG’ 사업 등 IP와 연계한 신사업을 키우고 있다. 신사업이 포함된 기타 사업 매출은 2021년 88억 원에서 지난해 300억 원대로 늘었다. 다만 최근 3년만 놓고 보면 2023년 502억 원, 2024년 416억 원, 2025년 329억 원으로 매출이 감소 추세다.

플랫폼 확장 여부는 서인욱 대표에게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오는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는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KT지니뮤직의 본업(음원 및 기타 사업) 관련 영업이익 회복은 기업가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앞서의 KT지니뮤직 관계자는 “올해 음악서비스 가입자 증대와 AI 기술 기반의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음악 플랫폼과 관련해선 커넥티드카 음악 서비스 등 제휴 사업을 확장하고, 대화형 AI 음악서비스 ‘AI DJ’의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음원유통 부문에서는 CJ ENM과 사업협력을 지속하고 신규 음원유통 파트너와 사업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기타 사업에선 주요 아티스트의 MD 라인업을 확장하고 뮤지컬 ‘그날들’ 등 공연사업의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