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기자에서 서울문화사, 일요신문, 시사저널, 서울미디어코믹스 등 회장까지 60년 동안 파란만장한 세월을 건너온 한 언론인의 치열한 고백록이 상재됐다.

저자는 여성지 ‘우먼센스’와 시사주간지 ‘일요신문’ ‘시사저널’ 등을 창간하고 인수하는 과정에 숨겨진 시련과 성공 철학 그리고 멈추지 않은 도전을 오롯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한 언론인의 회고록이자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삶의 연대기다. 시대를 관통한 인간 의지의 기록이다. 4·19 혁명과 5·16 쿠데타부터 현대사 격변기를 건너온 베테랑 기자의 생생한 현장 기록이다. 모든 등장인물을 실명으로 기술했다. 저자 본인의 쓰린 실패담까지 가감 없이 담은 역사 기록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편집국장에서 서울문화사 창업, 경향신문 사장까지 “실패를 자산으로 삼은”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역사의 빈 퍼즐을 맞추는 조각이 되길” 바라는 언론 후배들과 청년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담한 문체로 전한다.
신문대장을 들고 계엄사령부에 검열을 받으러 다니던 젊은 기자가 있었다. 4·19혁명 직후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곧이어 5·16쿠데타를 현장에서 겪었다. 유신체제와 10·26사태, 6월항쟁까지 대한민국 현대사 격랑을 현장에서 지켜본 저자다.
4·19혁명 직후 경향신문 신참 시절부터 중앙정보부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취재원을 끝까지 보호하며 언론 자존심을 지켰던 중견 기자 시절까지, 이 책은 그가 취재수첩에 깨알같이 적어 내려간 역사의 편린들을 모아서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1965년 한·일협정 비준 당시의 도쿄 현장 취재, 남북 대화 물꼬를 텄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방북 관련 비화, 그리고 1980년 신군부 등장 이후 언론 통제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던 좌절의 순간 등 역사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역사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목격자”라고 말한다. 이 기록이 우리 현대사의 비어 있는 퍼즐을 맞추는 하나의 조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실명을 그대로 기록했다.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다. 예민하기도 한 뒷이야기까지 실명과 팩트를 가감 없이 썼다. 정치부 기자 시절 큰 낙종을 하고 징계 대상에 오르기도 했던 경험, 케이블방송에 진출했다가 너무 일찍 철수한 뒤 두고두고 아쉬워했던 기억, 일요신문 인수 후 정간 처분을 받은 뒤 정도 경영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 점 등 실패담까지 진솔하게 기록한 건 여타의 자서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목들이다.
60년 넘는 세월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그는 이 책을 통해 단순한 개인의 일대기가 아닌 한국 현대사 격랑 속에서 언론인이 지켜내야 했던 진실과 그 이면의 고뇌를 ‘스냅 사진’처럼 생생하게 복원하고자 했다.
그는 취재를 위해 수많은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면서 “기자는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캐내는 역사(役事)를 맡아야 한다”는 신념을 확고히 했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전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엄격한 자기 성찰도 잊지 않았다.
저자의 김대중 전 대통령(DJ)에 대한 평가도 이 책에서 주목되는 대목들 가운데 하나다. “그(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권노갑 김대중평화센터 명예이사장이 ‘DJ의 정신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용서’라고 응답한 부분이다. DJ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해를 많이 받았으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에 오른 뒤 국민통합을 이루려면 모두 용서해야 한다며 박정희기념사업회 설립을 적극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DJ는 과거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죽을 고비를 4차례 넘긴 데다 6년 동안 투옥되었으며 10년 동안 가택연금 또는 강제추방 조치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상대방을 용서한다는 게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의 폭넓었던 관용·포용 정신이 생각난다.”
‘내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저자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는 중앙일보 편집국장 재직 시절, 정권 압력에 굴하지 않고 언론 본분을 다하려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에 머물지 않았다. 53세의 나이에 서울문화사를 설립하며 출판 경영인으로 변신해 여성잡지 우먼센스를 비롯한 수많은 잡지를 성공시키며 출판계 판도를 바꿨다.
뿐만 아니라 만화잡지 ‘아이큐 점프’를 론칭해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부도 위기에 처했던 일요신문과 시사저널을 인수해 정상화했다. 경영난에 빠진 경향신문의 사장을 맡아 재건 기틀을 마련하는 등 ‘언론 경영의 미다스 손’으로 불릴 만큼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이 책은 한 평범한 인간의 성찰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시도해왔다는 사실만큼은 내세우고 싶다”고 덤덤히 말한다. 그는 “실패를 해봐야 성공의 참맛을 알 수 있다”며, 학습지 사업 등 뼈아픈 실패 경험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뛰었던 그의 기록은 오늘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와 기업가들에게 ‘꺾이지 않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가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컸던 것은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였다고 고백한다. 그 고백은 오늘을 사는 독자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격동의 현대사를 통과한 한 언론인 육성이 담긴 이 책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다. 좌절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며, 실패는 또 다른 출발선이라는 것. 도전은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다. 60여 년 ‘언론 외길’을 걸어오면서 그의 삶은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끝없는 재시작’의 연속이었다. 그의 도전은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
심상기
1936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향신문 사회부·정치부 기자를 거쳐, 중앙일보 정치부 부장·편집국장·출판담당 상무로 지냈다. 이후 경향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1988년에 서울문화사를 설립해 우먼센스·아이큐 점프를 창간했고, 1994년에는 유선방송국인 서서울케이블TV를 창설했다. 1997년부터 8년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일요신문, 시사저널을 인수해 재창간에 성공했다. 현재 이들 매체의 발행을 총괄하는 서울미디어그룹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