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0일 친여 스피커 김어준 씨 뉴스공장에 출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 씨는 “단독보도”라며 “(대통령 최측근 고위관계자가) 고위검사들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는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였다”고 말했다. 장 씨는 메시지 전달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장 씨는 “이것이 한두 명한테 전달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지금 이 순간에도 (검찰 조직 안에서) 소문이 퍼지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 이재명 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 하는구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원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이야기하면 저것은 대통령의 뜻이겠구나라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라고만 밝혔다.
민주당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쏟아졌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한준호 의원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SNS)에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사들에게 집요하게 물어뜯기고 난도질당했다”며 “방송에서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꺼내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고 당원과 국민을 갈라놓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나”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장 씨에게 “사실이면 증거를 내놓으라”라고 요구했다.
장 씨의 취재원, 방송에서 언급된 정부 고위관계자 등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보도가 나간 후 정치권에선 고위 검사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정부 고위관계자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목됐다. 정성호 장관은 3월 11일 SNS에 “검사들에게 특정사건 관련 공소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고, 보완수사권과 연관 지어 메시지나 문자를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그 어떤 집단이나 세력과도 거래는 없다”며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 하여, 전 국민이 숙의해야 할 검찰개혁 담론에 음모론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주장을 꺼내고 합리적 토론이 이뤄져야 할 공론장을 분열과 갈등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도 같은 날 JTBC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검사장들 오찬 자리는 있었지만, ‘검찰의 변화와 반성’ 등 원론적인 당부만 있었다”며 “공소취소 메시지를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JTBC는 복수의 검사장들은 정 장관으로부터 공소취소 메시지를 전달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검찰 내에 관련 소문이 퍼진 적도 없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취재원까지 밝혀달라고 얘기하지 않겠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만 밝히면 그 부분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할 거다. 그게 필요하다면 고소·고발이 될 수도 있겠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3월 13일 기준, 장 씨는 구체적인 근거나 취재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장 씨 발언에 대해 정치권, 그리고 검찰 안팎에선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장 씨 주장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이런 민감한 내용을 다수의 검사들에게 전달했다거나 또한 검찰 조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방송이 나간 후 일요신문과 통화한 검사들은 하나같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일각에선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모종의 세력이 장 씨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검찰개혁 동력 흔들리나
여권에선 근거가 불명확한 공소취소 거래 의혹 제기가 이재명 정부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의 동력을 약하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줄곧 공익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월 21일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 최종 목표는 국민의 인권 보호와 권리구제라고 했다. 보완수사권은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남용 여지를 없앤다는 것을 전제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소취소 거래 의혹’은 검찰개혁의 목적이 이 대통령 ‘사법리스크 해소’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만들어 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 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재판은 모두 중지된 상태다.

장 대표는 “민주당의 공소취소 모임, 조작 기소 국정조사 추진, 대통령의 지속적인 검찰 공격을 보면 (공소취소 거래 의혹) 정황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했다. 이어 장 대표는 “만약 가짜 뉴스라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김어준 TV의 문을 닫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된다. 대통령이든 김(어준) 씨든 잘못된 쪽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뉴스공장발) 음모론인데 국민의힘이 받아서 대여 투쟁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하 소장은 “국민의힘은 김어준 씨를 음모론 양성자라고 하고 다녔다. 자기들한테 불리하면 음모론이고, 유리하면 근거가 없어도 (의혹 제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장인수 씨의 의혹 제기는 뇌피셜이라고 생각한다. 장 씨뿐 아니라 방송에서 호응했던 김어준 씨 등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공소가 부당한 것이 확실한데도 이제 이를 취소하는 게 부담이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공격 빌미를 줬다는 것도 뼈아픈 지점”이라고 했다.
#다시 깊어지는 여권 내홍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여권 내부 헤게모니 싸움의 단면이 드러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025년 8·2 임시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에서는 내부 갈등이 분출했다. 당시 김어준 씨 지원을 받은 정 대표가 ‘명심’을 얻은 박찬대 의원을 눌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청래 지도부는 △APEC 정상회의 도중 ‘재판중지법’ 추진 △전 당원 1인 1표제 강행 논란 등 이재명 정부와의 엇박자 논란에 휩싸였다.
김어준 씨는 친명계로부터 공격을 받던 정 대표를 여러 차례 두둔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 추진에 대해서는 ‘욕먹어도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쌍방울 변호 이력이 있는 전준철 변호사 특검 후보 추천 논란 때도 ‘해도 됐던 인사 같다’고 옹호했다.
이 대통령은 2월 25일 SNS에 “대통령은 뒷전이 된 일이 없고 그렇게 느낀 적도 없다”며 “민주당은 야당의 극한투쟁 등 여러 장애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맡긴 일을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다. 개혁입법은 물론 정부 지원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고 적었다. ‘명·청 대전’ 논란을 진화하고, 지지층 갈등을 종식하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어준 씨 발언으로 지지층 갈등은 다시 분출되기 시작했다. 3월 5일 김어준 씨는 미국·이란 충돌 등 중동 사태를 언급하며 이 대통령 순방 중에 이에 대응하는 국무회의조차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KTV 이재명-정청래 악수 장면 편집 의혹’도 제기했다. 대통령 홍보 방송인 KTV가 정 대표를 ‘의도적으로 패싱’했다는 내용이었다.
총리실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사세행)’은 김어준 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민석 총리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 지지모임인 ‘재명이네 마을’은 KTV 의혹을 검증하겠다고 나선 최민희 의원을 강퇴했다. 전준철 변호사 특검 후보 추천 관련자인 이성윤 최고위원과 정청래 대표는 이미 강퇴된 상태였다.

3월 9일 이 대통령은 SNS에 곪은 부위만 도려내는 ‘외과 시술적 검찰개혁’을 주문했다. 이는 보완수사권, 공소청, 중수청 등을 두고 민주당 일부 강경파가 반발하자 우회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정 대표는 ‘당정 협의로 만든 수정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처럼 수습이 되는 상황에서 김어준 씨 방송이 핵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새로운 지지층을 의미하는 ‘뉴이재명’ 진영에선 김어준 씨가 이재명 대통령 검찰개혁 수정안에 태클을 걸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송을 내보냈다고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전통 민주당 지지층들은 딴지일보 게시판 등을 통해 뉴이재명 측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여기엔 이 대통령을 겨누는 내용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둘로 쪼개진 셈이다.
신인규 변호사는 이번 공소취소 거래 의혹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부 강경파들의 반발이 일으킨 사태라고 분석했다. 신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리더십 공백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