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건의 출발점은 2025년 7월 체결된 민주노총 택배노조와 CJ대리점연합회(연합회) 간 단체협약이다. 2026년 2월 신설 소수 노조인 통노가 별도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연합회 측은 기존 단협이 유효한 만큼 차기 교섭 가능 시기인 2027년 4월 전까지는 새 교섭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2024년 11월 경기 지역 노조로 출범해 2025년 4월 전국 단위 노조로 확장한 통노는, 단체협약 이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없었던 만큼 자신들의 교섭 요구를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영부 통노 위원장은 “교섭 요구가 들어가면 각 터미널에 교섭 공고문을 붙이고 다른 노조들이 자율조정 절차에 참여할 수 있게 했어야 한다”며 “설령 당시 교섭 상대가 단일 노조였더라도 이런 절차는 거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친 경우에만 다른 노조의 교섭 요구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았는데 새 노조까지 2년 가까이 기다리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쟁점은 당시 교섭요구 사실 공고와 자율조정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여부다. 노조법상 사용자가 교섭요구를 받으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게시판 등에 이를 공고해 다른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후 교섭을 요구한 노조들은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만약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이런 절차 없이 사실상 제1노조 지위를 전제로 교섭에 나선 것이라면 공정대표의무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연합회 측은 현행법에 따른 적법한 처리라고 반박한다. 연합회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신설 노조인 통노가 최근 교섭 요구를 했지만 현행법상 저희는 이미 단협을 체결한 상태라 응할 수 없고,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에 다시 교섭 요구를 하면 된다”며 “통노에도 그렇게 안내한 것이고 지노위 측에서도 현행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초 교섭 요청은 통노가 생기기 전부터 이어진 일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대표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한 노무사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면 일정 기간 교섭 요구가 제한될 수 있지만,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왜 새 노조의 교섭 요구가 막히는지부터 설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법무법인 더보상 공인노무사도 “기존에 단협을 체결한 노조가 적법한 교섭대표 지위를 가진 노조가 아니라면 사용자가 다른 노조의 교섭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명분은 약하다”며 “이 경우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한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2025년 9월 연합회가 한국노총 계열 노조와 단협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커졌다. 통노 측은 “민주노총과 단협이 체결돼 있어 새 교섭이 안 된다는 논리라면, 한국노총과의 단협도 성립하기 어렵다”며 “결국 특정 노조만 상대하고 다른 노조는 배제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연합회 측은 당시 한국노총과 진행한 교섭은 개별교섭이었다고 주장한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는 사용자 동의를 전제로 교섭창구 단일화 없이 각 노조와 따로 교섭할 수 있다. 연합회 설명이 맞다면 통노가 당시 개별교섭을 요구하지 않은 만큼 뒤늦게 별도 교섭을 요구할 근거가 약하다.
다만 여기에는 또 다른 쟁점이 있다. 통노 조합원들이 현재 2025년 맺어진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지 여부다. 김수현 노무사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사업장 또는 지역 내 과반을 차지해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 미쳤다면 통노 조합원들도 이미 그 단협 적용을 받고 있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정 기간 교섭 제한 논리도 성립할 수 있다”며 “반면 통노 조합원들이 실제로 아무 단체협약도 적용받지 않고 있었다면 통노 쪽 주장이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원영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개별교섭이 가능한 기간이 언제였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양대 노조가 단협을 맺었다는 사실이나 구체적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언론보도 외에는 단협 내용조차 전혀 공고하지 않아 우리 조합원들이 단협 효력을 적용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중노위가 들여다볼 핵심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2025년 단협 체결 당시 적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있었는지 여부다. 둘째, 통노 조합원들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을 실제로 적용받고 있었는지 여부다. 이 두 지점이 확인돼야 통노의 교섭 요구를 막은 것이 정당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택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가 CJ대한통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택배 대리점이 기존 단체협약을 근거로 신설 소수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일이 업계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노위 판단에 따라 택배업계 교섭 관행 전반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해당 안건과 관련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판정 결과는 기업정보와 관련돼 있어 언론에 따로 알릴 수 없다”며 “각하 사유에 해당해 각하된 것”이라고만 밝혔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측은 “공익위원 측 결정이기 때문에 판정 요지를 전달받기 전에는 구체적인 사유를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