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주목받는 지역은 부산이다. 부산시장 주요 후보들이 잇따라 야구장 건립 공약을 내놓고 있다.
부산의 노후한 야구장 문제는 십수 년째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된 단골 이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선거철마다 새 구장 건설이나 사직야구장 재건축 공약이 제시됐다.
1985년 지어진 사직야구장(부산 동래구)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노후 야구장이다. 낡은 시설이 방치된 사이 관중들의 불편은 점점 커졌다. 경기 중 선수가 부상을 입는 일도 있었다. 태풍 등으로 폭우가 내릴 때 더그아웃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그간 광주·대구·대전 등에 새 야구장이 들어서는 동안 부산에서는 뚜렷한 진척이 없었다. 허남식·서병수·오거돈 등 역대 부산시장들이 모두 선거 과정에서 야구장 신설을 공약한 바 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현역 시장인 박형준 시장(민선 7·8기) 역시 사직야구장 재건축 공약을 성과로 바꿔내지 못했다. 박 시장 재임 시기인 2021년 10월 부산시와 롯데자이언츠가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위한 업무협력 공동선언을 한 바 있지만, 예산 확보 등 실무 준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시 선거철을 맞아 부산시장 주요 후보들은 사직야구장 노후 문제를 해결할 공약 경쟁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새로운 부지에 구장 건설을 이야기했다. 위치는 부산 북항이었다. 그는 개폐식 돔 구장을 건설해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다목적 야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기존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동시에 북항에도 새 야구장을 지어 '부산 제2구단'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개혁신당 정이한 후보는 북항 야구장 건설의 현실적 어려움을 짚으며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야구장 건립이나 구단 유치를 내건 공약 경쟁은 부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충북지역의 경우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도지사 후보가 돔구장 건설, 프로야구 2군 구단 창단 공약을 들고 나왔다. 같은 당 이범석 청주시장 후보도 돔구장을 1호 공약으로 제시하며 김 후보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충남에서도 현역 신분인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가 '천안·아산 5만 석 돔구장' 공약에 힘을 싣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돔구장 건축 사업에 대해 "프로야구·축구·아이스링크·K팝 공연을 연중 운영하는 문화 스포츠 허브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전북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전북도지사 후보가 돔구장 건설, 프로야구 제11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돔구장 건설 공약은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 사이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화성과 파주, 광명, 구리 등 경기지역 도시들에서 활발하다. 화성과 파주는 독립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광명, 구리시장 일부 후보들은 돔구장 활용안에 K팝을 내세우며 '다목적' 타이틀을 달아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 유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잇따르는 돔구장 공약을 두고 환영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많다. 2015년 완공된 국내 유일의 돔형 야구장인 고척돔(서울 구로구)은 2000억 원 안팎의 건설비용이 들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건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같은 규모의 돔구장을 짓는 데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건설 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 물음표가 붙는다.
공약에 담긴 돔구장 규모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충북, 충남, 화성(경기) 등에서 나온 돔구장 공약은 대부분 5만 석을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 고척돔이 1만 7000석 규모이고, 사직야구장 재건축안이 2만 석 내외로 논의 중인 것을 고려하면, 5만 석 규모는 국내 스포츠 시설로는 꽤나 큰 규모에 속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건립비용은 늘기 마련이다.
유지비용(운영비) 부담도 문제다. 고척돔의 경우 KBO리그 10개 구단 중 하나인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다. 1년에 KBO리그 72경기가 고정적으로 열린다. 키움이 가을야구(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경기 수는 더 늘어난다. 이 밖에도 연간 10회 안팎의 대형 공연도 열린다. 2025년에는 임영웅, 조용필, 지드래곤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객석을 채웠다. 그럼에도 고척돔은 연간 100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자체 수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경기 외 지역에 들어설 돔구장이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돔구장 공약의 상당수는 '프로야구 구단 유치'도 함께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현재 KBO리그의 10구단 체제에 대해서도 ‘구단 수가 많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온다. 국내 대비 약 50배의 야구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일본 프로야구(NPB)의 경우 12구단 체제다. 일부 지자체장 후보가 내건 ‘11구단 유치’ 공약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KBO도 10구단을 넘어서는 1군 리그 확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1군 구단이 없는 울산에서 새 팀(울산 웨일즈)이 창단됐으나 이 팀은 2군(퓨처스리그)에서만 활동한다. 허구연 KBO 총재도 야구 인프라 확충에는 적극적이지만 11구단 창단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울산 웨일즈와 같은 2군 시민구단 형태에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의 ‘프로야구 11구단 유치’ 공약에 대한 지역 내 시선은 엇갈린다. 지난 4월 김 후보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1군 구단 창단을 추진하겠다"며 춘천에 위치한 송암야구장 규모 확장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경쟁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는 해당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프로야구가 1000만, 1200만 관중을 잇달아 돌파하면서 돔구장 건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팬심을 겨냥한 공약을 바라보는 시선이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니다. 특히 야구팬들은 지난 20여 년간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부산 사직야구장 문제를 지켜봐 왔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그럴듯한' 약속이 이번에도 공약(空約)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