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과밀화 해소는 지난 수십 년간 중요한 과제로 거론됐다. 매 정권마다 지역발전 대책을 내놨다. 예산도 쏟아부었다.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이전하기도 했다. 성과는 미미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동반성장포럼을 개최한 사단법인 동반성장연구소 정운찬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전체 국토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극심한 불균형 상태”라며 “과거 정책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이중 위기를 근본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러 후보는 지역 발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대기업 유치, 핵심 공공기관 유치 등을 지역 발전 방안으로 주로 제시했다. 최근 주목받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등을 만들겠다는 공약도 넘쳐났다.
모 교수는 “지금도 지역마다 반도체 단지를 유치하겠다고 난리다. 하지만 그게 지역 발전 방법은 아니다. 전남·광주도 통합해서 문화수도를 만들겠다더니 반도체 단지에 연연한다. 반도체 단지를 유치해야지만 전남·광주 경제가 성공한다고 믿는다”며 “저는 회의적이다. 일자리는 서울에서 보내주는 게 아니다. 지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모 교수는 “가령 부산·울산·경남 인구는 800만 명이다. 북유럽 덴마크나 싱가포르, 홍콩보다도 큰 규모다. 부산 정도면 매년 대기업이 나오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이 나와야 한다”며 “그런데 자체적으로 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 자꾸 산업은행을 보내달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모 교수는 “지방을 어떻게든 서울처럼 만들려고 한 게 현재까지 방법이었다. 그런데 지방은 영원히 서울을 따라가기 어렵다. 아무리 투자해도 어렵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서울과 비교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부산을 아무리 서울처럼 만들어도 서울과 비교하면 2등이다. 다른 이유에서 부산이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도시에 사는 아이들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서울이랑 똑같다. 아파트에 살면서 학원을 다니며 대학 입시만 준비한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을 안 한다”며 “다른 나라는 인구 1000명 도시에서도 대기업을 육성한다. 우리는 안 될 거라고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공장 주변에 조성된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와 평택 고덕신도시 등을 지역발전 성공 사례로 꼽는다. 인구가 늘었을 뿐 아니라 대기업 직원 구매력이 높다보니 아파트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모 교수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소득도 늘어나니까 성공한 거처럼 보인다. 문제는 거기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청년들은 어떻게든 거기서 빠져나와 일차적으로 서울 가까운 곳으로 가고, 그다음에 서울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게 현실이다. 청년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가 서울이라서 그렇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 도시 문제는 ‘노잼’이다. 놀 게 없다. 도시 자체가 베드타운(잠만 자는 주거지)으로 설계됐다”며 “다운타운(시내 중심가)을 만들어야 한다. 다운타운에 사람을 모이게 하고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미술관, 공연장이 있다고 문화가 있는 게 아니다. 문화를 향유하라고만 하지 말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 교수는 “골목상권이 우리나라 유일한 희망이다. 골목상권이 생기면 일자리가 생기고 주택도 공급된다. 일하고 살고 즐길 수 있는 동네가 되는 것”이라며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이 강남에서 안 나오는 것도 강남에서 일하고 살고 즐기고 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모 교수는 “서울 홍대, 성수동, 이태원은 골목상권에서 시작해 거대한 기업 생태계가 됐다.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 배출된다”며 “골목상권에서 잘 된 가게는 프랜차이즈가 되고 기업화한다.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도 홍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 지난해 매출은 7723억 원, 영업이익은 1770억 원이었다. 구글은 아이아이컴바인드에 지난해 1450억 원을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3조 6000억 원으로 평가했다.
모 교수는 “골목상권의 경제적 가치를 한국에서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다. 좋은 동네를 재개발해서 주상복합시설을 많이 지었다. 그러다 보니 골목상권 동선이 끊어졌다”며 “어떤 지역을 보호하고 투자해야 하는지 국토교통부는 관심이 없다. 국토부는 아파트 공급 역할만 한다. 프랑스처럼 지역 발전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일요신문과 동반성장연구소는 ‘2026 동반성장 컨퍼런스: 디지털 전환과 동반성장’을 오는 7월 15일 수요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 누리볼룸에서 연다. 이번 컨퍼런스는 디지털 전환 속도가 가파른 가운데 발생하는 불공정 사례를 포함해 기술적인 전망 등 다양한 담론을 나누는 자리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