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대표는 이달(8월) 26일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당원 중심 정당’ 강화를 핵심으로 한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부터 당원 의사를 당 운영에 더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혁신안 준비와 별도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새로 가동하면서 당협 조직 재정비에도 착수했다.
장 대표는 취임 1주년 개혁안 발표에 앞서 현역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평가 방식부터 손보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TF’를 출범시켰고, TF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에 적용할 새로운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국민과 당원 의견을 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하는 동시에 지역 당원 교육 실적과 대여 투쟁 참여도 등 ‘당성’을 측정할 수 있는 항목도 평가 지표로 검토 중이다. TF가 마련한 지표를 연말 정기 당무감사에 반영하도록 지도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역 평가 기준에 당무 기여와 대여투쟁 참여가 들어가는 것을 두고는 장 대표의 당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 대표는 TF 출범 당시부터 당원의 의사를 선출직 평가에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당원 중심 정당을 제대로 구현할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의 한 현역 의원은 “평가 결과가 향후 공천과 연결될 경우 지도부 노선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는지 여부가 현역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와 직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 대표가 이전에는 징계를 통해 당을 장악하려 했다면 이제는 평가를 통해 당을 장악하려는 것으로, 당권파가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협 조직 정비도 장 대표의 임기 후반기 당권과 직결되는 변수로 꼽힌다. 장 대표는 12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당협위원장은 교체할 때가 됐다”며 인적 쇄신 기준을 직접 제시했다. 그는 당협위원장 인선에 당원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당원들이 함께 싸울 수 있는 당협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당의 노선에 맞춰 함께 싸울 수 있는 인사들로 당협을 채우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당협위원장 교체 권고를 받은 37개 당협 중 27곳의 처리 방향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대여투쟁과 지도부 노선에 대한 태도가 실제 교체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당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 한 현역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역까지 대대적으로 위원장을 교체할 경우 장 대표와 각을 세워온 인사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장 대표가 원내의 사퇴 압박을 당원과 원외 조직에 기반해 돌파하면서 향후 연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도 당원 중심 노선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올림픽공원 집회가 주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 당내에서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했지만 투표용지 부족 문제와 선관위 특검·재선거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 대표가 당내에서 나오는, 흔들리는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올림픽공원 집회를 통해 사퇴 여부에서 재선거 문제로 옮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선거소청·재선거 문제를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원 중심 개혁을 놓고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에서는 외연 확장이 먼저라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당원의 뜻이 중요하지만 ‘당원 100만 명만 보고 어떻게 정치하느냐’는 생각을 비치고 있다. 중도층과 수도권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장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이 국민정당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맞섰다. 김민수 최고위원이 시·도당위원장을 당원 직접투표로 선출하자고 주장하자, 친한동훈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거론하며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함께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원 중심 노선에 대한 반발은 지도부 일부를 넘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당원 참여를 보장하되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 중심 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장 대표의 노선과 거리를 뒀다. 모임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지난달 22일 조찬 모임에서 당원 중심 정당만으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수도권 중심 전국정당과 세대 연합 정당으로의 전환 필요성도 제시됐다. 당 대표에게 공천·인사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된 현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장 대표가 당원 중심 개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당심이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하나로 모인 것은 아니라는 신호도 나온다. 장 대표 퇴진을 요구해온 책임당원들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요구했다. 이들은 당원과 시민 2만 7000명이 장 대표 퇴진 연판장에 서명했다며 당이 연판장을 공식 수령하고 당원들에게 장 대표의 거취를 직접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이제는 안쓰러운 단계까지 왔다”며 당이 힘을 모으는 데 방해가 된다는 취지로 일축했다.
친한동훈계 한 의원은 당원 투표 요구에 대해 “장 대표가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하는 상황에 반대하는 당심이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이라며 “장 대표가 이를 수용해야 진정한 ‘당원 중심 정당’을 내세우는 것이다. 만약 당원 투표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저 ‘자기 말을 잘 들을 당원 중심 정당’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