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조했던 K리그 성적
K리그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따낸 리그다. 통산 12차례 정상에 올랐다. 대회가 본격적으로 '챔피언스리그' 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한 2002년을 기점으로도 6회 우승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준우승 횟수는 4회였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과거와 다르다. 울산(당시 울산 현대)이 우승을 거둔 2020년, 포항이 준우승을 기록한 2021년 이후 K리그 구단은 좀처럼 대회 정상권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강력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아시아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최근 2년 사이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서 8강 이상의 무대를 밟은 K리그 팀은 2024-2025시즌 광주 FC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에는 강원 FC와 FC 서울이 16강에 올랐으나 모두 J리그 팀을 넘어서지 못했다. K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대회에 나섰던 울산 HD는 최근 2년 연속 토너먼트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아시아 무대의 경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약진이 거세다. 최근 2년 연속 대회 정상에 오른 알 아흘리에는 리야드 마레즈(알제리), 프랑크 케시에(코트디부아르), 에두아르 멘디(세네갈) 등 유럽 빅리그 출신 선수들이 활약했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도 이전부터 거액이 오가는 리그다.
다만 K리그의 부진을 중동과의 자본력 격차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는 리그 스테이지와 16강까지 동부와 서부 지역이 나뉘어 경기를 치른다. 최근 K리그 구단들은 중동 강호들을 만나기 전부터 일본과 동남아 구단들을 상대로도 고전했다.
경쟁력 격차를 설명하는 요인으로는 투자 규모와 선수단 구성의 차이가 우선 거론된다. AFC는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제한을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2024-2025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쿼터를 폐지했다. 일부 아시아 리그는 그보다 앞서 선수 활용 폭을 넓혀왔다.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태국, 말레이시아 팀들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선발 라인업 대부분을 고액 연봉을 받는 외인들로 채우는 방식으로 호성적을 내기도 했다. 반면 K리그는 올 시즌에야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을 없앴다.

2026-2027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리그 스테이지 개막을 약 한 달 앞둔 현재, 대회에 나설 K리그 세 구단의 흐름도 좋지 않다. 아시아 무대에서 약세를 이어온 상황에서 이들 세 구단은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대비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북은 지난 시즌 거스 포옛 감독의 지휘 아래 4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코리아컵까지 제패하며 시즌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포옛 감독이 팀을 떠난 현재 상황은 달라졌다. 2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리그 3위(14일 기준)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양 측면에서 맹활약했던 송민규와 전진우가 모두 팀을 떠났다. 최전방 공격진은 연쇄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팀 내 최다 득점자가 6골을 기록한 이승우일 정도로 지난해와 비교해 공격력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대전의 낙차는 더욱 크다. 8월에 접어들고서야 이번 시즌 홈 첫 승리를 신고했을 정도로 오랜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했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는 황선홍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다만 최근 반등의 조짐도 나타났다. 대전은 8월 들어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급한 불을 껐다.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얼마나 빠르게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포항 역시 지난해보다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 4위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지만 현재 순위는 8위다. 최근에는 리그에서 내리 5연패를 기록하며 세 팀 가운데 가장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력 누수도 이어진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는 20경기 8골을 기록했던 주포 이호재를 유럽 무대로 떠나보냈다. 오는 10월에는 주축 수비수 어정원의 입대까지 예정돼 있다.

K리그 구단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문제는 국내 리그와 대륙 대회의 일정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2023-2024시즌부터 하반기에 대회를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이어지는 추춘제로 전환했다. 반면 K리그는 봄에 개막해 늦가을 시즌을 마치는 춘추제를 유지한다.
챔피언스리그의 한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 K리그의 한 시즌이 끝나는 상황을 맞이한다. K리그 구단들은 가을에 챔피언스리그 리그 스테이지를 치르다가 국내 시즌을 마친다. 이후 겨울 이적 시장과 비시즌을 거친 뒤 이듬해 남은 대륙 대회 일정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나 주축 선수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대회를 동일한 선수단과 흐름으로 치르기 힘들다는 점 자체가 변수다. 실전 감각의 차이도 있다. K리그 구단들은 긴 겨울 휴식기를 보낸 뒤 새 시즌 초반에 대륙 대회의 중요한 경기를 맞아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여름철 폭염 문제와 국제축구계의 흐름 등을 이유로 K리그의 추춘제 전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무대에서 선수단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시즌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 역시 논의에서 빼놓기 어렵다. 일본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나가고 있다. 지난 상반기 내 단축 시즌을 마무리했고 8월부터 2026-2027시즌에 돌입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K리그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고 있는 추춘제 전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았던 K리그지만 최근의 흐름은 분명 달라졌다. 환경은 더 까다로워졌고 경쟁자들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회를 치르는 구조적인 어려움도 남아 있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K리그는 '엘리트'라는 타이틀로 개편된 이후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아시아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