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전시되는 ‘Western Flag (2017)’은 1901년 미국 텍사스 스핀들톱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던 장소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작품이다. 존 제라드는 미국 석유산업의 상징적인 장소인 황량한 땅에 깃대를 세운다. 천으로 만들어진 깃발이 아니라 검은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면서 깃발 모양을 만들어낸다. 석유를 통해 성장한 현대문명과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환경 문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강렬한 이미지다.
이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영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전에 녹화된 동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기존 영상물과 달리 가상 환경 속 시간과 빛, 광원의 위치 및 연기의 움직임이 프로그램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연산되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기술로 동작한다. 이를 통해 현실처럼 태양이 움직이고 밤이 찾아오며 계절과 시간이 흐른다.
‘Western Flag (2017) for Seoul’은 모서리가 꺾인 코엑스 전광판 고유의 비대칭 곡면 스크린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작가와 MDAC 프로덕션이 3D 공간 연산을 새로 거쳐 리마스터링을 완료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개최 주간에 맞춰 기획된 이번 전시를 통해 기업 광고와 브랜드 프로모션 위주로 구동되던 대형 옥외 매체가 예술 전달 매체로 전환된다. 도심 대형 옥외전광판이 단순한 상업 광고판을 넘어 글로벌 미술 박람회와 연계된 공공 미디어 플랫폼으로 기능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출퇴근길 시민과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이 별도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고도 동시대 미디어아트의 실시간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광고 영상 사이에 분산 배치되는 1분간의 묵직한 연출은 자극적인 브랜드 상업 콘텐츠와 대조를 이루며 대중과의 물리적 접점을 넓힌다.
존 제라드의 ‘Western Flag (2017) for Seoul’ 상영을 시작으로 키노톤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대형 디지털 미디어에서 소개하는 미디어아트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키노톤 박태춘 상무는 “‘Western Flag (2017)’을 서울 도심 환경에서 선보이는 것은 예술 작품이 대중과 만나는 방식을 넓히는 작업”이라며 “앞으로도 국내외 여러 작가와 협업해 공간과 미디어의 특성에 맞는 작품을 지속해서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