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적인 자해는 향후 자살시도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요신문i’에 “비자살적 자해(NSSI)는 죽으려는 의도 없이 불안이나 분노, 공허감 등 정서적 고통을 줄이거나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손상시키는 행동으로 자살시도와는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해가 반복되면서 통증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낮아지거나 우울·절망감 등이 동반될 경우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김은주 교수는 “비자살적 자해가 모두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자살시도를 예측하는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학생 자살도 증가 추세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2021년 197명에서 △2023년 214명 △2024년 221명 △2025년 243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 동안 학교급별로는 고등학생이 62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398명, 초등학생 51명 순이었다. 특히 2024년 숨진 학생 221명을 분석한 결과 41명(18.6%)에게 자해 경험이, 24명(10.9%)에게 자살 시도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가 중학생 시기에 두드러지는 데에는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주 교수는 “비자살적 자해가 처음 나타나는 연령은 일반적으로 12~14세로 알려져 있다”며 “사춘기에는 감정과 보상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급격히 활성화되는 반면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 기능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초등학생 때보다 복잡해진 또래관계와 학업 스트레스, 부모나 사회의 성취 압박 등이 더해진다. 김 교수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자해는 스트레스나 불안·분노·공허감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중학생의 자해를 단순히 ‘관심 끌기’나 ‘유행’으로 보기보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 고통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에서 자살한 학생 가운데 70.6%는 정서·행동특성검사 당시 ‘정상군’으로 분류됐다. 고등학교 전문상담교사인 문혜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문상담분과위원회 위원장은 “검사 결과가 부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거나 이로 인한 상담을 받기 꺼려 자신의 상태를 축소해서 답하는 학생도 있을 수 있다”며 “1학년 때 검사를 받았더라도 2·3학년 때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데, 전 학년을 매년 검사한다고 해도 1학기와 2학기의 상태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서·행동특성검사만으로 위기 학생을 선별하기보다 학교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통해 위기 신호를 지속적으로 살피는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혜은 위원장은 “정서·행동특성검사는 시작일 뿐 전부가 절대 아니다”라며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교생활에서 나타나는 학생의 변화를 살펴 필요한 경우 상담과 지원으로 이어지는 상시적인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학생을 발견했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자해나 자살 위험이 확인된 학생은 상담을 거쳐 필요에 따라 병·의원이나 상담센터 등 외부 전문기관으로 연계된다. 그러나 이후 학교와 기관 간 정보 공유나 협업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학생의 치료·상담 경과를 학교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한 송수정 교사노조연맹 전국상담노조 위원장은 “학교에서는 위기 학생을 발견하면 외부기관에 연계하는 데 집중하지만 문제는 연계하면 끝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학생이 외부기관에서 어떤 상담이나 치료를 받았는지, 이후 학교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피드백이 와야 하는데 이런 순환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혜은 위원장은 외부 상담사가 직접 학교로 찾아와 전문상담교사와 함께 위기 학생을 집중 상담했던 사례를 들며 “학교 안에서 상담이 이뤄지면 학생의 학교 적응 상황을 함께 살필 수 있고 학부모나 교사와도 소통하기가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지속되려면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주 교수도 “학교와 가정, 의료 시스템이 각각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며 위기 학생을 발견하고 치료기관에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주체가 지속적으로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결국 치료의 핵심은 아이가 고통을 더 건강한 방식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