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 한 소식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들은 포로로 잡힐 상황을 마주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서 “북한에선 이 행위를 ‘자총’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신원식별이 어렵게끔 얼굴을 훼손하는 방식의 잔혹한 행위”라면서 “북한군 자총 프로세스로 인해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생포된 것으로 확인된 북한군 포로는 2명에 불과하다. 1만 4000명 규모 북한군이 파병된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다.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은 1월 20일 방영된 MBC ‘PD수첩’ 인터뷰에서 자총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들은 “포로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죄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발언엔 ‘연좌제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묻어 있었다.
2025년 1월 9일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27세 북한군 포로 리 아무개 씨는 팔과 턱에 부상을 입은 상태로 붙잡혔다. 후송차량이 도착하자 리 씨는 콘크리트 기둥으로 달려가 머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우크라이나군은 리 씨가 자해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붙잡아 다시 차량으로 옮겼다.
리 씨는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살아계시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나 때문에 잘못되지는 않았는지”라고 말했다. 리 씨는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같다. 나라를 배반한 거나 같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자폭을 했는데, 나는 자폭을 못했다”고 했다. 자폭을 못한 이유에 대해 리 씨는 “전투 중에 의식이 희미해져 포로가 됐다”면서 “자폭할 칼이라든지 수류탄 그런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리 씨와 비슷한 시기에 생포된 북한군 소총수 백 아무개 씨도 전투 과정서 부상을 입고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혔다. 백 씨 역시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것을 인지한 뒤 수류탄을 찾았다고 한다.
‘PD수첩’ 인터뷰에서 백 씨는 “수류탄을 찾는데, 수류탄은 없고 그때가 제일 막막했다.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러시아 군인과 조선 군인은 다르다. 조선 군인은 포로가 될 수 없다. 포로가 되는 것 자체가 죄”라고 토로했다. 백 씨는 “같은 전우끼리 ‘우리 이렇게 전쟁에 나왔으니까 살아갈 생각은 버리자’ (말을 했고) 조국으로부터 명령을 받았으니까 수행하는 과정에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백 씨는 “나로 인해 부모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간다면 그게 더 불효자식 아니겠느냐”면서 “깨끗하게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같은 사람인데, 죽고픈 사람이 어딨고, 목숨을 그렇게 쉽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별 수가 없으니 막다른 골목에서 그렇게 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총’이 전선에서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앞서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지도부는 파병 이후 북한 군인들의 신원과 소속 부대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다”면서 “북한군의 실제 참전 정황, 부대 규모, 지휘 체계, 파병 조건 등이 포로를 통해 새어나가게 되면 북한이 심각한 외교 및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식통은 “북한군은 수령 절대주의에 기반한 ‘결사옹위’ 사상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군 병사들은 입대 순간부터 ‘전투 중 포로는 없다’, ‘체포되거나 투항하는 것은 곧 반역’이라는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다. 수령을 결사옹위하며 명예롭게 자결하라는 명령이 군관과 보위지도원을 통해 주입된다. 이런 사상 교육만으로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단순한 개인의 신념의 영역을 넘어, 북한군들 입장에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 ‘현실적 이유’가 존재한다.”
소식통은 “포로가 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부모나 형제 등 직계가족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추방당하는 것을 북한군들은 알고 있다”면서 “자총을 한 뒤 ‘공화국 영웅’으로 전사 처리가 돼야 고향에 남은 가족의 안전과 명예를 보장받을 수 있다. 생포될 경우 가족 전체가 반역자 집안으로 낙인찍힌다는 심리적 압박이 북한 일선 군인들 머릿속을 강력히 지배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등을 통해 북한군이 러시아 전선에 추가적으로 파병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혹여나 전쟁이 다시 격렬해질 경우엔 북한군의 자총 사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8월 13일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자료를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는 11월 말까지 북한군 파병 규모를 5만 명으로 늘리고, 연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서부 3개 주에 북한 병력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파병 인력 증원이 현실화한다면, 기존 전선 돌격 임무와 더불어 국경 방어 임무까지 수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전투 병력이 부족한 포인트를 북한군이 메우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7월 러시아군 사상자는 4만 2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