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보였던 청와대 스탠스와 차이가 나는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부터 한국 정부에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직접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호위를 목적으로 한 연합군 구성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이재명 정부는 “공식 요청이 오면 그때 검토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 의원은 “미국이 지금 여러 국가에 참전 요청을 했는데, 어느 누구도 참전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이 먼저 참전하면 이란으로부터 직접 공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은 또 그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파병은 절대 납득 못한다”고도 했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부정적이었다. 김병주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호르무즈) 파병(검토)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 아프카니스탄 전쟁 파병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면서 “한국이나 미국이 외부 침략을 받았을 때 같이 싸운다는 것이 한미동맹”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은)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알카에다 거점인 아프가니스탄과 배후 세력 이라크를 공격하는 ‘테러와의 전쟁’이었다”면서 “지금 중동 전쟁은 미국의 침략으로 이뤄졌고, 명분이 없는 전쟁”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우리나라 유조선, 상선을 보호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고심이 깊을 것”이라면서도 “명분 없는 전쟁에 잘못 휘말리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아직 당론을 정하진 않은 상태다. “파병 가능성이 일관되고 명확하게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예측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 공식 입장이다.

박 의원은 민주당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진보당, 시민단체 등 진보 진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우리 진영 내에서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관계이고 또 국익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진영 내 반대)도 잘 해결해야 하는 난제”라고 짚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전국 601개 시민단체 등은 청와대발 호르무즈 파병 검토 소식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미국 침략전쟁에 대한민국이 개입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보수 진영에선 파병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3월부터 ‘파병 찬성론’을 펼쳤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9월 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3월에 저는 이미 ‘파병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이는 경제와 통상 분야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반년이 지난 지금 ‘고민’ 운운하며 늑장대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3월 파병 제안에 극렬히 반대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군복무조차 하지 않고 안보를 세일즈하는 분들이었다”면서 “이 대통령은 국회로 파병 동의안을 보내기 전 친여권 인사들의 ‘안보 자해극’부터 단속하길 바란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파병 대가가 한미 공조 등이 아니라, 이번 가을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를 못박고, 김정은이 원하는대로 북핵 보유를 인정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화하고, 트럼프-김정은 회담 쇼에 이 대통령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면 함부로 (파병을) 찬성해선 안 된다”고 했다.
전직 군 정보기관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파병을 검토한 골든타임은 나무호가 피격됐을 때였다”면서 “나무호 피격 당시 우리 정부는 나무호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하지 않으며 모호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나무호 피격 이후 시점에 파병 논의가 거론됐다면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 및 한미관계 결속력 강화 등 여러 명분이 합리화됐을 것이다. 미국에게도 ‘외교적 생색’이 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남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패싱’하는 상황이 호르무즈 파병 여부와 연계돼 있을 것이라는 진단도 전격적인 파병 검토가 이뤄진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병 검토 소식에 이란도 적극 반응하는 모양새다. 9월 7일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SNS에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면서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 논의가 시작됐을 시점 대통령 지지율은 60% 안팎이었다. 파병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했던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결과론적으로 이라크 파병은 ‘내부 지지층 이탈’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과 파병 이슈가 복합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은 2003년과 2026년의 공통점”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 추세에 접어든 상황에서의 파병 논의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이 있다. 여러 상황을 놓고 봐도 정부의 딜레마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파병 여건 파악 등을 위해 중동에 파견됐던 국방부 현지 조사단은 9월 10일 귀국했다. 국방부 관계자와 외교부 실무진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조사활동 보고서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할 전망이다.
9월 10일 한성숙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관련 질의에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고, 시나리오들을 검토 중”이라면서 “(파병 결정 기준은) 국민 안전과 경제적 이익”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