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임 가능성을 직접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헌법 개정을 통한 저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며, 저 역시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음을 수차례 여러 경로로 밝혔다”며 “저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헌법 제128조 2항 역시 대통령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개헌안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도록 한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개헌 논의의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보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당 개헌추진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개헌 의지를 여러 번 밝히셨고, 야당이 제기하는 걸림돌도 명확히 정리하셨다”며 “이제 말꼬리 잡기보다는 진지한 개헌 논의로 전환하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음 날(21일)에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연임 불가 입장 표명을 요구했던 점을 거론하며 “이렇게까지 됐는데 개헌을 안 한다고 하면 그에 대한 답은 국민의힘에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 개헌추진단은 내년 상반기 국민투표를 목표로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정태호 추진단 간사는 올해 말까지 당내 개헌안과 공감대를 마련한 뒤 내년 3~4월까지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추진단장은 차기 총선과 국민투표 시기를 떨어뜨려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줄이겠다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별도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계획은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내년 중후반을 개헌 합의 목표 시점으로 제시했던 것과 비교해 한층 앞당겨진 시간표다. 조 의장은 내년에 개헌안을 마련해 22대 국회 임기(2028년 5월 29일까지) 내 개헌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하고, 여야 협의로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헌법 전문과 권력구조·정치제도, 사회권적 기본권 등을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당론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권력구조 개편 방안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4년 임기로 두 차례 재임 가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21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에 출연해 “통상적인 대통령 중임제, 가령 4년 중임제 등이 많이 있는데 합의되는 바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내각제는 현재 민주당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 뒤에도 ‘이재명 정부에서는 개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이재명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는 게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 대표는 김민석 대표에게 이 대통령의 ‘연임 불가’ 선언을 받아오라고 요구했지만, 실제 답변이 나온 뒤에도 “나중에는 국민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 의사를 따르겠다고 할 것”이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같은 날 “‘(이 대통령이) 절대 연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안 했다”며 “이번 정권에서 개헌은 없다는 생각은 더욱 더 굳어져 간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개헌 추진의 배경을 최근 일어난 용혜인·김승원 장관 후보자 등 내각 인사 문제나 민생 상황까지 연결한 비판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지금 꼼수 개헌으로 영구 집권의 판을 깔 궁리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개헌판을 벌이기 전에 인사참사부터 국민께 사과하고, 국민들의 삶부터 먼저 수습하라”고 했다. 김민전 의원은 “연임이라는 걸림돌이 치워졌으니 개헌하자는 것이냐”며 권력 연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당 차원에서는 민주당의 개헌 추진을 ‘개헌 쇼’, ‘국면 전환용 물타기 꼼수’라고 비판했다.
개헌 내용과 논의 참여 여부를 두고 당내에선 일부 다른 목소리도 있다. 김태호 의원은 민주당이 개헌 의제와 시간표를 일방적으로 제시한 점을 비판하면서도 “국민의힘이 개헌 논의 자체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자체 개헌안 마련을 주문했다.

개헌안은 지난 5월 국민의힘 의원 불참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은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통제 강화 등을 담은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 178명만 참석, 의결 정족수 191명을 채우지 못해 투표가 불성립됐다. 이에 6·3 지방선거와 함께하려던 국민투표도 무산됐다.
이번 개헌은 당시보다 범위가 넓어 합의 난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헌법 전문뿐 아니라 권력구조와 정치제도, 사회권적 기본권까지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자체안을 정리해 내년 3~4월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구상이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대하면 개헌특위 구성과 의제 선정부터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회 합의 이후에는 국민투표 성립 요건도 넘어야 한다. 개헌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이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해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야 확정된다. 총선과 분리된 별도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만큼 과반 투표율 확보도 별도의 부담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야 합의와 국민 설득을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해 개헌안을 도출하더라도 현재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께서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주셔야 한다는 벽이 남아 있다”며 “3~4월까지는 여야 합의를 무조건 완료하고, 이후에는 여야를 떠나 국민들을 설득해야 개헌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개헌추진단장은 추진단 출범 당시 개헌 성사의 전제로 여야 합의를 강조하면서 “함께 논의해야 할 국민의힘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는 가급적 삼가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낀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여야의 복잡한 내부 사정과 입장을 고려해 민주당의 개헌 시간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2일 ‘일요신문i’에 “국민의힘이 개헌에 반대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개헌이 성사되면 제7공화국을 열었다는 성과가 온전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돌아가고 1년 반 뒤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으로, 개헌 반대가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강경파를 결집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헌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각론에 들어가면 셈법이 모두 다르다. 야당의 반대와 압도적이지 않은 여론을 고려하면 내년 3~4월까지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국민의힘은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이 있더라도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구조이고, 민주당은 개헌을 계속 추진하려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도록 협상과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낮은 개헌에 힘을 쏟으면 민생 정책과 다른 정책도 정쟁에 가려질 수 있어, 국민 관심사에 집중하며 개헌이 아닌 다른 정치개혁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