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운면 송현리에서 농사를 지어온 60대 여성은 “농지뿐 아니라 안 쓰던 땅까지 여기저기 나무를 심고 있다”며 “원래 조경수를 키워 팔던 동네도 아닌데 군공항 이전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난 뒤부터 나무 심는 곳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망운면 일대에 나무가 늘어난 배경에는 오랜 기간 이어진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가 있다. 2014년 당시 광주시는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을 공식 건의한 뒤 이전 후보지를 물색해왔다.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던 사업은 지난해 정부와 광주시·전남도·무안군 간 협의가 본격화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2026년 4월 2일 망운면 일대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했고, 8월 28일 정식 이전후보지로 확정했다. 현재는 이전주변지역 지원계획 수립과 주민투표 등을 거쳐 최종 이전부지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정부는 연내 최종 부지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망운면 일대 토지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현지에서는 향후 보상을 기대한 토지주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망운면 송현리 토지 거래는 2020년 81건, 2021년 88건을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여 2023년 48건, 2025년 47건으로 줄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에는 농지 매물이 거의 없다”며 “가격도 오를 만큼 오른 데다 앞으로 감정평가와 수용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지금 굳이 땅을 팔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사이 밭에는 나무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군공항 사업구역에 토지가 편입될 경우 토지와 별도로 땅 위 수목도 손실보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 보상은 나무의 종류와 크기, 상태 등을 감정평가해 금액을 정하고, 이식이 가능한 경우 뿌리째 캐내는 굴취비와 운반비, 옮겨 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보상액에 반영된다.
이렇다 보니 보상 대상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송현리에서는 외지인 소유 농지를 중심으로 수목 식재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특히 현장에서 자주 눈에 띈 무화과와 배롱나무 등은 관리비가 비교적 적게 들고 생존력이 높아 대량으로 심기 쉽다는 이유로 이른바 ‘나무 알박기’에 활용되는 수종으로 꼽힌다.
망운면의 한 마을 이장은 “최근까지도 나무를 심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조경수뿐 아니라 과수 묘목을 다닥다닥 붙여 심어 놓은 곳이 많다. 과일나무는 제대로 키우려면 간격도 두고 관리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돼 있다. 결국 군공항이 확정되면 보상받으려고 심어 놓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무안군의 한 조경업자는 “올해 초까지 어린 묘목을 대량으로 심어 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며 “과수목은 나중에 따로 판매할 수도 있어 상품성이 있고, 보상 이후 처리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래서 보상을 염두에 둔다면 유실수 같은 과수목을 심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대에서 나무 심기 수요가 늘면서 수목 식재가 하나의 사업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망운면에서는 A 씨를 통해 여러 논밭에 1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식재됐다. 이에 대해 A 씨 측은 “내가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자기 땅에도 심어달라고 해서 작업해준 것”이라며 “보상금을 노리고 조직적으로 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고시된 시점 이전에 이뤄진 식재라면 일단 보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현 단계서는 수목 보상 여부를 미리 판단해 보상 목적 식재라고 조사하거나 제외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안군 역시 아직 구체적인 사업구역과 보상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서 개별 필지의 수목 식재를 조사하거나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농업에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민들은 외지인 소유 농지에 나무만 심은 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잡초나 병해충이 주변 농지로 번진다고 전했다. 또 기존에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갑작스럽게 농지를 비워줘야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한 주민은 “마늘·양파 농사는 땅을 빌려 비료를 넣는 것부터 몇 년을 내다보고 준비하는데, 실제로 농사를 짓던 사람한테 갑자기 나무를 심어야 하니 땅을 비워 달라고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논의 초기부터 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조사를 강화하고, 명확한 보상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연도별 항공사진 등을 통해 해당 토지가 원래 어떻게 이용됐는지 확인하고 갑자기 수목이 대량 식재된 경우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며 “명백한 투기성 식재는 보상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한승구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