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8 아시아선수권서 일본과 두 차례 만나 10이닝 무실점…미국 대신 키움 선택, 목표는 메이저리그
[일요신문] 2027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하현승이 KBO리그 역대 최고액인 16억 원의 계약금을 받는다. 하현승의 계약금 16억 원은 20년 전인 2006년 한기주가 KIA 타이거즈와 계약할 때 받았던 1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기주의 역대 최고 계약금이 20년 만에 깨진 셈이다.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하현승은 계약금 16억 원을 받아 KBO리그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됐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부산고에서 투수와 타자를 모두 겸했던 하현승은 프로에서도 투타 겸업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키움은 이런 하현승이 뉴욕 양키스의 300만 달러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국내 잔류를 선택한 점, 그리고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팀의 에이스로 맹활약한 내용과 그 기대치를 계약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현승은 고교 통산 타자 74경기 타율 0.331(248타수 82안타) 8홈런 46타점 57득점 8도루 OPS 0.955를 기록했고, 투수로는 33경기(96이닝) 10승 평균자책점 1.22 142탈삼진 27볼넷의 성적을 올렸다. 투수는 물론 타자로서의 재능도 상당해 고교 시절부터 ‘한국의 오타니’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하현승으로선 그 별명조차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역대 최고의 신인 계약금을 받는 선수인 만큼 부담도 즐겨야 하는 상황이다.
신인 드래프트 지명 후 만난 하현승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하현승이 야구 팬들에게 더욱 많이 회자됐던 건 9월 11일 열린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였다. 대표팀을 이끌던 정윤진 감독은 한국이 일본에 1-2로 끌려가자 5회 하현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3이닝 5탈삼진 무실점. 일본 타자 9명을 상대로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은 퍼펙트 피칭이었다. 그사이 한국은 엄준상(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동점 2루타와 이호민(KIA 타이거즈)의 역전 2루타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지켜본 일본 언론도 놀라움을 나타내며 하현승을 ‘한국의 오타니’로 소개했다.
하현승은 이틀 후에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도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투수를 놓고 고민 중이었던 정윤진 감독을 찾아가 성사시킨 자원 등판이었다.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하현승은 홀로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둔다(아시아청소년대회는 7회까지 진행). 즉 일본은 하현승을 두 차례 만난 10이닝 동안 득점을 이루지 못한 채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하현승은 화제를 모았던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결승전 선발 등판을 자처했다. 사진=류나현 PD이와 관련해 하현승은 다음과 같은 뒷이야기를 전한다.
“감독님이 결승전 선발을 선뜻 내게 맡기지 못할 것 같았다. 이틀 전 슈퍼 라운드에서 3이닝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 고민을 덜어드리고 싶어 감독님을 찾아갔다. 감독님도 내가 먼저 말씀드리니까 좋아하시는 듯했다. 구속이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자신이 있었다.”
하현승은 이번 대회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지 않고 투수로만 경기에 임했다.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투수로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2 때 출전했던 청소년 대표팀(2025 WBSC U-18 야구 월드컵)에서는 투타 겸업을 했는데 이번에는 투수가 6명밖에 없어 투수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그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하현승은 야구 월드컵의 경험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2025년의 야구 월드컵에서 하현승은 최고 구속 148km/h와 평균 구속 143km/h를 기록했는데 고3 시즌을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많은 양의 훈련을 소화하며 몸을 만든 후 기술 훈련을 더해 완성도 있는 투구 폼을 만들었다. 그는 “이번에 대표팀에 뽑힌다면 고2 때의 아쉬움을 지울 만큼 잘하고 싶었다”라고 속내를 보인다.
하현승은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오른 대부분의 선수들은 하현승을 궁금해 했고, 대표팀에서 만난다면 그가 어떤 선수인지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그건 하현승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학교 야구부 선수들 외에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대표팀이다 보니 하현승은 대표팀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을 소중히 여겼다. 인터뷰 중 하현승은 중학교 청소년 대표팀에서 만나 절친이 된 김지우(두산 베어스)와 엄준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학교 청소년 대표팀(2023년 U-15 아시아유소년야구대회)에서 만나 함께 훈련했던 김지우와 엄준상은 당시 나보다 세 수 위에 있는 선수들로 보였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절대 알려주지 않더라. 그냥 웨이트 트레이닝 등 기본적인 운동만 한다고 말해서 나도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에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준상이가 미국으로 출국하게 돼 셋이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중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이 각자의 길을 잘 찾아가는 것 같아 뿌듯해지더라. 준상이는 미국에서 나랑 지우는 한국에서 잘 성장하면 몇 년 후에는 같이 야구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하현승이 언급한 ‘같이 야구하는 날’은 메이저리그다. 미국 무대는 엄준상이 먼저 향하지만 하현승은 KBO리그에서 성장을 거듭해 프로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엄준상이 주장과 유격수로, 하현승이 마운드의 에이스로 대표팀을 이끌었던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고3 시절 내내 미디어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전체 1순위로 키움에 지명된 후에는 KBO리그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더해진 상황에서 프로 데뷔를 앞둔 하현승은 어떤 심경일까. 대부분 프로 첫해에 신인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하현승은 그에 대한 걱정이 없는지도 궁금했다.
“이렇게 말하면 자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힘들게 야구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프로에서, 그것도 1군 무대에서 뛰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여러 상황들과 만나게 될 텐데 그때 내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궁금하다. 주위에서 조언들을 많이 해주신다. 그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야구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할 것이다.”
하현승은 신인 드래프트 행사가 끝난 후 곧장 키움의 1년 선배 박준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박준현과는 평소 친한 선후배 사이이고, 하현승이 미국 무대와 국내 잔류를 놓고 고민할 때 비슷한 경험을 했던 박준현에게 조언을 구했던 터라 앞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서 만나게 되는 선배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박)준현이 형이 준비 잘하고 와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프로는 체력 부담이 큰 만큼 몸을 잘 만들어 오라고 강조했다.”
하현승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키움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기대 많이 하고 계실 텐데 준비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키움을 대표하고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역대 최고액은 어디로? “아버지는 승용차, 어머니는 명품백 선물 계획”
하현승은 거액의 계약금 일부를 부모님 선물하는 데 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하현승 제공KBO리그 역대 최고액인 16억 원의 계약금을 받게 되는 하현승은 인터뷰 때마다 계약금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금액이 크기 때문에 선수가 직접 관리하기는 어려울 터. 하현승은 계약금 전액을 부모님께 맡기겠다고 말한다.
아버지 하충수 씨는 높이뛰기 국가대표를, 어머니 신명희 씨 역시 멀리뛰기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다. 하현승은 계약금은 부모님께 맡기되 그동안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직접 선물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어떤 선물을 하고 싶냐고 묻자 하현승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께는 고급 승용차를 사드리고 싶고, 명품백이 없는 어머니에게는 좋은 백을 하나 선물할 계획”이라고 답한다. 하현승은 외동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