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친인척 비리만큼은 깨끗하게 관리하겠다.” 이 한마디가 언제부터인가 대통령 후보들의 필수 공약이 됐다. 그 역사는 전두환 정권부터 시작된다. 전 전 대통령의 비호 아래 친인척들은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보했다. 하지만 권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마자 전 전 대통령의 형·동생이 줄줄이 구속됐고, 형사 처분을 받은 친인척만 해도 10여 명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이때 뿌리 내린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씨앗이 지금까지 ‘튼튼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비리 종합백과사전’ 전두환 정부
측근들의 비리 금액으로 따지자면 전두환 정권을 따라갈 자는 아무도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 본인도 재임 시절 기업 대표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유명한데 5공 청문회 기록을 보면 32명의 기업 대표가 돈을 준 것으로 기록돼있다. 1997년 대법원이 비자금으로 인정한 부분만도 9500억 원에 이른다.
친인척 비리 역시 직계가족부터 처삼촌까지 범죄에 연루된 인물도 많을뿐더러 각자 혐의도 다양하다. 아들 재용 씨부터 비리를 저질렀다. 외조부 이규동 씨로부터 167억여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도 이를 숨겨 71억여 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2003년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벌금 33억 원이 선고돼 실형을 사는가 싶었으나 항소심에서 벌금을 60억 원으로 상향하는 대신 집행유예 3년을 받아 풀려났다.
형제들도 맘껏 배를 불렸다. 동생 경환 씨는 1988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을 맡아 70억 원대의 공금을 횡령하고 각종 이권 개입 등 총 7개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하지만 경환 씨도 징역 7년에 벌금 22억 및 추징금 9억 원을 선고받았으나 수감 3년 만에 가석방 됐다. 이후 경환 씨는 2004년 또 한 차례 사기극을 벌여 징역 5년 형이 확정됐지만 건강악화를 이유로 같은 해 9월 형집행정지 혜택을 누렸다.
형 기환 씨 역시 1988년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6개월의 형기를 앞두고 1990년 석가탄신일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사촌들의 ‘활약’도 형제들 못지않다. 사촌형 순환 씨는 판교 컨트리클럽 개설 허가를 둘러싸고 건설업자로부터 3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사촌동생 우환 씨는 양곡가공협회장에 올라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1억 8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부인 이순자 씨를 필두로 인척들도 줄줄이 수사당국의 부름을 받았다. 이순자 씨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206억 원을 관리하면서 일부를 동생 이창석 씨에게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아 결국 추징금 대납 형식으로 130억 원을 국고 반납 당했다. 처남 이창석 씨도 회사공금 29억여 원을 횡령하고 세금 17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1989년 구속기소 됐다. 그 역시 집행유예 형이 확정됐으나 1992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병원 공판’ 사태를 일으킨 처삼촌 이광규 씨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씨는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직장 수술을 이유로 서울대병원 특실에서 공판을 받았는데 당시 재판장은 “우리들 말이 들리느냐”며 여러 차례 질문을 던졌으나 그저 눈을 감은 채 괴로운 표정만을 짓는 이 씨밖에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형집행정지로 풀려났으며 2002년에도 사기행각을 벌이다 징역 8월을 선고 받기도 했다.
# 비리 근절에 나선 노태우 정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에 넌더리가 났던 국민들에게 ‘친인척 절대 배제’를 약속했다. 결과적으론 실패한 공약이 되긴 했으나 전 정부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1993년 슬롯머신 사건에 개입해 6억 원을 받은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인 박철언 전 장관(징역 1년 6월)과 6공 비자금 수수에 연루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동서 금진호 전 상공장관만이 구설수에 올랐다.
다만 박 전 장관은 형기 두 달을 남긴 1994년 9월 16일 가석방됐으며 금 전 장관 역시 1997년 특별사면(형선고실효)을 받아 ‘봐주기’ 논란을 일으켰다.
# 자식에게 발등 찍힌 김영삼·김대중 정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친인척 50여 명을 모아두고 “돈 싸들고 와 알랑거리는 똥파리들을 조심하라. 단돈 100원만 받아도 구속시킬 것이다”라고 경고도 했지만 자식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차남 현철 씨는 아버지가 재임하던 1997년 기업인 6명으로부터 66억여 원을 받고 12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대법원까지 간 끝에 1999년 징역 2년에 벌금 10억 500만 원, 추징금 5억 20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보석 상태에서 그 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형량 1년 6개월을 감면 받았다. 또한 현철 씨는 2004년에도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5억 원을 선고(대법원) 받았으나 2007년 재차 사면·복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예 700여 명의 친인척 명단을 뽑아 관리 대상자로 삼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역시 아들들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차남 홍업 씨는 2003년 대기업으로부터 이권 청탁 명목으로 25억여 원을, 정치자금 명목으로 23억여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벌금 4억, 추징금 2억 6000만 원의 형이 확정됐다.
뒤이어 삼남 홍걸 씨도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 대가 등으로 36억 9000만 원을 받고 2억 2000만 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 6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물론 두 형제 역시 형기를 다 채우지 않았다. 홍업 씨는 우울증 등으로 5차례 형집행정지 연장을 받은 후 1년 6개월 10일을 복역하고 2005년 홍걸 씨와 나란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 장남 홍일 씨마저도 나라종금 안상태 전 사장으로부터 청탁의 대가로 1억 5000만 원을 수수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받은 뒤 6개월 만에 특별사면 됐다.
부인 이희호 여사의 오빠 이상호 씨는 성범죄까지 연루됐다. 이 씨는 고령의 나이에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는 한편 각종 이권 청탁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53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청렴함을 강조한 노무현 정부도 친인척 비리는 피해가지 못했다. 형 노건평 씨가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청탁 및 뇌물 3000만 원을 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8년엔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23억 7000만 원을 받아 징역 2년 6월에 3억 원의 추징금을 문 것. 물론 노 씨도 형이 확정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특사로 출소했다. 더욱이 노 씨는 현재도 2012년 경남 통영 공유수면 매립허가권 과정에 개입해 9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 끝없는 비리 의혹 이명박 정부
아직 임기를 마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도 전두환 전 대통령 못지않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관련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대통령 아들 역사상 처음으로 특검팀의 수사를 받은 시형 씨를 포함해 벌써 10여 명의 친인척이 각종 비리로 구설수에 올랐다.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는 제18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을 미끼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사촌처남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3억 9000만 원을 받아 각각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여기에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 5000만 원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 세 명은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되지 못해 대통령 친인척으론 유일하게 죄수복을 입은 신세가 됐다.
한 인물이 수차례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손위동서 황태섭 씨의 동생 황명섭 씨는 ‘대형건설사로부터 4대강사업 공사 하도급을 따주겠다’ ‘아들을 공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며 사기행각을 벌였다. 또한 지인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이 대통령 임기만도 무려 세 번이나 기소돼 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종 9촌 조카 정 아무개 씨는 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사기극을 벌였으며 이후에도 3차례나 또 다른 사기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
한편 사돈 조현준 효성섬유 PG장은 이 대통령의 마지막 특별사면에 이름을 올렸다. 조 사장은 2002~2005년 미국에서 부동산 4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 7529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처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만연한 것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치입법팀 김상혁 간사는 “부패감사 기관이 권력과 맞닿아 있으니 제대로 감시가 될 리가 없다. 게다가 워낙 비리가 많다보니 ‘불법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며 “박근혜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나 국가청렴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가 인식을 바로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DJ 넷째 처남 원조교제 발칵
77세에 16세 여중생과 ‘썸싱’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넷째 처남 이상호 씨는 지난 2004년 불미스러운 일로 이름을 알렸다. 무려 77세의 나이에 16세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 이 씨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여중생 여 아무개 양과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뒤 200여만 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 씨는 “내게 돈을 주면 정부보조금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각종 이권 청탁에 개입해 억대의 금품을 받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 5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씨의 죄가 무겁다”고 판단하면서도 “고령의 나이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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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은 의혹들
MB 사위·조카사위·손위동서 ‘심증은 있는데…’
법의 심판을 받은 대통령 친인척들도 있는 반면 무수한 의혹만 남긴 채 흐지부지 마무리된 사건도 적지 않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인 이규동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금융부정 및 뇌물수수 혐의로 명성그룹 김철호 회장 및 고위공직자가 대거 구속된 일명 ‘명성그룹 사태’에서 유일하게 수사망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김 회장과의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었으며 실제 그로부터 2억 원의 돈도 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나 끝내 법망을 빠져나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 씨도 거액의 돈을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불기소처분을 받아 ‘봐주기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소영 씨는 지난 1993년 5월경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외화 19만 2000달러를 밀반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은행에 불법 예치한 혐의로 당시 미 법원은 예치금 전액에 대한 몰수를 선고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도 외화 밀반출 의혹을 받고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연 씨가 미국 뉴저지 주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주인에게 13억 원을 불법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으나 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둘러싼 의혹은 상당하다. 조카사위 전종화 씨는 한때 IT업체 ‘씨모텍’ 경영지배인을 맡아 주가조작 및 수백억 원대의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으며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지난 2008년 이른바 ‘사위 게이트’로 불리는 주가조작 파문에 휩쓸리기도 했다. 당시 조 사장은 코스닥 업체인 엔디코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 조사에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중책을 맡아왔던 손위동서 황태섭 씨는 2009년 이후 최근 3년 간 제일저축은행고문으로 재직하며 고문료 명목으로 4억여 원을 받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비 금융인으로서 고문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의문이었지만 결국 검찰도 별다른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조용히 사건이 마무리 됐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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