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사장·사무총장 전원 출입국 관료…수입인지 등 600억대 사업 장악, 이익을 부채로 처리 회계 문제도
[일요신문] 공익법인 '한국이민재단'의 주요 임원직을 법무부 퇴직 공무원들이 독점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 재단은 법무부 소관 출입국 관련 사업을 사실상 장악해 연간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려왔다. 그러면서 12년 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받은 회계처리 문제는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감독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법무부에 '한국이민재단' 관련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박은숙 기자#법무부 퇴직 관료들 '일감 독식'
지난 10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이민재단의 특혜 및 부실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재단의 역대 이사장 13명과 사무총장 14명 전원, 비상임이사 53명 중 52명이 법무부 출입국 퇴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재단 정관에는 '전·현직 출입국 직원 복리증진'이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명시돼 있다.
재단의 사업도 법무부 출입국 행정에 편중돼 있다. 전국 출입국 관서의 수입인지 판매소 27곳 중 25곳을 운영하며, 2025년 기준 매출 약 645억 원 가운데 약 553억 원이 수입인지 판매였다. 수입인지는 외국인이 체류기간 연장 등 출입국 민원 수수료를 낼 때 쓰는 증표다.
재단은 2005년부터 화성외국인보호소, 2010년부터 청주외국인보호소 매점도 운영해 왔다. 문제는 2020년까지 매년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2020년 연간 사용료는 화성 약 223만 원, 청주 약 8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공개경쟁입찰로 전환되자 각각 4411만 원과 1257만 원으로 약 20배, 16배 급등했다. 법무부가 그동안 재단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매점 운영권을 제공해온 게 아니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재단이 출자해 만든 회사 '지젯'을 둘러싼 문제도 거론됐다. 김기표 의원은 "재단이 2021~2022년에 걸쳐 지젯에 지급한 유학생 컨설팅비 총 4760만 원의 실제 용역 수행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단이 과거 한 수입인지 판매사업에서 입찰 참여를 제한받자, 지젯을 내세워 사업을 지속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의원은 지젯이 수행한 유학생 컨설팅 관련 계약서와 결과 등 제출을 재단 측에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국감에서 "문제점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이민재단이 운영해 온 화성·청주외국인보호소 매점의 연간 사용료. 2021년 공개경쟁입찰 도입 이후 전년 대비 각각 약 20배, 16배 증가했다. 그래픽=주현웅 기자#법무부가 키운 재단…회계는 12년째 '한정의견'
법무부가 이 같은 문제를 그동안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단 운영에 직접 관여하는 데다, 감독할 법적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재단 정관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기획과장과 출입국심사과장이 당연직 감사를 맡고, 고위 간부 3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공익법인 설립·운영법' 역시 주무부처인 법무부에 재단 업무를 감독할 의무를 부여했다.
법무부가 사업 기반을 뒷받침하고 감독까지 맡아 온 가운데, 재단은 10년 넘게 회계 문제를 되풀이했다. 일요신문이 재단의 2014~2025년 회계감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재단은 12년 연속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고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 해당 보고서는 일반에 공시되지 않은 자료다.
감사인들이 거듭 문제로 삼은 지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처리였다. 재단은 향후 공익목적으로 사용할 준비금을 부채로 반영했다. 감사인들은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이를 남은 이익, 즉 '이익잉여금'으로 기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은 차이가 크다. 2025년 재단이 작성한 재무제표상 자본총계는 3억 5000만 원이다. 감사인 지적대로 수정하면 약 80억 원으로 늘어난다. 부채총계는 반대로 약 84억 원에서 약 8억 원으로 줄어든다. 당기순이익과 누적 이익잉여금은 모두 0원으로 기재됐으나, 감사인 지적을 반영하면 각각 약 10억 원과 76억 원에 달한다.
감사보고서에선 재단이 법인세를 줄이고자 나중에 쓸 준비금을 미리 비용으로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위법은 아니지만, 감사인들은 이를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재무제표에 반영한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이런 회계처리는 재단의 이익을 대외적으로 적어 보이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법무부 일감으로 막대한 이익을 축적하면서,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남지 않는 조직처럼 보여 온 셈이다. 특정 재단에 사업과 이익이 집중된다는 비판을 누그러뜨리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선 누적 이익을 부채로 처리함으로써 기본재산 관리와 관련한 법무부 승인 절차를 피하는 데 이용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국이민재단의 2025년 재무제표상 누적 이익잉여금은 0원이지만, 외부 감사인의 지적을 반영하면 약 76억 원에 달한다. 부채와 자본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그래픽=주현웅 기자#부실 자회사 '퍼주기'
회계처리뿐 아니라 실제 자금을 운용한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회사 지젯에 대한 투자다. 지젯은 당초 동남아 식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사업을 중단한 뒤에도 법인을 유지했다.
재단은 2018년 지젯에 1억 원을 투자했으나, 이듬해 투자 가치가 40% 하락했다. 그럼에도 2020년 1억 원을 더 출자했다. 그러다 2021년 말, 총투자금 2억 원을 전액 손상처리했다.
그래도 자금 지원은 계속됐다. 지젯에 대한 재단의 대여금 잔액은 2020년 말 6000만 원에서 2021년 말 1억 1700만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이후 일부를 회수했지만, 2025년 말 남은 8000만 원은 회수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해 전액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다른 돈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재단은 2019년 9월 지젯에 '외국복지쇼핑몰 운영사 주식인수' 명목으로 5000만 원을 빌려줬다. 지젯은 같은 해 10월 '플레이온쇼핑'에 5000만 원을 출자했고, 이듬해 추가 출자로 총투자액을 1억 원까지 늘렸다. 뒤이어 2020년 말, 투자금 절반가량을 손상처리했다.
한국이민재단은 자회사 지젯에 총 2억 원을 출자했으나 전액 손상처리했다. 지젯이 플레이온쇼핑에 투자한 1억 원도 절반가량 손상처리됐다. 그래픽=주현웅 기자#퇴거 외국인 항공권도…법무부 "감사 청구"
재단은 법무부 관련 사업에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업무까지 알뜰히 챙겨왔다. 강제퇴거 외국인의 국비 항공권 구매대행이 대표적이다. 귀국 항공료를 부담할 수 없는 외국인의 항공권을 국가 예산으로 구매할 때도 재단이 대행을 맡았다.
일요신문은 '법무부 2016~2026년 국비 항공권 구매내역'도 확보해 분석했다. 재단을 통한 구매 기록이 11개 연도 모두에서 확인됐다. 이 기간 재단을 통해 청구된 금액은 약 6억 8950만 원이었다. 특히 2025년에는 전체 구매 123건 가운데 118건(95.9%)을 재단이 담당했다. 나머지 5건은 민간업체 두 곳이 맡았다. 다른 업체를 통한 구매도 가능했지만, 대부분이 재단에 집중된 셈이다.
이 재단 이사장의 세전 연봉은 1억 1900만 원, 사무총장은 9800만 원으로 확인됐다. 비상임이사들은 정기이사회 참석 시 50만 원, 임시이사회 참석 시 3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10월 22일 일요신문에 "이민재단 관련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의뢰를 청구했고, 감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에 감사 의뢰가 접수된 만큼 법무부는 관련 자료 제출 등 감사에 적극 협조하고,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수사도 의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공익법인의 이름 뒤에서 사적 이익을 챙긴 것은 아닌지, 자금 흐름과 계약 경위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민재단 측 "국회 피감기관 아니다"…자료 제출 '난색'
사진=한국이민재단 누리집 갈무리정영부 한국이민재단 사무총장은 10월 21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유학생 컨설팅 용역계약서 등을 국회에 제출하는 데 대해 난색을 표했다. 법무부가 요구한다면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사무총장은 각종 의혹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ㅡ재단이 12년 연속 회계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았다. 문제를 왜 시정하지 않았나.
"저도 회계 분야는 정확히 잘 모른다. 회계기준과 세법의 차이에서 발생한 문제이지, 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ㅡ지젯의 유학생 컨설팅 관련 용역 수행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당시 지젯에 컨설팅 업무를 수행할 직원 두 명이 분명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사업이 제대로 이어지진 못했다. 국회에 관련 자료를 일부 제출했지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ㅡ앞으로 추가로 해명할 계획은 있나.
"저희는 법무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비영리법인이다. 현재 법무부 차관의 지시에 따라 여러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ㅡ국회에는 용역 관련 내용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뜻인지.
"지금 법무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저희는 공무원도 아니고 공공기관도 아니다. 국회의 직접적인 피감기관도 아니지 않나. 법무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만큼, 법무부가 관련 자료를 요구한다면 제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ㅡ재단과 지젯은 사실상 같은 회사인데, 지젯에 컨설팅 용역을 맡긴 이유는.
"당시 제가 근무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출입국 퇴직자들은 유학생 비자와 체류 관련 업무에 전문성이 있다. 과거 재단에는 해당 업무를 맡을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지젯에 직원을 두고 용역을 수행하게 한 것으로 서류상 파악하고 있다."
ㅡ법무부로부터 특혜를 받아 왔다는 지적은.
"2021년 이전 수의계약 과정에서 일부 특혜가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다. 하지만 2021년부터 공개경쟁입찰로 전환됐고, 이후에는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문제 대부분이 해소됐다고 본다."
ㅡ재단이 입찰 참여를 제한받자 지젯을 통해 수입인지 판매사업을 이어갔다는 의혹은.
"그렇게 말씀하시면 맞긴 맞다. 그러나 그게 왜 문제인가. 국유재산 사용허가는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ㅡ강제퇴거 외국인의 항공권 구매대행도 재단이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은.
"독점은 아니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의 항공권은 재단이 담당하지만, 김해공항이나 제주공항은 다른 업체가 맡는다. 법무부에서 내년부터는 이 역시 공개입찰로 전환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 그렇게 되면 저희도 입찰에 참여하면 된다."
ㅡ법무부 전관들이 재단의 주요 임원직을 차지하는 구조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출신들이 참여하는 경우회 등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단체가 있지 않나. 재단은 2004년 무렵 출입국 관련 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직원 복지와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사회 적응 등 공익목적에 사용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출입국 출신들이 중심이 됐고, 정관도 그렇게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