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이 외국사법기관과 수사를 공조해 해외로 도피한 이들을 효과적으로 검거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외국 기관들과 세미나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나선주 전 거평그룹 부회장, 조성용 전 조이토토 대표이사, 최원영 전 경원학원 이사장….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범죄를 저지르고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한 이들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로 도망친 중범죄자들이 강제송환되거나 자진 귀국해 잇달아 검거되고 있다. 외국사법기관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의 수사 공조가 이뤄낸 성과다. 전 세계 어디라도 끝까지 추적해 범죄자들을 잡아내는 대검 국제협력단의 활동을 따라가 봤다.
지난 1999년 나선주 전 거평그룹 부회장은 배임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금융기관을 인수한 뒤 계열사에 2900억 원을 부당 지원하는 등 회사에 40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였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나 전 부회장은 그 해 4월 미국으로 달아났다. 검찰은 2002년 12월 나 전 부회장에게 지명수배를 내리고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지만,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급주택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미국의 출입국 관리 관청인 국토안전부는 나 전 부회장에 대한 비자 갱신을 거부했다. 미국 국토안전부 수사국과 한국의 대검 국제협력단이 공조해 나 전 부회장의 강제송환을 추진한 것이다. 나 전 부회장은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고, 그는 결국 자진 출국 의사를 밝혔다. 오는 2월 귀국 예정인 그의 14년 동안의 도피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됐다.
그동안은 범죄자들이 해외로 도피하면 인터폴을 통해 지명수배를 올리거나 범죄자인도 요청을 하고 기다리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월 출범한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이 외국사법기관과 수사공조 협정을 통해 해외로 도피한 중범죄자들을 강제 송환해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박경춘 단장은 “인터폴 수배의 경우 수배 리스트에 이름만 올라가지만, 각국의 법집행기관들과의 수사협조 협정은 각국의 이민 당국이 직접 우리가 요청한 범죄자들을 추적 조사하는 방식이라 신병확보에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나 전 부회장의 검거 말고도 외국사법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추적해 구속한 사례는 몇 건이 더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 및 회사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조성용 전 조이토토 대표이사는 지난 2007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국제협력단이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2011년 12월 비자 갱신이 유보되자 조 전 대표는 멕시코로 출국하려 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도 입국이 거절돼 체류하지 못하게 되자 그는 다시 중국을 경유해 태국까지 도망갔다. 조 전 대표는 결국 지난해 5월 위조여권 소지 혐의로 현지에서 체포됐고,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강제 추방돼 인천공항 입국과 동시에 검거됐다. 미국, 멕시코, 태국 등으로 도피하는 조 전 대표를 끝까지 추적한 대검 국제협력단의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백종안 전 사이버패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기소됐다. 백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11월 조 아무개 씨 등 2명을 속여 20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다 2008년 9월 캄보디아로 도주하여 그동안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끈질긴 추적 끝에 국제협력단은 지난해 9월 백 전 대표가 캐나다에 체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고, 캐나다 국경관리국과 공조하여 백 전 대표를 불법체류자로 강제 출국시켜 잡아낼 수 있었다.
이밖에도 대학등록금과 그룹 돈 300억 원을 횡령한 뒤 지난 1998년 미국으로 도주한 최원영 전 경원학원 이사장 등 대검 국제협력단은 출범 3년 만에 해외로 도피한 중범죄자 18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국가별로는 미국 9명, 캐나다는 7명, 중국에서 2명의 중범죄자들을 추적해 강제 송환했다.
국제협력단의 다른 한 관계자는 “범죄자들의 소재를 파악한 뒤 외국사법기관의 협조를 얻어 비자 갱신 불허, 비자 취소, 여권 무효화 등 해외에서의 정상적인 체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을 통해 송환하고 있다”며 “한국의 검사들이 직접 외국에 나가서 수사를 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지난 2010년 1월 출범 이후 미국 국토안전부수사국, 캐나다 국경관리국, 중국 공안부 등 16개국 21개 기관과 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외국사법기관에서도 한국으로 도피한 자국의 범죄자를 검거하기 위해 대검 국제협력단에 수사 공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국제협력단의 한 관계자는 “외국의 수사기관에서 국제협력단으로 범죄자의 강제 송환을 위해 수사 협조를 요청한다. 그럼 국제협력단에서 파악해 일선 검찰이나 경찰 등 기구에 업무를 지시한다. 국제협력단이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조희팔 등 70여 명의 해외도피 중범죄자들에 대한 신병을 외국기관과 협조해 쫓고 있다”며 “앞으로 강제 소환되는 범죄자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