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스파>도 비슷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도쿄에 근무하는 30~40대 샐러리맨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앙케트에서 응답자 가운데 64%가 점심식사 평균 비용이 500엔이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그중 24%는 250엔(약 3000원) 이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비싼 도쿄에서 과연 250엔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을까. 최저가 외식체인점 ‘마쓰야’에서 가장 싼 메뉴인 소고기덮밥(280엔)을 주문할 수도 없는 가격이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먹고 있는 것일까.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한 샐러리맨(37)은 “대체로 편의점에서 빵이나 주먹밥을 2개씩 사 먹는다”고 말했다. 음료는 회사에서 차나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으므로 약 200엔대면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그는 “조금 호화롭게 먹고 싶은 날에는 맥도날드의 런치타임 같은 할인행사를 하는 가게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또 외식 대신 손수 만든 도시락을 먹는다고 대답한 샐러리맨들이 많았다.
IT기업에 근무하는 샐러리맨(48)은 “10년 전만 해도 1000엔(약 1만 2000원) 전후로 점심을 사 먹었다. 그러다 5년 전쯤엔 500엔대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바꿨고, 지금은 집에서 직접 만드는 도시락을 먹는다. 원가는 150엔(약 1800원) 정도”라며 월급은 제자리인데 딸 두 명이 곧 고등학교, 중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점심 값을 절약해야만 하는 사정을 털어놨다.
한 샐러리맨(31)의 경우 2년 전 결혼과 동시에 맞벌이의 아내 몫까지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맨션을 구입하고 싶어서 절약의 일환으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가 곧 아내의 임신, 대학원 진학, 해외여행 등 다양한 목표가 생겨 계속 도시락을 싸고 있다고 했다. 아내는 아침,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자신은 그 반찬을 이용해 도시락을 싸기 때문에 따로 점심값이 들지 않아 만족한다고. 대신 요즘엔 슈퍼마켓의 염가 판매에 무척 민감하게 됐고, 쇼핑 시에는 포인트를 반드시 모으고 있다며 절약 포인트를 귀띔해 줬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도시락을 먹는 일본 남자들, 전업주부를 압도하는 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