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은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을 선사했다. 서영의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의 죽음을 두고 추측이 난무했지만 KBS 2TV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는 최종회 초반부에서 삼재의 상태가 호전되는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안도케 했다.
이후 서영(이보영 분)과 삼재가 병실에서 진심어린 화해를 하고, 기범(최정우 분)이 퇴원하는 삼재를 찾아와 어렵게 사돈의 만남이 이뤄졌다. 상우(박해진 분)가 호정(최윤영 분)에게 진심 어린 사랑 고백을 했으며, 서영은 커피 프러포즈로 더 이상 우재(이상윤 분)에 대한 감정을 감추지 않게 됐다.
비록 미경(박정아 분)은 미국으로 떠났지만 경호(심형탁 분)와의 러브 라인은 더욱 굳건해졌고, 스타급 중년 배우가 된 민석(홍요섭 분)과 매니저가 돼 위너스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성재(이정신 분)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성재의 친모 소미(조은숙 분)는 성공한 성재를 몰래 지켜보는 것으로 애틋한 모정을 이어갔다.
KBS 2TV <내 딸 서영이> 방송 캡쳐
이처럼 50회 동안 불거졌던 다양한 갈등이 최종회를 통해 모두 해소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삼재와 서영이 모친이 젊은 시절 러브스토리까지 더해져 갈등의 해소를 넘어선 이해와 소통이라는 큰 주제를 부각시켰다.
또한 서영의 출산에 이어 호정의 임신으로 이들 가족의 이야기가 또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모습을 선보이며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장면은 서영이 딸을 안고 아버지 삼재가 만들어준 흔들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분명 <내 딸 서영이>는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딸이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고 몰래 결혼식을 올린다는 기본 설정부터, 그 상대가 재벌가라는 점 역시 막장 요소다. 또한 ‘출생의 비밀’과 ‘겹사돈’이라는 대표적인 막장코드까지 더해졌다. 겹사돈 부분은 서영의 거짓말로 인해 현실이 되진 못했지만 서영이 거짓말을 한 채 상우와 결혼한 것으로 인해 상우와 미경의 사랑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설정은 기존 ‘겹사돈’ 설정을 뛰어 넘는 막장 코드로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딸 서영이>는 막장이 아닌 명작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비록 막장 코드를 드라마 여기저기에 배치했지만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큰 주제를 벗어나지 않은 채 이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무책임한 아버지에서 헌신적인 아버지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삼재 역할의 천호진,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 감춰진 인간미를 보여준 기범 역할의 최정우, 그리고 자기의 꿈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민석 역할의 홍요섭 등 중년 배우들의 힘이 드라마가 막장으로 빠지지 않는 튼튼한 버팀목이 돼 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