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연예계에선 ‘소송 제일주의’라는 말이 자주 나돈다. 꼭 법원에 가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닐 지라도 여론 환기용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너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시후 사건 역시 이제는 각각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조차 너무 복잡할 만큼 세 건의 고소가 꼬이고 꼬여 버렸다.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제공하는 ‘박시후닷컴’이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우선 배우 박시후가 강간 등의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피소된 것이 이번 사건의 시작점이다. 고소인은 A양으로 박시후와 그의 후배인 신인 배우 K를 동시에 고소했다.
박시후 측은 먼저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지만 법무법인 화우가 사건 수임을 거절하면서 법무법인 푸르메가 박시후의 변호를 맡게 됐다.
박시후의 맞고소는 지난 4일 이뤄졌다. 박시후는 법무법인 푸르메를 통해 서울 서부경찰서에 A양을 무고와 공갈미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시후는 A양에서 그치지 않고 A양의 선배로 알려진 B씨, 그리고 전 소속사 대표 C씨 등을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이로써 박시후와 A양은 맞고소 상태가 됐으며 추가적으로 A양의 선배 B 씨와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 C 씨도 피고소인이 됐다.
고소인이자 피고소인이 된 A양 측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수정 법률사무소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운 A양 측은 박시후 측의 고소에 강력 반발하며 카카오톡 전문을 공개한 것.
다시 8일에 새로운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번에는 박시후에게 고소당한 전 소속사 대표 C 씨가 고소인이며 피고소인은 박시후다. 역시 맞고소다. 법무법인 썬앤파트너스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운 C 씨는 8일 오후 박시후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건은 세 건의 고소로 뒤엉키게 됐다. 우선 박시후는 A양에게 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으며 전 소속사 대표 C 씨에겐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박시후의 후배 신인 배우 K 역시 A양에게 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반면 박시후 역시 고소인이다. 박시후는 A양과 그의 선배 B씨, 그리고 전 소속사 대표 C 씨 등을 무고와 공갈미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로써 박시후와 A양, 박시후와 전 소속사 대표 C 씨는 각각 서로를 맞고소한 상태가 됐다.
고소는 세 건으로 나뉘었지만 결국 쟁점은 공통된다. 우선 지난 2월 14일 밤에 이뤄진 박시후와 A양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여기엔 당일 박시후의 집에서 머물렀던 K가 이들의 성관계 당시 동참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된다.
두 번째 쟁점은 A양의 고소 과정이다. A양이 박시후와의 성관계가 끝난 뒤 이를 강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과정에서 박시후를 음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A양의 선배 B 씨와 박시후의 전 소속사 대표 C 씨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됐다.
향후 과정에선 우선 서울 서부경찰서가 이번 사건의 수사를 통해 어떤 수사 결과를 검찰에 송치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세 건의 고소 사건 가운데 어딴 고소 사건을 기소할 지 결정하게 된다. 검찰 기소까지 이뤄지면 다음 과정은 재판이다.
얽히고설킨 고소로 인해 경찰 수사도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각각의 사건 관계자를 세 건의 고소건 마다 고소인 조사와 피고소인 조사를 따로 해야 할 수도 있다. 검찰 기소와 재판 과정 역시 복잡해지긴 매한가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