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쉰들러 리스트> 속 붉은색 코트를 입은 소녀의 모습.
무려 1200명이 넘는 유대인들의 목숨을 구해낸 쉰들러의 감동 실화는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 등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의 영광으로 이어졌으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붉은색 코트를 입은 꼬마 소녀’를 떠올릴 것이다. 흑백 영화였던 화면에서 유일하게 붉은색으로 도드라진 소녀의 붉은색 코트는 영화 속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도 쉰들러는 군중 속에서 방황하고 있던 소녀를 보고 충격에 휩싸였으며, 소녀의 죽음은 쉰들러로 하여금 본격적인 유대인 구출 작전에 돌입하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 이 배역을 맡았던 소녀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폴란드 크라쿠프 태생인 이 소녀의 이름은 올리비아 다브로브스키(24)며, 현재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하지만 최근 <더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영화와 관련된 그녀의 솔직한 심정은 사실 놀랍기 그지없다. 다름이 아니라 영화 출연 후 내내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영화에 출연한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다. 영화 출연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닌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출연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관심을 받게 됐고, 주위 어른들과 학교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그는 “오랫동안 영화에 출연한 사실을 비밀로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내가 영화에 출연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내게 와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영화 출연은 너한테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을 텐데 아마 넌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공포에 떨곤 했다”고 말했다.
다브로브스키에게 <쉰들러 리스트>가 충격과 공포였던 이유는 너무 어린 나이에 영화를 봐버렸기 때문이었다. “18세가 되기 전에는 절대 영화를 봐선 안 된다”는 스필버그 감독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11세 때 몰래 영화를 보고 만 것이다. 당시 어린 소녀였던 그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본 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그는 특히 독일군 장교인 아몬 괴스가 창문을 통해 여자들과 어린이들을 쏴 죽이는 장면을 보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는 “그때 그 충격과 공포를 벗어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 뒤늦게 스필버그 감독과의 약속을 어긴 것을 후회했다고 털어 놓았다.
지금도 틈틈이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하지만 지금은 모든 충격을 극복하고 영화에 출연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장차 출판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