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가의 '금지된 사랑'의 주인공, 릴리언 왕자비가 10일 97세로 타계했다.
영국 출신 평민인 릴리언 왕자비는 스웨덴 베르틸 왕자와 동화 같은 사랑을 나눈 여인이다. 왕실에서는 왕가의 전통에 위협이 되며 왕실의 대가 끊길 수도 있다고 여겨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타계한 스웨덴 릴리언 왕자비.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릴리언 왕자비는 16세에 런던으로 진출해 모델과 배우로 활동해오다 영국 배우 이반 크레이그를 만나 결혼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크레이그는 영국군에 입대했고, 릴리언은 영국상업선단이 판매할 라디오 조립공장에서 일했다.
1943년 릴리언은 상이군인을 돕는 병원봉사 활동 중에 런던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해군 무관으로 일하던 베르틸 왕자와 만나 사랑에 빠졌다. 릴리언은 다른 여성과 교제하던 남편 크레이그와 1946년 이혼했지만, 베르틸 왕자의 부친인 구스타프 6세 아돌프는 왕자와 평민의 결혼을 쉽사리 승낙하지 않았다.
베르틸 왕자와 릴리언은 프랑스 상트 막심 마을과 스톡홀름 집을 오가며 조용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험난한 사랑은 60대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1976년 베르틸 왕자의 조카인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에 이르러서야 왕실의 결혼 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는 둘이 만난 지 33년 만이었다.
한편, 베르틸 왕자는 1997년 85세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세기의 사랑으로 불릴 만한 이들의 사랑은 릴리언 왕자비가 타계하며 스웨덴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금 울리고 있다.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