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설 도박장의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강원랜드에서 만난 김 아무개 씨는 돈이 떨어질 때면 사설 도박장 중개를 통해 일부 수고비를 받아 자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김 씨는 “한 판에 몇 만원씩 오가는 재미삼아 벌이는 도박부터 수천만 원의 판돈이 움직이는 전문 도박판까지 있다. 보통 금액이 적은 도박판은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강원랜드 출입 일수를 다 채운 사람들이 드나든다”며 “밤낮 없이 도박장이 열리고 돈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쉽게 모인다. 일부 전문 도박판에는 전·현직 딜러들이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형태만큼이나 사설 도박장이 열리는 일명 ‘하우스’는 장소도 다양하다. 우선 소규모의 도박판은 비교적 출입이 자유로운 곳에서 열린다. 도박중독자들의 공식 숙소가 돼버린 찜질방 구석이나 여러 명이 숙식을 해결하는 민박집이 최적의 장소. 가끔 월세 매물로 나오는 아파트도 도박꾼들의 표적이 된다. 사북읍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월세로 내놓은 아파트들은 도박꾼들의 공동 숙박시설로 사용되거나 사설 도박장으로 이용된다. 집주인들도 이 사실을 알면서 비싼 월세를 받을 수 있어 집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판돈이 커질수록 장소도 업그레이드된다. 카지노 바로 위층에 자리 잡은 강원랜드 호텔이나 인근 콘도에서 사설 도박장이 열리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VIP 회원이나 큰손 고객들이 방을 잡고 도박판을 벌이는 것인데 장소가 매번 바뀌기에 단속도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현직 딜러가 추락사한 M 콘도에서도 당시 여러 명의 딜러들과 VIP 회원들이 모여 포커도박을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예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상가 건물 일부를 사무실로 꾸민 뒤 도박장으로 쓰기도 한다.
한편 은밀한 장소나 고급시설에서 열리는 도박장에는 얼굴이 알려지길 꺼리는 인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 도박꾼들의 전언이다. 그들 사이에서는 ‘출입자 리스트’도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해당 리스트에는 최근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도 포함돼 있었다. 실제 강 감독은 지난 2006년 8월 동부 코치 시절 강원도 원주시의 한 사설 도박장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된 전력이 있다. 강원랜드의 어두운 그림자는 한 스포츠 스타의 인생에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었던 셈이다.
박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