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북한군의 포격 도발 당시 현지 소방대원이 찍은 연평도. 곳곳이 불타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소방안전본부
이번에 확인된 북한 리스크의 첫 성격은 ‘모 아니면 도’다. 이미 정전 60주년을 맞이하면서 남북한 사이에 수차례 극단적 대치상황이 벌어졌지만 전면전으로 확대된 적은 없다. 우리 경제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전면전이 아니라면 주식과 채권을 무차별적으로 내다파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은 벌어질 수 없다. 달리 말해 전면전이 아니면 주가 폭락 가능성은 낮다는 뜻이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의 최대 관심사는 현재 국가 지도 체제의 안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도, 때로는 엄포를 놓고 도발을 감행하는 것도 결국 이것이 체제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체제를 걸고 전면전 모험을 할 이유는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성격은 ‘스마트(Smart)’다. 우리 증시에서 북한 리스크가 잊을 만하면 부각되는 단골 메뉴이다 보니 투자자들도 상당히 익숙해졌다. 이미 담대해진(?), 국내 투자자는 물론 이제 막 15년째 한국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내성이 생겼다. 이번 북한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1일 이후 증시 상황은 이를 잘 보여준다.
11일 개인과 외국인은 모두 코스피 순매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12일부터 개인은 순매수로 돌아섰고, 외국인의 매도세는 눈에 띄게 줄었다.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해 북한 사태가 한국 채권의 위험프리미엄(추가금리)을 높이지 못했음을 입증했다. 특히 지난주에는 북한 이슈뿐 아니라 중국 부동산 경기 과열 소식이 글로벌 증시를 들썩이게 했다. 11일 이후 나타난 외국인 매도세와 기관의 매도 공세, 그리고 일시적으로 나타난 2000선 붕괴는 북한 리스크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작용했던 셈이다. 14일 코스피는 2000선을 회복했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보통 증시에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게 되면 투자자들은 이에 적응한다. 북한 리스크도 이미 수없이 겪다 보니 이를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이려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북한 도발시 증시 움직임은 적은데, 방산주 등 움직임은 활발한 것이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고승희 SK증권 연구원도 “과거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추세를 바꾼 적은 없었다. 따라서 북한 리스크는 주식 비중 확대 기회”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북한 리스크 발생시, 고려해야 할 변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단 북한 리스크에 가장 민감한 쪽은 외국인이다. 외국인들도 단련됐다고는 하지만 국내 개인이나 기관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그렇다. 게다가 외국인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다보니 북한 리스크가 발생하면 꼭 전면전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차익실현 등을 통해 비중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의 철수 패턴은 그동안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인데, 대형주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외국인 매도로 이들 대형주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최근에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주가지수 하락에 따른 투자전략도 훨씬 용이해졌다. 인버스ETF를 이용하면 주가하락시 수익이 난다. 다만 북한 리스크에 따른 증시 출렁임의 폭이 점차 작아지는 추세다보니 시장 등락만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락시에는 인버스ETF로 대응하다, 낙폭이 어느 정도 되면 레버리지ETF를 통해 시장 수익률 이상을 노리는 전략이 있다. 이론적으로 1.5배 ETF는 시장상승분의 1.5배, 2배 ETF는 2배의 수익이 가능하다.
방위산업주를 노리는 방법도 있다. 요즘 대부분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는 테마주 분류 서비스가 있는데, 방산주를 찾으면 된다. 단 이때 주의할 점은 대기업의 경우 방산사업을 하더라도 전체 매출이나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따라서 중소형 종목 가운데 방산주의 비중이 높은 종목을 선택하는 게 단기간 북한 리스크 수혜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단 이 경우에도 높은 기대수익만큼 높은 변동성에 따른 위험감수율도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리스크는 증시에서도 단기 재료로 꼽히는 일종의 ‘이벤트’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위기가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는 이상 그 영향이 금융시장에 국한될 뿐 펀더멘털(경제 기초)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것은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와 수위로 나타날지 가늠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어 투자판단의 핵심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
‘주가조작 엄벌’에 속타는 증권가 투자조언도 눈치봐야 할 판 여의도 증권가가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급소’를 맞았다. 박 대통령이 최근 첫 국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주가조작에 대해 형사처벌뿐 아니라 과징금을 물리는 엄벌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가조작에 대해 형사처벌이 대부분이어서 해당 직원을 잘라내는 선에서 무마가 가능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같은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사에도 물어 금전적인 징벌 대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당국은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정밀점검까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주가조작은 불공정거래행위로 분류돼 법무부 소관의 형벌제도로만 다뤄지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제대로 추정하기 어려워 부당이익 추징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주가조작으로 출렁이는 ‘작전주’에 휘둘린 애꿎은 개인투자자들만 피해자가 됐다. 사실 증권사 입장에서 보통 작전주는 거래량과 주가가 급등해서 주식위탁매매수수료 수입이 꽤 짭짤했다. 이러다 보니 작전주에는 증권사 관계자가 끼어있기 일쑤였다. 문제는 정부가 주가조작에 대해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면, 주가조작에 증권사나 증권사 직원이 연루되는 경우가 줄어드는 순기능과 함께, 증권사와 증권사 직원들의 투자자에 대한 투자조언의 폭이 좁아지는 역기능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는 “혹시 주가조작에 연루되지 않을까 우려한 나머지 정상적인 주식거래까지 위축될 수 있고, 이는 위탁매매수수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가조작의 범위에 대한 모호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법령 가운데는 ‘주가조작’이란 문구가 없다. 대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176조에 ‘시세조종’을 금지하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그만큼 주가조작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 여지도 큰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