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곡동 대원국제중학교 정문.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암거래 현장에서나 오갈 법한 말이 ‘신성한’ 교육계에서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특목·자사고 등용문으로 떠오른 일부 국제중학교들이 학부모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거나 사회적 배려자(사배자) 전형 기준을 대폭 수정하는 방법으로 일부 부유층 자제들의 입학을 도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사배자 출신 학생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방법으로 반 강제적 전출을 유도, 공석을 마련했다는 의혹마저 나오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사실일까. 일부 국제중 측의 부적절한 대처로 피해를 입었다는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사배자 전형을 통해 합격하는 바람에 일약 귀족학교로 떠오른 영훈국제중과 ‘원조’ 대원국제중이 일부 학부모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없는 이들을 위한 (경제적) 사배자 전형을 부유층 전용으로 변질시켰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부터다.
“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아들이 ‘한 부모 가정’(이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임세령 씨와 이혼) 전형으로 지원해서 굳이 ‘사배자’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일반전형은 치열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대원국제중 졸업생 학부모 이 아무개 씨의 전언이다. 이 씨는 “국제중에 입학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다. 혹시라도 결원이 나면 그 즉시 정재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지인들까지 총동원해 학교 측에 엄청난 압력을 넣는다고 들었다”면서 “자리는 몇 석밖에 없는데 대기자 120여 명이 있으면 어떻게 정리될 수 있겠나. 몇 달씩 교장실 앞으로 출근하면서 ‘자리 나면 우리 애 넣어 달라’며 눈도장 찍는 부모들도 한 둘이 아니다. 결국 기본 요건을 충족한 대기자 중에서 ‘기부금 액수’에 따라 합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시 김형태 교육의원이 국제중 입학비리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기자가 직접 만나 본 대원국제중, 영훈국제중 학부모 일부는 ‘국제중은 기부금 액수, 사배자 출신을 빗댄 별명들로 얼룩져 있다’며 입을 모았다.
“일억아, 선생님이 교무실로 내려오래.”
지난해 한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A 유명금융업체 회장의 두 아들은 대원국제중 사배자 전형 1기 출신이다. 이들의 별명은 ‘일억이’다. 각각 기부금 1억 원을 내고 입학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면서 금융업체 2세들은 졸지에 학교에서 인기스타가 됐다고 한다.
영훈국제중학교 학생들의 등교 모습. 최근 일부 국제중학교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받거나 사배자 전형 기준을 대폭 수정해 부유층 자제들의 입학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한편 ‘일억이’가 학교에서 유명 ‘인사’가 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부 경제적 사배자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로부터 소외돼 학교를 떠나게 되는 충격적인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미 선발된 사배자 전형 출신 학생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만 반강제적으로 전출시킨다는 주장이 그것.
김형태 교육의원에 따르면 영훈국제중 2009년 전출자 3명 중 1명, 2010년 2명 중 1명, 2011년 17명 중 1명, 2012년 12명 중 1명이 사배자 출신이었다. 매년 배당되는 사배자 16명 중 해마다 20%~30%에 달하는 학생들이 중도 탈락한 셈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한 아이의 별명은 ‘칠십프로’(70%)라고 한다. 사배자 전형으로 학비를 70% 감면받은 게 그 이유였다. 학기 초 담임이 은근슬쩍 그 사실을 공개하는 바람에 친구들로부터 ‘칠십프로’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며 “정작 ‘일억이’나 ‘컴퓨터’를 별명으로 가진 학생은 ‘호프’(대장)처럼 군림하는데, 칠십프로인 학생은 모듬학습에서도 제외되고, 결국 왕따까지 당하게 되는 상황도 일어난다고 한다. 담임은 그것을 방관하기 일쑤였단다. 학부모가 불안한 마음에 월 50만 원씩 촌지를 올렸더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칠십프로’라는 불명예 아닌 불명예를 얻은 해당 학생은 최근 전학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편입학 전형에서도 돈은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2011년 영훈국제중에 추가 합격한 한 학생의 학부모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당시 영훈초등학교 출신 1명과 우리 아이가 추가 입학했는데 돈을 안냈더니 어떤 식으로든 내보내더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영훈중 학부모 역시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이가 부당한 성적을 받고 화가 나 거친 말을 했더니 바로 권고 퇴학 조치시켰다. 학교 측 선생님들도 너무 과한 처사라고 감싸줬지만 교감이 이를 거부했다”며 “당시 다른 학부모들이 ‘2000만 원만 내면 된다’며 코치(?)해줬지만 이행하지 않았더니 결국 퇴학당하더라. 공석은 금세 다른 학생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렇듯 부당한 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은 영훈중, 대원중에 안전하게 입학하려면 각각 2000만~5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원국제중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다. 감사를 받아보면 거짓 소문이라는 게 판명날 것”이라며 모든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영훈중 관계자 역시 “이런 것에 대응할 위치가 못 된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그만큼 국제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최근 기사에 나온 내용들은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로열패밀리 전용’ 외국인학교 전격 분석 ‘검은머리 외국인’이 70% 이상 강남 대치동 열혈 ‘맘’(mom)들 사이에서 떠도는 얘기다. 국제중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국내파 귀족층 자녀들이, 외국인학교는 하버드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층 로열패밀리 자녀들이 지원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쉽게 말해 ‘진짜배기’ 거물급 인사들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국제중보다 외국인학교를 여전히 더 선호한다고 한다. 사실 외국인학교는 입학과정에서부터 고위층 인사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경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혐의로 인천지검으로부터 불구속 기소된 46명의 인사들 대부분이 이른바 재계 고위층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사설 브로커를 통해 불가리아, 과테말라, 영국 등의 위조된 여권으로 자녀를 부정입학 시켰다가 덜미를 잡혔다. 고위층 인사들이 검찰과의 불편한 줄다리기를 각오하면서까지 외국인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 외국인학교 K 스쿨 학부모 채 아무개 씨(40)는 “국내 외국인학교는 국제중과는 달리 미국 아이비리그가 최종목표다. 해외대학 학비가 억대를 호가하기 때문에 단순히 돈 좀 있는 ‘사’자 자녀들이 아니라 진짜 벌가(재벌), 고위급 외교관, 유력 정치인 자제들이 주로 입학한다”며 “돈만 들이면 하버드대나 예일대를 갈 수 있는데 굳이 ‘국제중, 특목·자사고’ 라인으로 보내서 입시지옥을 경험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외국인학교에도 고위층 인사들의 선호도에 따른 그들만의 ‘순위’가 있다는 것. 지난 7년 간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서울 연희동) S 스쿨은 입학 시즌마다 자녀를 둔 고위층 인사들이 직접 찾아와 ‘읍소’를 하고 가는 걸로 유명하다. 이유인 즉 S 스쿨의 경우 학부모 모두 해외 시민권자여야 대기 명단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일부 고위층 학부모들은 학교 관계자 몇몇에게 ‘집안 계보’, ‘인맥’을 소개하거나 자신들이 ‘하버드 출신’임을 강조하며 불충분한 자격요건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S 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를 하는 사례도 적잖다. 또 다른 유명 외국인학교 K 스쿨 학부모 김 아무개 씨(39)는 “S 스쿨 대기명단에 아이 이름을 올려놓고 이미 합격한 K 스쿨을 다니게 하고 있다. 혹시 자리가 나면 전학을 가거나 아래 학년으로 새로 입학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S 스쿨의 1년 학비는 약 3200만 원 수준. ‘학비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좋은 인맥은 돈 주고도 못 사는데 (기자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며 황당하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김 씨에 따르면 S 스쿨에는 UN 등 국제기구 소속 고위직 자녀들을 비롯해 K 대 창시 가문 손녀, 모 항공사 고위층의 자녀들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김 씨는 “간판은 외국인학교지만 졸업앨범을 펼쳐보면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사실상 한국학교나 다름없다. 미국 역사와 미국 대통령을 공부한다는 걸 제외하고는 고위층 토종들의 인맥교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Y 스쿨은 다국적기업 인사나 유력 정치인의 자녀들이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초등학교 출신 학생은 받지 않는다는 설이 있어 ‘힘’ 있는 정치인이나 고위급 외교관 자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또 다른 S 스쿨은 한 유명 가수로 인해 입소문을 탄 케이스. 유명가수 이 아무개 씨가 S 스쿨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 입학한 일화가 알려지면서 이른바 ‘대치 맘(mom)’ 사이에서 아이비리그 신흥 등용문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K 스쿨은 국내 어학 업체에서 설립한 외국인학교. 주로 의사, 변호사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K 스쿨 학부모 이 아무개 씨(37)는 “의사 자녀들도 꽤 있지만 이곳 역시 억 소리 나는 경제력을 가진 집안 자제들이 많이 다닌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기사 딸린 고급 세단을 타고 등교하는 건 예사고, 학교 근처에서 베이비시터들이 항시 대기하며 등하교를 돕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씨는 “아이스하키 승마 등 특이운동 과외와 영어 사교육까지 시키려면 월 150만~200만 원이 더 든다. 학비까지 합하면 한 명 당 1년에 5000여 만 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면서 “일부 외국인학교에선 찬조금을 낸 순서대로 발표를 시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은밀한’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
신흥 귀족학교 ‘드와이트스쿨’이 뭐길래 ‘돈’만으론 꿈도 못꿔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드와이트스쿨. 이곳은 로열패밀리들 사이에서 신흥 귀족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개교하자마자 각종 잡음이 불거져 나올 정도로 이 학교를 둘러싼 로열패밀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며느리 박상아 씨(40)가 드와이트 스쿨과 관련해 지난 2월 20일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현대가 며느리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32)도 2월 말경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의 자녀가 입학자격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드와이트 스쿨에 순조로이 합격한 게 문제가 됐다. 외국인학교의 경우 부모 중 한 사람 이상이 해외시민권자이거나 자녀의 외국체류 기간이 3년 이상 돼야 한다. 그러나 박 씨 부부는 비시민권자이고 박 씨의 자녀 또한 해외체류기간이 3년 미만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박 씨 부부를 비롯해 일부 유명 인사들이 그들의 자녀를 (드와이트 스쿨에) 입학시키는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한 의혹이 있는지의 여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한 외국인학교 학부모는 최근 기자에게 “제 아무리 돈 많은 의사나 전문직이라도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볼 학교로 드와이트 스쿨이 뜨고 있다”며 신흥 귀족학교의 등장을 소개했다. 이 학부모는 “지난해 드와이트 스쿨이 개교한다는 소식에 ‘있는’ 집 학부모들이 들썩였던 것은 사실이다. 갑작스러운 개교여서 박 씨 등의 고위층 인사들이 급하게 자격요건을 마련하다 탈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드와이트 스쿨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본교를 둔 명문 사립학교로 런던 베이징 빅토리아(캐나다) 3곳에 이어 이번에 서울에서 네 번째 둥지를 틀었다. 국내에 초·중·고등학교로 구성된 세계적인 명문학교가 유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인 데다 본교에서 교사를 직접 보내기 때문에 ‘오리지널’을 경험할 수 있단 이유로 로열패밀리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한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