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유신정권에 항거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 장준하 선생의 사인이 외부 가격에 의한 것이라는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왔다.
장준하 선생 사인 진상조사공동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준하 선생 유해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9일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규명 100만인 서명운동 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두개골과 엉덩이뼈(관골) 골절이 동시에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외부 가격으로 두개골이 함몰돼 즉사한 뒤 추락해 엉덩이뼈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는 장준하 선생이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시 약사봉에서 실족사했다는 당시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 교수는 “때릴 경우 때린 쪽 뇌에 손상이 생기지만 넘어졌을 때는 반대편 뇌가 손상된다”면서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은 반대쪽이 깨끗해 넘어져서 손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엉덩이뼈의 골절과 관련해서는 “엉덩이뼈에 골절이 일어나려면 해머나 큰 돌로 찍어야 하는데 시신 사진에는 이로 인한 손상이 없다”며 “평면에 떨어져서 골절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신에서 출혈이 거의 없었던 점을 들어 두개골 손상으로 사망한 뒤 시신이 추락해 엉덩이뼈가 골절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 “약사봉에서 발을 헛디뎌서 떨어졌다면 지면과 붙으면서 내려와 피부에 손상이 엄청나게 많겠지만 장준하 선생의 시신에는 찰과상이 별로 없다”며 실족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장 선생의 유골은 2011년 8월 파주 광탄면 묘소를 현재의 장소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때 장 선생의 두개골 등에서 타살의혹이 제기돼 장준하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유골 정밀감식 조사를 진행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는 “아버님의 관을 두 번씩 여는 큰 죄를 지으면서도 이 나라에서 이런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밀 감식을 결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아버님이 꿈꿔왔던 조국의 모습을 보는 날까지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penpop@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