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기는 계속 된다. 이번에는 더욱 잔인한 장면이 연출된다. 한 마리의 개가 다리를 물리더니 이내 목덜미까지 내주고 만다. 죽지 않으려는 발버둥일까. 힘없이 처져있던 개 역시 자신을 물고 있는 개의 목덜미를 노린다. 그러나 먼저 목을 물린 개는 배를 뒤집은 채 네 다리를 부르르 떨며 항복의 뜻을 표한다.
이미 바닥은 막 떨어진 핏자국들로 엉망이 된 상황. 하지만 힘겨워하는 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자는 “누가 이길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기술이 장난 아니다”라는 말을 쏟아내며 흥을 돋울 뿐이다. 이후 몇 차례 싸움이 진행되고 두 마리의 개가 배를 뒤집고서야 잔혹했던 투견 중계는 막을 내린다.
이 잔인한 장면은 국내에 처음 등장한 투견 도박 사이트 ‘매드독’에서 실제 중계됐던 경기 모습이다. 지난 3월 초에 개설된 이 사이트는 불과 보름 만에 260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모집해 도박판을 벌였다. 하루 한 차례씩 정해진 시간에만 5~8개의 투견 동영상을 상영했는데 승패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도박이 이뤄졌다.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투견 프로필과 출전명세까지 제공했다. 점차 투견 도박꾼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 도박으로 걸린 사람들이 해외로 도주해 필리핀에서 열리는 경기를 중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도박이나 유흥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다. 결국 동물자유연대의 신고로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사이트 인터넷 프로토콜 추적 결과 일본으로 할당된 주소로 나왔다. 하지만 투견 판 자체는 제3국에서 벌어졌을 가능성도 높아 국제공조수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이트 개설자는 물론이고 도박에 참여한 회원들까지도 모두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