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초적 본능>에서의 샤론 스톤.
하지만 이제 이런 시절은 지나갔다. 더 이상 할리우드에서 베드신은 흥행 보증 수표가 아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8개월 동안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베드신은 사라졌으며, 대신 그 자리를 훈훈하고 따뜻한 가족영화나 과격하고 폭력적인 액션영화가 차지했다. 훈남이 한 명쯤 나온다면 더욱 금상첨화다. 할리우드가 이렇게 건전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영화를 선택하는 주된 관객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청소년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 흥행과 수익을 고려했을 때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손해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가 조사한 결과, 데이트를 할 때 어떤 영화를 볼지 선택하는 주체가 여성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극장을 찾는 청소년들 수가 늘어나면서 흥행 성적을 좌우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은 영화 제작자들로 하여금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멀리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가 됐다. 이런 현상은 또한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아르고> <링컨> <레미제라블> <장고:분노의 추적자> 등 후보에 올랐던 대부분의 영화들은 폭력적인 장면은 있을지언정 베드신은 없었다.
반대로 최근작 가운데 ‘섹스’를 주제로 했다가 흥행에 실패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과 <페이퍼보이>가 있다. 두 영화는 각각 헬렌 헌트가 섹스 테라피스트로, 그리고 니콜 키드먼이 과감한 노출을 선보이면서 열연했지만 박스오피스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와 관련, 마케팅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의 빈센트 브루지스는 “과거에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지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서 무조건 베드신을 삽입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장면들이 미리 시나리오 단계에서 삭제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할리우드에서 베드신이 사라지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 인터넷의 발달을 꼽았다. 인터넷을 통해서 포르노 영화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더 이상 할리우드 베드신이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