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친박 MC’ 기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왼쪽부터 정치평론가 고성국, 방송인 임백천, 가수 은지원 씨.
이번 KBS 봄 개편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인물은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였다. 고 씨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친박 성향으로 통한다. 특정 정치 성향이 반영된 평론으로 논란이 됐던 고 씨는 KBS 1라디오에 신설되는 <생방송 글로벌 대한민국>이라는 저녁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낙점됐다. 그러나 내부의 반발로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3일 열린 MC선정위원회에서 고 씨의 하차가 결정됐다.
KBS 새노조 윤성도 정책실장은 “사측에 따르면 고 씨는 매번 섭외 1순위였다며 이번에 섭외된 것을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공정성”이라며 “고 씨는 KBS 대선보도 자문위원으로, 당시 보수진영 쪽으로 섭외된 인물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KBS가 고 씨의 성향을 공식적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KBS 1라디오 <경제투데이> 진행자로 낙점됐던 기업인 최양오 씨도 자진 하차했다. 애초 최양오 씨에 대해선 내부의 반대가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행정가, 기업가, 경제학 박사라는 경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
그러나 최양오 씨가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의 처남이라는 사실과 선친인 최치환 전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군관학교 1년 후배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친박 코드’ 논란이 일었다. 윤성도 정책실장은 “최양오 씨는 경력이 좋았다. 하지만 방송경험도 전무한 상황이었다”며 “무엇보다 진행자가 선정되는 과정을 PD도 몰랐다. 서기철 라디오1국장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MC선정위원회조차도 거치지 않은 인선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2TV 예능국 상황도 많이 다르지 않다. KBS 2TV <비타민>을 9년 9개월 동안 진행한 정은아 아나운서가 하차하면서 이휘재, 은지원, 박은영 아나운서가 새로운 진행자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은지원 씨가 발탁이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현재 강석우 씨와 오정연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는 KBS 2TV <세대공감>의 새로운 MC로 임백천 씨가 물망에 오르는 것도 새삼 논란거리다. 임 씨는 나무랄 데 없는 진행자. 하지만 그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운동을 한 경험이 있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절친’이라는 이유에서다. 임 씨와 박 회장은 1958년생 동갑이자 ‘임형, 박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씨는 지난 2004년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의 결혼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코드 논란에 KBS 홍보실 측은 “진행자 인선은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뿐 정치적 성향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정권교체기 ‘코드 인사’ 반복 ‘MBC 신임 사장은…’ 촉각 방송사나 언론기관의 ‘코드 인사’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어 왔다. 전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언론기관 인사는 ‘이명박 캠프 사단’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방송통신위원장에 ‘방통대군’으로 불린 최시중 이명박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 KBS 이사장에 ‘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유재천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양휘부 이명박 캠프 방송특보단장, YTN 사장에 구본홍 이명박 캠프 방송특보, KBS 사장에는 김인규 이명박 캠프 방송전략실장이 내정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때도 마찬가지였다. KBS 사장에 서동구 노무현 캠프 언론고문과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이 차례로 임명됐다. 이어 MBC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문순 현 강원도지사가 MBC 사장에 앉으면서 여야 간 논쟁은 정점에 달했다. 한겨레신문 편집위원장과 사장을 지낸 김중배 씨가 김대중 정부 때 MBC 사장을 맡은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사무직 노동운동의 대부’ 장명국 씨가 YTN 사장으로 임명 됐을 때도 논란이 이어졌다. 이제 방송가의 눈은 김재철 사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MBC로 쏠리고 있다. 과연 박근혜 정부는 반복되는 코드 인사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까.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