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하우스 낚시터 내부. 기자가 들어가자 대대적인 단속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듯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전영기 기자
특히 주택가 등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실내 낚시터는 일반인들도 도박의 덫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단속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방’을 노리는 낚시꾼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실내 도박 낚시터의 실태와 그밖에 특이한 도박 방식들을 심층 취재했다.
서울 중랑구의 상가건물에 있는 한 실내낚시터. 지하 1층 입구로 들어서니 어두컴컴한 실내가 드러났다. 물고기가 헤엄치는 커다란 욕조를 둘러싸고 손님들이 앉는 의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사장 A 씨는 “손맛만 보려면 2만 5000원, 꼬리표 낚시하려면 한 시간에 1만 원이다”라며 가격대를 알려줬다. 꼬리표 낚시가 무엇인지 묻는 기자에게 사장은 “꼬리표가 붙은 고기를 낚으면 해당 경품을 준다. 운이 좋으면 금반지도 낚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단 꼬리표 낚시를 하기 위해 장비를 빌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맞은편에는 두 명의 남성이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기자가 방문한 오후 6시경에는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A 씨는 “평일에는 보통 오후 9시부터,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주말에는 특별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이벤트는 정해진 시간 내에 제일 큰 고기를 잡는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 ‘대물게임’, 화투 ‘섰다’ 게임을 낚시에 도입한 ‘끗수 게임’ 등등 다양했다. A 씨는 “끗수게임은 뒤에 두 숫자를 쓴다. 고기 중량이 318g이면 ‘18광’인 셈이다. 끗수게임은 돈을 지급하는 이벤트는 아니지만 나오는 금액만큼 요금할인을 해준다”고 말했다.
1시간쯤 지나자 단골로 보이는 손님들이 몇몇 찾아오기 시작했다. 낚시를 즐기던 그들은 이내 서로 ‘근사치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근사치 게임은 중량 기준을 정하고 그 중량에 가장 근접한 고기를 잡는 순으로 순위를 매기는 게임이다. 한 손님이 먼저 고기를 잡자 주변에서 “얼쑤”하며 흥을 돋웠다. 잡은 고기를 저울에 달고 무게를 재자 모든 손님이 볼 수 있는 상단 전광판에 중량이 떴다. 중량이 부족한 탓인지 전광판에서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동요가 흘러나왔다.
이벤트 경품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에게 A 씨는 “주말에 오면 알 수 있다. 양주나 찻잔 등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예전 실내 낚시터는 100만 원까지 상금을 주기도 했었는데 요즘엔 그 정도로 사행심을 조장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전광판으로 안내되는 이곳의 이벤트 상금은 25만 원선. 하지만 실내낚시터에서 경품이나 상금을 제공하는 행위는 도박개장죄에 해당하는 엄연한 ‘불법’이다.
수십 년 동안 낚시용품점을 운영했다는 한 업자는 “이벤트를 하지 않는 실내 낚시터는 거의 없다. 이벤트에 따라 손님이 몰리고 영업이익이 좌우되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실내 낚시터는 규모가 작기에 포상 규모도 작다. 100개 이상 좌석을 갖춘 하우스 낚시터의 이벤트에 비하면 소소한 편”이라고 밝혔다.
하우스 낚시터는 비닐하우스 안에 낚시터를 개설한 것으로 전국에 1000여 개의 업소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의 업자는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김포 시흥 고양 쪽의 하우스 낚시터가 도박으로는 가장 유명하다”며 “보통 대물게임, 중량게임을 많이 하고 1등 상금은 200만 원에서 450만 원까지 다양하다. 파주 쪽은 통상 ‘금반지탕’으로 통한다. 금반지를 단 꼬리표 낚시를 주로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우스 낚시터에 정통한 낚시인 B 씨가 전한 내용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B 씨는 “상금은 남들이 안 보이는 은밀한 곳에서 전달하거나 계좌이체를 해준다. 최근에는 5만 원 상당에 낚시터 무료입장권을 주기도 하는데 이것도 모두 현금으로 바꿔준다”며 “몇몇 하우스 낚시터는 ‘꾼’들을 관리하는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이벤트를 개최하기 전 문자로 안내를 해주는데 단속에 걸릴 것을 염려해 내용을 그냥 ‘합니다’ 정도로 압축해 보내는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한국낚시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1000여 개의 하우스 낚시터 중 불법 사행성 영업을 하는 하우스 낚시터가 수도권에만 300여 개, 전국에는 600~7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의 업자는 “불법 하우스 낚시터 업자는 단속에 걸려도 ‘벌금만 조금 내고 만다’라는 생각이 만연해있다. 때문에 대대적인 단속에도 사행성 하우스 낚시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도박의 어두운 그림자는 낚시터뿐만 아니라 ‘보드카페’에도 널리 퍼져 있었다. 간판은 보드카페로 달아놓고 안에서는 포커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덤 등 칩과 현금이 오가는 카드 도박을 즐기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이런 불법 도박장은 서울 강남과 압구정 등지에 암암리에 퍼져 10여 곳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보드카페를 내세우며 “홀덤 치는 것 가능하다” “카지노를 연상케 하는 내부 인테리어” 등 도박꾼들을 유혹하는 광고를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강남에서 불법 보드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자는 “유학생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오후 9시에 개장하고 새벽까지 운영하는데 사람이 많을 경우 낮 시간까지 문을 여는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판돈은 한판에 보통 3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오고간다고 한다. 이용자가 카운터에서 칩을 환전하면 수수료의 10%를 업자가 가져가는 구조다. 일부 보드카페는 게임이 끝나고 남은 칩 액수를 인터넷 포커사이트에 사이버 머니로 적립해주기도 한다. 앞서의 운영자는 “게임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몇 십만 원은 필요하다. 담배, 음료는 모두 공짜고 가끔 토너먼트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불법 보드카페는 단속을 피해 2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한다고 한다. 압구정에서 불법 보드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자는 “요즘엔 하도 단속이 심해 압구정 쪽의 가게들은 장사를 한수 접은 상태고 대치동 쪽은 거의 단골손님 위주로만 받고 있다. 현재 이사를 준비 중이니 이사가 완료되면 금방 연락을 드리겠다”며 기자의 이름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불법 보드카페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강남을 피해 경기도 지역으로 숨어 들어가기 시작한 것. 성남 지역에서 보드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자는 “일반 보드게임뿐만 아니라 밤새도록 하는 카드게임도 가능하다. 수가 부족할 경우에는 짝을 맞춰 드리겠다”라고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첩보를 통해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워낙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고 현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하지 못하면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라고 밝혔다. 도박단속을 하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패 보이는 온라인게임 실체 PC방에 악성코드 심기 이들은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한게임 ‘포커’ 게임을 노렸다. 상대방의 패가 보이는 프로그램을 구했던 것.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는 수법인데 직접 PC방을 찾아 감염된 USB를 몰래 꽂는 수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한번 재시작이 되면 초기화가 되는 PC방 컴퓨터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해킹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이 씨는 PC방 보안관리업체 직원들을 매수하기에 이른다. 매수를 당한 6명의 직원은 컴퓨터가 재시작되더라도 악성 프로그램이 지워지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그 대가로 이 씨에게 매월 400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들이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한 PC방은 전국 50여 곳. 컴퓨터가 총 5600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9개월에 걸쳐 실시한 해킹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금액은 총 7억 원에 달했다. 이같이 상대방의 패를 보며 사기도박을 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어왔다. 지난 2009년 유 아무개 씨는 중국 해커로부터 ‘PC쉐어’라는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했다. PC쉐어는 상대방의 패를 볼 뿐만 아니라 상대방 컴퓨터를 원격 조종하는 유명한 해킹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유 씨는 이 프로그램으로 무려 1만여 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5억여 원을 챙긴 바 있다. 당시 피해자들은 “이상하게 유 씨가 개설한 방만 가면 유독 많이 잃었다”며 “가끔 마우스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윷놀이 도박판 실태 종묘공원에서 버젓이…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지는 현장. 7년 전 보라매공원에서 최초로 윷놀이 판을 벌였다는 C 씨는 “처음에 윷놀이판은 절대 사행성으로 진행한 게 아니었다. 노인들끼리 취미 생활로 담뱃값 내기나 막걸리 내기가 전부였다. 심지어 공원 직원들까지 재미로 윷놀이에 참여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C 씨는 “그러다가 점점 인기가 많아지자 이권을 노린 건달들이 윷놀이판에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도박판으로 변질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신도림 용산 등 수없이 많은 곳에서 윷놀이 도박판이 진행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윷놀이 도박은 보통의 윷놀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말 4개를 갖고 2개 팀을 나누어 말을 먼저 내보내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이때 게임을 하지 않는 관전자도 선호하는 팀에 판돈을 걸 수가 있다. 판돈을 건 팀이 승리한다면 관전자도 판돈을 배분받을 수 있는 식이다. 윷놀이 판이 한번 벌어지면 관전하는 사람은 평균 20~30명, 많으면 70~80명까지 늘어난다는 게 앞서의 C 씨 설명이다.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그만큼 인기가 좋다는 것. 판이 벌어지면 주변에 믹스커피나 막걸리를 한두 잔씩 파는 작은 노점이 들어서기도 한다. 윷놀이에 승리한 팀이 관전자들에게 막걸리를 돌리는 모습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서울 종묘공원에서도 자주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진다. 공원을 오랫동안 이용했다는 한 노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윷놀이 도박판을 벌이는 일당들이 있었다. 단속이 뜨면 윷놀이판을 들고 부리나케 도망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종묘공원과 창덕궁 등 종로 인근 공원 일대에서 윷놀이 도박판을 벌인 ‘종묘 윷놀이 도박단’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