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센텀시티(왼쪽)와 마린시티(오른쪽)는 문화 생활을 누리고 쇼핑을 즐기는 데 최적의 요건을 갖춰 젊은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대전광역시의 신흥부촌으로는 유성구 도룡동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은행이 발표한 통계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1~3위를 모두 도룡동이 휩쓸었다.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일개 야산에 불과했던 도룡동이 순식간에 부촌으로 떠오른 데는 대덕연구단지의 덕이 컸다. 연구단지 인근이 연구원 전용 주거지로 개발되면서 출발부터 ‘고급스러움’을 갖춘 것이다.
이렇게 개발된 도룡동 인근의 고급주택단지는 초반엔 연구원들의 입주만 가능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반인에게도 개방이 되면서 도룡동은 대전 제일의 부촌으로 떠올랐다. 현재 도룡동은 200여 가구에 달하는 고급주택단지가 조성돼있으며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전문직, 대기업 오너 등도 이곳에 터전을 잡고 있다. 유흥시설이 전무하고 뛰어난 학군과 자연친화적인 환경 덕분에 연구원 신분으로 이곳을 찾았다 아예 뿌리를 내리는 고위공무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전 도룡동 주공타운하우스. 최준필 기자
다음은 대구로 가보자. 대구광역시 시민들에게 “신흥부촌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만장일치로 수성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성구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고급빌라가 자리하면서 외적으로도 부촌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명품학군’으로 불릴 정도로 교육열도 상당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수성구라고 해서 다 잘 사는 것은 아니다”는 덧붙임이 항상 함께였다. 중심지를 약간만 벗어나도 낙후된 곳이 수두룩하다는 것. 때문에 대구에서는 수성구 전체를 부촌으로 부르기보다는 값비싼 아파트 단지 하나하나를 부촌이라 부르고 있었다. 고급 주거단지로 소문난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제니스, 범어우방엘리시온, 황금동 태왕아너스, 지산동 경일원 등이 진정한 대구의 부촌이다.
수성구 주민들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태왕아너스에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마주하는 아파트와 가격이 두 배 차이가 나니 알게 모르게 차별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학군이 좋아 무작정 수성구로 이사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애들도 어떤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끼리끼리 몰려다닐 정도다”고 말했다.
광주 용수마을은 전원생활을 즐기는 노년층 비율이 높다. 원 안은 일곡마을의 한 저택.
북구 일곡지구의 ‘일곡마을’도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새로 생겨난 부촌 중 하나다. 일곡지구는 남구 봉선동처럼 광주에서 서울 강남 못지않은 학군을 자랑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데다 주변에 유흥시설이 적어 자녀교육에 적합한 곳으로 소문나 젊은 부자들이 몰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곡마을 바로 앞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몰려있으나 소득으로 볼 땐 비교가 안 된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일곡마을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아파트와 주택 사이에 학교가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부촌과 중산층이 갈린다. 일곡마을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은 이들이 많다”며 “일곡마을에서도 진정한 부자들은 서울 부촌 못지않아 높은 담벼락과 이중철문의 철통보안을 자랑한다. 가보면 눈에 딱 뜨인다”고 말했다.
수완지구 장덕동과 신창지구 용수마을도 전원주택 부촌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곳은 학군보다는 ‘살기 좋은 동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용수마을은 ‘도심 속 청정마을’을 모티브로 명품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외부인들의 출입은 입구서부터 막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마을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선정, 쾌적한 주거지역 만들기에 안간힘이다. 농작물을 경작할 때도 제초제나 농약사용을 금할 정도다.
대구 지산동의 빌라 경일원(왼쪽)과 황금동 태왕아너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우동의 주상복합단지인 마린시티는 서울 강남 못지않은, 지방 부촌의 화룡점정을 찍는 곳이다. 우선 마린시티는 외관만으로도 여느 지방 부촌을 압도한다. 아직 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70층이 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이 몰려있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려한 경관을 연출한다. 주변 환경도 타 지방의 부촌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보통 신흥부촌은 주거에만 초점을 맞춰 형성되기 때문에 문화나 쇼핑은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린시티는 주거와 문화, 쇼핑이 완벽하게 삼박자를 이룬다. 그것도 ‘최대·최고급’으로만 상권이 갖춰져 있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던 프리미엄 마켓인 ‘SSG 푸드마켓’뿐만 아니라 불과 5분 거리에 단일규모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위치하고 있다. 최고급 레스토랑도 즐비하다. 여기에 부산지역 최대 관광지로 유명한 해운대 바다까지 마치 정원처럼 가까이하고 있다. 이처럼 마린시티가 독특한 특징을 보이는 데는 ‘젊은 부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마린시티만큼 젊은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없을 것이다. 이들 대다수는 사업을 하거나 의료·법조계에 종사하는 고소득층인데 생활방식이 서구적이다. 때문에 외식비율도 높고 버는 만큼 지출도 상당하다. 때문에 이들을 상대로 한 상권이 잘 발달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린시티에는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들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앞서의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주변 경관이 좋고 부촌으로 소문나면서 유명 연예인들도 별장 개념으로 이곳에 집을 가진 이들이 꽤 있다. 울산 창원 진주 등 인근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아 생업은 그곳에서 하되 거주지는 이곳으로 두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라며 “특정 아파트에는 돈 많은 일본인, 중국인들이 몰려 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산 대전 광주 대구=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마린시티 빛 좋은 개살구? 여름엔 땀 뻘뻘 겨울엔 오들오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는 외벽 전체가 유리로 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즐비하다. 덕분에 낮에는 햇살을 반사시키며 반짝이고 밤에는 훌륭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막상 주상복합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한다. 빛 반사로 인해 시각적인 피해를 입을뿐더러 온도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층에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인근 주상복합에서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눈부심이 생겨 커튼을 닫고 산다. 이 빛 반사 때문에 내부 온도가 높아져 6월부터 전기료가 기본 100만 원씩 나온다. 적어도 10월까지는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며 “지난여름에는 아이들이 열사병에 걸릴까봐 한창 더울 땐 인근 호텔에서 묵기도 했다. 도대체 내 집 놔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겨울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 다른 주민은 “활동공간과 창문이 분리돼 있지 않다 보니 냉기가 그대로 스며든다. 덕분에 겨울엔 난방비가 주변 아파트보다 3~4배는 많이 든다. 제대로 통풍, 환기가 되지 않아 난감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
부촌 경비원들은 괴로워 때론 개인 집사 노릇까지… 밤낮이 따로 없는 2교대 근무에 월 80만~100만 원을 받는다는 대구광역시 부촌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인근 아파트와 별다를 바 없는 보수이지만 업무강도는 2배 이상 센 편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곳에서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택배물품 하나라도 없어지는 날에는 난리가 난다. 고가의 상품들이 배송되는 경우가 많아 경비원들이 상당히 신경을 쓰는데도 간혹 물건이 사라질 때가 있는데 무조건 우리들 책임으로 물린다. 항의하다 지쳐 2개월치 월급을 물어주고 그만둔 경비원도 있다”고 말했다. 불과 19세대밖에 살지 않는 광주의 한 고급빌라 경비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비원이라는 이름 아래 분리수거, 환경미화, 통학차량 지도, 심지어 개인집사 노릇까지 그의 몫이다. 한 60대 경비원은 “차가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뛰쳐나가 인사를 하고 배웅을 해야 한다. 야간근무를 설 때도 마찬가지라 한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의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경비원은 기자와 대화를 하는 것조차 꺼렸다. 순찰을 도는 한 경비원을 따라가서야 몇 마디 들을 수 있었다. 그는 40대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경비원이었는데 “애들 다루기가 제일 힘들다. 워낙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혼나는 것에 대해 익숙지 않다. 쓰레기를 버리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지적하면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부모에게 연락을 한다. 그러면 부모가 당사자가 아닌 관리소장을 찾아가 소란을 피워 경비원들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물론 배려 깊은 주민들도 있기에 일할 맛이 난다는 경비원도 있었다. 대구의 또 다른 부촌 아파트 경비원은 “매일 잡상인과 씨름하고 주변 환경관리에 신경을 쓰느라 몸이 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명절만 되면 조기, 한우, 고급선물세트 등 일반 아파트 경비원들은 꿈도 못 꿀 선물을 전해주며 한 해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 분들도 있어 지금껏 일할 수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