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스틸컷.
젊었을 때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생활에 치여 꿈을 접고 살아가는 옆집 아저씨, 노래는 못하지만 장사 홍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어설픈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구멍가게 사장 등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우리 동네 아저씨들의 모습이다.
무려 33년의 역사를 지닌 <전국노래자랑>은 참가자 100만 명, 본선 진출자 3만 명, 관람객 10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지닌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미 익숙한 방송인 <전국노래자랑>을 다룬 영화에 대해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도 진부하고 유치한 코믹 영화라고 치부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6년 만에 다시 영화 제작자로 나선 개그맨 이경규가 “이날만큼은 국민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한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몸매도 외모도 전혀 연예인스럽지 않은 봉남(김인권)은 저녁에는 대리운전, 낮에는 생활력 강한 아내 미애(류현경)의 미용실을 도와주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다. 어느 날 자신이 살고 있는 김해시에 <전국노래자랑>이 열린다고 하자 젊은 시절 가수가 꿈이었던 그의 가슴도 뜨거워진다. 결국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내 몰래 노래자랑에 참가하고 갈등은 시작된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산딸기 엑기스 상품 홍보에 혈안이 된 사장의 압력과 짝사랑하는 동료 동수(유연석)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래자랑에 참가하는 현자(이초희)의 러브스토리, 할아버지를 떠나기 전 노래자랑 무대에 오르는 효녀 손녀딸 보리(김환희)의 사연 등은 노래자랑을 축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다.
못 들어줄 정도로 ‘박치’임에도 진지하게 ‘카스바의 여인’을 노래해 웃음을 선사한 김수미와 특별출연한 <전국노래자랑>의 마스코트 MC 송해도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극히 따분한 스토리지만 마지막에 눈물 한 방울 흘리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 스토리가 우리의 거울을 보듯 리얼하기 때문이다. 봉남이 부르는 ‘챔피언’은 그토록 처절할 수가 없다. 그 순간 배우 김인권은 우리 집 삼촌 혹은 이웃집 아저씨와 오버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중간중간 툭툭 튀어나오는 개그 소재들은 작위적이기보다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실생활 ‘웃음’ 코드를 전달해 흡입력을 높이고 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갖가지 사연으로 시끌벅적했던 <전국노래자랑>의 1등은 누가 차지했는지 여부다. 노래자랑이 끝난 후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봉남의 손에는 아내를 위해 산 작은 꽃다발이 전부다. 이경규가 선택한 <전국노래자랑>의 대상 수상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 결과는 오는 5월 1일 개봉되는 영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