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빌 게이츠가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악수를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불거진 ‘악수게이트(Shakegate)’를 접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겸 테라파워 회장(57)은 혹시 속으로 이렇게 말하진 않았을까. ‘악수게이트’란 얼마 전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던 게이츠 회장의 매너를 둘러싼 논란을 일컫는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게이츠 회장의 태도가 무례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오해였는지에 있었다.
이와 관련, 게이츠 회장의 태도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일명 ‘빌 게이츠식 악수법’이라고 불리는 그의 이런 악수 습관이 사실은 오래된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습관이 있는 그가 지금까지 세계 정상들이나 중요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를 했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아무리 개인적인 습관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문화권의 나라를 방문할 때에는 그 나라의 예절을 따르는 게 맞지 않느냐며 비난하기도 한다. 이런 실수는 사실 낯선 외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해외 여행객들이나 업무차 출장을 가는 직장인들 모두 마찬가지다. 이번 게이츠의 악수 논란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인사 문화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경우에는 아시아권은 물론이요, 유럽권에 비해 격식을 차리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게이츠의 이번 ‘주머니 악수’ 논란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코 상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저 ‘미국 스타일’의 친근감 표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AP통신은 이런 ‘미국 스타일’이라는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아무리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도 세계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서조차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악수를 하는 그런 나라는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게이츠의 이번 태도는 미국식이 아닌 그저 ‘빌 게이츠식 악수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게이츠가 세계 정상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동일한 자세로 악수를 나눈 사례는 많았다. 가령 지난해 인도의 S.M. 크리슈나 외무장관을 만났을 때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그리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예의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 멀리 2006년에는 타보 음베키 남아공 전 대통령과도 같은 자세로 악수를 나눈 바 있다.
이쯤 되면 주머니에 손을 넣는 자세는 게이츠의 습관이라고 해도 무방할지도 모르겠다. 악수를 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늘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 앤 컴퍼니’가 주최한 미디어 컨퍼런스에서도 길을 걸을 때나 서 있을 때 시종일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으며, 파리에서 알랭 쥐페 외무장관과 나란히 서있을 때 역시 동일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었다. 이런 게이츠의 태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내성적인 게이츠의 성격을 드러내는 무의식적인 습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타보 음베키 남아공 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주머니 악수를 나눈 바 있다.
가령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는 인사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악수를 나누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볼에 키스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악수를 나누지만 친한 사이일 경우에는 악수 대신 간단하게 인사말만 건네거나 ‘소셜 키싱’, 즉 볼에 입맞춤을 한다. ‘소셜 키싱’은 친한 남녀 간이나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도 흔하게 이뤄진다.
볼에 키스를 하는 것은 사실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이뤄지는 인사법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양 볼에 입을 맞추며,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악수를 하거나 혹은 볼에 키스를 나눈다.
아랍권 나라들은 가까운 사이의 남자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만나면 서로 포옹을 하면서 양 볼에 입을 맞춘다. 악수는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만 하며, 손을 금방 빼지 않고 가볍게 잡은 채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 예의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남녀가 만나는 것은 금기시되기 때문에 설령 이성을 길에서 만나더라도 절대 악수를 청해선 안 된다.
러시아에서는 악수를 할 때 상대의 손을 느슨하게 잡아선 안 된다. 마치 상대의 손가락 관절을 부러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세게 잡고 악수를 하는 것이 관례다. 또한 악수를 할 때에는 반드시 상대의 눈을 쳐다봐야 한다. 반면 여자들과 악수를 할 때에는 너무 힘을 주어선 안 되며, 여성들의 볼에 입을 맞출 때에는 세 번 하는 것이 예의다. 손등에 입을 맞출 때에도 세 번 하는 것이 정중한 태도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처음 만날 때에도 대개 악수를 청하는 것이 예의로 여겨진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상대가 여성일 때에는 반드시 남성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악수 외에도 나라마다 독특하게 여겨지는 풍습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인도의 경우 왼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결례로 여겨진다. 예부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다음 왼손으로 닦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왼손은 불결한 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시계를 선물하는 것은 금기다. 중국어로 시계를 의미하는 종(鐘)의 발음이 죽음을 의미하는 종(終)과 같기 때문이다. 즉 시계를 선물할 경우 상대가 죽길 바라거나 하는 일이 끝나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선물로서는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정치인들 사이서 인기가 있어 ‘정치인 악수법’이라고 불리는 ‘핸드 허그’를 아는지. ‘핸드 허그’란 서로 맞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포개어 잡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잡을 경우 따뜻하고 정다우며,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 사이에서 흔하게 행해지는 인사법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오해를 부르는 손동작 ‘손가락 OK’ 터키에선 금물 작은 손동작 하나도 다른 문화권에서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테면 엄지와 검지를 맞붙여 동그랗게 만드는 ‘오케이’를 뜻하는 손동작은 미국와 영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무언가에 동의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다. 하지만 그리스와 터키에서 이런 손동작을 했다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이들 나라에서 이 손모양은 매우 천박한 제스처로 비치기 때문이다. 또한 팔을 양 옆으로 흔드는 동작은 많은 나라에서 만날 때나 헤어질 때 하는 인사로 통한다. 또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일부 국가나 일본, 남미에서는 부정적인 의미인 ‘아니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이렇게 팔을 옆으로 흔들면 ‘이리 와’라는 뜻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검지를 접어 까딱이거나 손가락 네 개를 상대를 향해 까딱이는 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대한테 ‘이리 와’라는 의미로 통한다. 하지만 남유럽에서는 ‘안녕’이라는 인사의 의미가 된다. 반면 필리핀에서는 검지는 개를 부를 때에만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이런 제스처를 취해선 절대 안 된다. 또한 검지로 사람을 직접 가리키는 것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이나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남미 등지에서도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나라들에서는 검지는반드시 사물을 가리킬 때에만 사용하는 것이 관례다. 때문에 검지는 절대 사람을 향해서는 안 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