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김 아무개 씨의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작은 사진은 김 씨가 투신한 7층 테라스 입구(왼쪽)와 그가 떨어진 3층 화단 출입문. 각각 출입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람이 그렇게 죽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매장은 돌아가는 게 어색하다. 아직도 김 씨가 눈에 선하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 직원은 김 씨를 기억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4층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하던 김 씨는 지난 4월 21일 백화점 영업이 끝난 뒤 백화점 7층 야외 테라스 가든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는 투신 직전 직원과 관리자 등 32명이 함께 대화하는 카카오톡 대화창에 “대리님,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힘들어서 저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 씨가 언급한 ‘대리님’은 매장 매니저들을 관리하는 ‘파트매니저’ A 씨로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서 청량리점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한다. 김 씨가 청량리점에 들어온 시점은 지난 2월경. 즉 김 씨와 A 씨가 얼굴을 본 기간은 한 달여 정도가 되는 셈이다. 전언에 따르면 A 씨가 들어온 이후 그가 담당하는 매장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한다. 한 매니저는 “A 씨가 본점에 있을 때부터 매출압박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A 씨가 청량리점으로 발령이 나자 일부 본점 판매 직원들이 떡을 돌렸다는 얘기도 들렸다”고 귀띔했다.
매니저들의 전언에 따르면 백화점 내부의 매출압박은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존재해왔다고 한다. 이번 청량리점 사건을 두고도 매니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백화점 판매 경력 30년차인 한 매니저는 “청량리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본점, 영등포점 등의 매출압박도 심각한 것으로 안다. 현대, 신세계, 롯데 중에 유독 롯데백화점이 심하다. 롯데백화점에서 한번 일해 본 사람들은 롯데 음료수도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근무하는 한 매니저는 “쉬쉬하고 있지만 매출압박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매출압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매니저들에 따르면 하루 매출 목표를 잡아 놓고 이를 무조건 달성하라고 강요하는 데서 매출압박이 시작된다고 한다. 판매 영업이기 때문에 목표를 잡는 건 둘째 치고라도 이 액수가 워낙 큰 것이 문제라는 것. 실제로 청량리점의 A 씨가 김 씨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오늘은 5백이라는 숫자를 가까이 하셔야겠어요. 팀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루에 500만 원의 매출을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매니저는 “매장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 500만 원에서 많으면 1000만 원까지 매출을 올리도록 목표가 떨어진다. 옷이 잘 팔리는 시즌이 아니거나 인기 없는 매장이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전했다.
김 씨가 파트매니저 등에 보낸 카톡 메시지. 김 씨의 딸이 페이스북을 통해 엄마의 죽음과 관련 억울함을 호소했다.
가매출 문제는 비단 서울 소재 백화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에서 근무하는 매니저 B 씨는 매출압박 사례를 더욱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B 씨는 “지난해 12월에는 1층부터 8층까지 백화점 전층 매출목표를 잡은 적이 있다. 보통 6월에서 12월에 매출 목표를 정하라고 하는데 이 달은 거의 매니저들 죽어나가는 달이라고 봐도 된다.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를 적어 내면 아침 조회부터 시작해서 하루 매 시간 목표를 체크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매출이 잘 안 나오는 날에는 회의실에 매장 매니저들을 모아 놓고 매출을 달성하지 못한 매니저들을 손을 들게 한다. 해당 매니저들에게는 ‘해당 본사에 연락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곧 ‘자르겠다’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거의 협박인 셈”이라고 전했다.
B 씨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경우 한 달에 두 번 정도 ‘고객 초대 데이’를 갖는다고 한다. 고객을 초대해서 매출을 더욱 올리는 날이다. B 씨는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고객 초대 데이를 통상 ‘카드 데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카드를 많이 긁는 날”이라며 “예전에는 매니저 카드로 결제한 가매출은 고객 매출이 생기기 전까지 백화점 측에서 취소도 안 해줬다. 사건이 발생한 최근에는 그나마 취소가 가능해졌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카드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능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매니저는 “어떤 파트 매니저는 매장 입점 면접을 볼 때 ‘카드 몇 장 있어요’라고 대놓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파트 매니저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매출압박의 정도에 차이가 있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 신세계 등 다른 백화점의 경우에도 매출압박은 일정 부분 존재하나 가매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매니저들의 전언이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복 매장 매니저는 “가매출을 할 경우 곧바로 감사가 들어오고 주의를 주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정 부분의 매출 압박은 어느 백화점에나 존재하긴 한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지나친 서비스 감시 ‘왕부담’ ‘암행어사’ 불쑥불쑥 화가 나도 ‘스마일’
백화점 판매직원들이 지나친 친절 강요로 고충을 겪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서 2개월가량 판매직원으로 일한 이 아무개 씨(26)는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가장 컸던 고충을 ‘휴식공간 및 휴식시간의 부족’으로 꼽았다. 이 씨는 “식사시간하고 화장실 가는 것 빼면 거의 10시간 가까이 서서 일을 했다. 그나마 쉬려면 비상계단을 이용하곤 했다”며 “그나마 있는 휴게실은 10명 정도밖에 쉬지 못할 정도로 매우 좁다”라고 전했다. 휴게시설의 부족은 오래된 백화점일수록 더욱 심각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직원은 “이곳은 휴게실이 아예 없다. 몇몇 층에 조금씩 만들어 놓긴 했는데 외부에 보여주려고 형식상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판매직 자체가 계속 서서 근무하는 직업이다 보니 무릎 관절염, 허리 디스크, 방광염 등 직업병도 속출한다. 한 명품화장품 판매직원 노조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 근로자의 30%(70여 명)는 유산 경험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10월 국내 한 백화점에서 매장 직원들에게 배포된 고객응대 매뉴얼에 따르면 “1선 근무자 1명은 (고객) 동선에서 100cm가량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며 고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위치에서 동선을 응시하고, 2선(2명)은 1선 뒤 양옆에서 대기”한다는 내용이 있다. 일산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직원은 “앉아있으면 바로 지적이 들어오니 일어서 있는 것은 이제 적응이 되어서 괜찮다. 다만 감시를 당한다는 사실이 조금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직원들이 전하는 가장 큰 고충은 바로 CS(Customer Service) 점검이었다. 백화점마다 다르지만 1년에 보통 2차례, 3개월가량 실시하는 CS 점검은 ‘미스터리 쇼퍼’라 불리는 백화점 측의 가짜 손님이 찾아와 친절도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점수가 미달되면 서비스 교육을 받거나 아침 출근 시간에 직원들이 출입하는 문 앞에서 서서 큰 소리로 인사 연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직원은 “점수가 미달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다. 본사에서 매일 사람이 찾아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업무하는 모습을 한 달 동안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영업직이라 물론 서비스가 중요하지만 가끔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어느 직장에서나 고충은 있기 마련이지만 서비스직이라 아무래도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직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힐링센터 운영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 진상고객도 가지가지 ‘화장품 살 건데…’ 풀메이크업 받고 쌩~
가장 진상 고객이 많은 물품은 단연 ‘옷’ 부분이다. 환불, 반품 기간이 지났는데도 무조건 우기기로 목적을 달성하고야 마는 진상 손님들이 대표적이다. 신세계 영등포점 여성복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직원은 “가장 심한 경우는 특별한 날 구입하고 하루 종일 입고 다니다 그날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라며 “이런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고 토로했다. 지갑이나 가방도 만만치 않다. 신세계 영등포점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직원은 어느 날 고객에게 “가방색상 중 갈색이 있느냐”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색상이 다 떨어져 “갈색이 없다”고 응대했지만, 그 손님은 기어이 찾아와 “멀리서 왔는데 물건이 왜 없느냐”며 돌아갈 차비를 요구했다고 한다. 판매직원은 “하도 우기는 바람에 2만 원을 쥐어줄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손님은 전국 백화점마다 돌아다니며 그런 수법을 벌였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백화점 1층에 있는 메이크업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샘플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진상 축에 끼지도 않는다.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근무하는 한 판매직원은 “맨얼굴로 왔다가 물건을 사려는 시늉을 하며 풀 메이크업을 받고 그냥 가는 고객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백화점 판매 직원들은 반말, 욕설, 폭행 등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진상 손님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우울증 약을 먹는 등으로 버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감정노동연구소 김태흥 대표는 “국내 백화점에서는 너무 과도하게 서비스를 요구하는 바람에 판매 직원들이 인격적 살인을 느낄 만큼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피할 수 있는 권리인 ‘감정노동방어권’이라는 개념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