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국과 미국은 형사·사법 공조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사와 관련해 양국 간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다. 양국은 형법상 ‘속지주의’(자국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자국 형법을 적용함), ‘속인주의’(자국 영역을 불문하고 자국민에게 자국 법을 적용)를 모두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윤 전 대변인이 미 경찰의 수사를 받는 것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윤 전 대변인이 한국인인 데다 국내로 입국했기 때문에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 경찰에게도 수사 관할권이 있다.
하지만 국내 현행법상 성추행은 친고죄이므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를 통해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이 점을 감안하면 피해여성이 한국 경찰에 직접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수사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의 성추행은 수사관이 혐의를 인지할 경우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사대상에 오르게 돼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위력행사나 성폭행 등이 가미되는 등의 죄질이 무거운 사안이라면 미국 수사기관이 계속 수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 당국은 확실한 수사를 위해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윤 전 대변인의 신병을 넘겨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할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성립된다면 전직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에서 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편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는 성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성범죄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가해자와 합의를 통해 고소를 취하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합의를 했다하더라도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 여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별도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미국 경찰에 신고된 윤 전 대변인의 이번 성추행 혐의는 손으로 움켜쥐는(Grabbing) 행위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으로 몸을 만지거나 손을 대는 것에 해당한다. 뉴욕에서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성범죄 형량을 결정하지만, 대부분의 성범죄자를 ‘클래스 D’ 등급의 중범죄자로 보고 최소 1~2년, 최대 7년의 형량을 판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해 사건이 성립될 경우 ‘폭행 또는 협박을 통한 강제추행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