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록이 속한 문제의 C 사는 주로 원자로나 발전기에 사용되는 제어밸브를 생산,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몰록은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이 회사의 재무담당 이사로 재직하며 2003년부터 2006년에 걸쳐 총 62만 8000달러에 이르는 ‘뇌물 투하’를 진두지휘했다. 몰록과 그의 부하직원들이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진술한 외국 업체들은 중국 국영 에너지업체인 페트로차이나와 지앙수(江蘇) 원자력주식회사, 한국의 KHNP(한수원), 루마니아의 루비나리 전력,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프코 등이다.
미국 법무부는 관련 문서에서 수뢰 업체들과 함께 ‘해당 기업들의 부사장들, 기술담당 임원, 이사진, 구매담당자들은 수수료(Commission)를 받은 뒤 C 사가 계약을 따낼 수 있게 만들거나 C 사가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도록 기술규정을 만드는 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는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의 누가 얼마만큼의 뇌물을 받았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2004년 4월 21일, 몰록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은행 계좌를 이용, 한국 내 KHNP 직원 통장으로 5만 7658달러(약 7983만 원)를 송금했다’는 항목을 적시했다. 여러 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뇌물 사건 중 왜 하필 한수원 사례만 별도 항목으로 밝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몰록이 한수원에 뿌린 뇌물 액수가 가장 크기 때문에 대표적 탈법 사례로 예시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가능하다. 몰록은 조사가 모두 끝난 뒤 올 7월 10일 법원 선고를 받을 예정인데 현재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최대 징역 5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한편 몰록에 앞서 지난해에는 같은 C 사 소속 마리오 코비노라는 인물이 몰록과 비슷한 범죄를 저질러 이미 기소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이탈리아계인 코비노는 몰록처럼 외국 국영기업에 모두 100만 달러(약 13억 8450만 원)를 뇌물로 뿌리며 거래 관계를 유지했다.
코비노는 신규사업팀을 이끌며 해외 30여 개국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기존 원자로나 발전소가 너무 오래돼서 새로 지어야 하거나 노후 밸브 중 일부를 교체해야 할 경우 입찰에 참가해 수주를 따내는 게 코비노의 주 업무였다. 코비노는 치열한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기름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코비노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외국 업체들은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 기업이다. 코비노 역시 몰록처럼 지난 1월 8일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플리바게닝 문서에 서명을 했으며 몰록에 이어 7월 20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몰록과 코비노가 저지른 행위는 ‘해외부패방지법’에 저촉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선물의 대가성 여부, 선물과 금품수수에 대해 각국이 가지는 문화적 인식이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으로 기업들을 단속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