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이 재특회 회장
일본 극우단체들의 한국인에 대한 모멸적인 언동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그들은 2009년부터 정기적으로 혐한 시위를 개최해 재일교포들의 신변을 위협해 왔다. 특히 작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시위는 급격하게 악질화됐고, 우익 성향의 아베 신조 총리 집권으로 더욱 힘을 얻는 양상이다.
혐한 시위를 이끄는 대표적인 단체는 바로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다. 이들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도쿄 신오쿠보, 오사카 쓰루하시 등에서 시위를 하면서,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조선인을 목매달아 학살하자”라는 섬뜩한 표현을 마구 뱉어내고 있다. 이들의 과격한 행동은 재일 교포뿐만이 아니라 보통의 일본인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2006년 12월 2일 창립된 재특회는 사쿠라이 마코토(櫻井 誠·40)가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1만 20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독보적인 극우단체다. 일본 전국에만 34개의 지부가 있을 정도. 회원들의 연령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대부분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프리타(프리 아르바이터)이거나 사회 불만세력으로 알려졌다.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넷우익’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9월 재특회 등 우익 네티즌 단체 회원 약 200명이 도쿄 중심가에서 ‘한일 국교 단절’ 등을 주장하며 혐한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등 사회 불만에 대한 화풀이를 애먼 한국인에게 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김태희 퇴출 시위를 주도한 단체도 역시 재특회였다.
재특회가 가장 크게 이슈화됐던 사건은 지난 2009년 12월에 일어났다. 그들은 교토에 있는 조선제1초등학교 앞에서 “조센진(한국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들은 밤길 조심해라” “조선학교를 부숴버리자”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렸다. 결국 주모자 4명은 시설물을 파괴하고 수업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교토지방재판소는 재특회에 대해 해당학교 주변에서 활동하지 말라는 임시 처분을 내렸으며, 이를 어길 경우 하루에 100만 엔(약 1천 100만 원)을 학교 측에 지급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재특회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는 후쿠오카 출신으로 고교를 졸업한 후 비정규직을 전전했던 인물이다. 과격한 우익 논객으로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다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케이스다. 언제나 그는 일장기나 욱일승천기 등을 시위에 활용하고, 애국심이란 이름으로 교묘하게 혐한을 부추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재특회를 ‘어리고 직업 없는 순진한 사람들이 사쿠라이 마코토의 글에 세뇌당하고 있는 허울뿐인 단체’라고 비난한다. 실제로 재특회 회원 다수는 인터넷을 통해 사쿠라이의 글을 접하고,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재특회의 혐한을 반대하는 시위 모습.
인터넷에서 지지를 모으는 재특회는 모금운동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데, 연간 1000만 엔(약 1억 1000만 원) 이상의 모금액을 자랑한다. 만약 시위로 주목을 끈다면 모금은 더 쉬울지 모른다. 이것이 재특회의 계략이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재특회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혐한 시위에 대한 일본인들의 자발적인 성토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오쿠보 혐한 시위 현장에는 ‘한국과 일본 사이좋게 지내자’ ‘차별 금지’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혐한을 반대하는 또 다른 시위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일본을 떠나야 할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재특회 회원”이라며 혐한 단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7일에는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민주당 의원 등을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이 모여 ‘차별주의자·배외주의자 시위에 항의하는 국회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인종이나 국적을 문제 삼는 ‘혐오 발언’에 대해 법적 규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증오연설)는 인종이나 국적, 성별 등 특정한 그룹의 사람들을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파괴시킬 목적으로 악의적인 증오심을 부추기는 선동 행위를 일컫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헤이트스피치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고 여겨 규제하고 있으며, 처벌 대상이 된다.
독일은 시위나 집회에서 특정한 집단을 모욕하는 행위를 민중선동죄로 규정하고 5년 이상의 금고형에 처하고 있다. 영국 역시 7년의 징역형, 프랑스에서도 벌금형이 적용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규제가 딱히 없다. 명예훼손이나 모욕, 협박죄는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국적이나 민족 등 불특정 집단에 대한 언행이나 행동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만약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가 없어지지 않으면 국제적인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