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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기업 가운데 비교가 가능한 30개사(지주회사, 금융사, 감사보고서 미제출기업 제외)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2007년 말 평균 111.16%에서 2008년 말 현재 평균 146.77%로 35.60%포인트(p)나 늘어났다. 간단히 말해 현재 이들 기업은 평균적으로 자본보다 빚이 46% 이상 많다는 뜻이다.
특히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두 자릿수의 부채비율 증가세를 보였다. 또 경기침체로 물건이 팔리지 않으면서 이들 기업들의 재고자산도 급증했다. 2008년 말 현재 30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2007년 말보다 34.08%p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고유가가 지속됐지만 석유 수요 감소와 환율 역시 뛰면서 에너지업종들이 타격을 입었다. SK에너지의 경우 고도화 설비 등 시설투자를 한 데다 환율 폭등, 외화부채 비중 증가 등의 여파로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SK에너지는 2008년 말 현재 부채비율이 206.95%(자본 7조 3156억 원, 부채 15조 1399억 원)를 기록, 2007년 말 153.81%보다 53.14%p 늘어났다.
SK에너지는 재고자산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SK에너지의 재고자산은 2007년 말 2조 7141억 원에서 2008년 말 현재 3조 1534억 원으로 1년 사이 16.18% 늘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부분에서는 665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5년 만에 분기 첫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전반기는 고유가가, 하반기에는 고환율이 영향을 미치면서 부채비율이 뛰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료에 유가 반영을 미룬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의 부채비율은 2007년 말 49.08%에서 2008년 말 63.34%로 14.26%p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은 자산(40조 9389억 원)이 부채(25조 9292억 원)보다 많다는 점에서 강한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 당시 태양광업체의 선두주자로 주식 투자자들을 설레게 했던 동양제철화학도 지난해에는 부채비율이 30%p 넘게 증가했다. 동양제철화학의 부채비율은 2008년 말 현재 149.88%(자본 1조 2355억 원, 부채 1조 8519억 원)를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동양제철화학 주가는 25만 1000원에서 22만 원으로 12.35% 하락했다.
특히 얼마 전에는 모건스탠리에서 태양광발전용 폴리실리콘 수요 감소를 전망하며 동양제철화학의 목표가를 32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낮췄다. 반박도 있지만 녹색성장의 대세가 태양광에서 풍력으로 넘어갔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의 재고자산이 급증한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의 2008년 말 현재 재고자산은 1923억 원으로 2007년 말보다 무려 51.85% 증가했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가장 기초 산업에 속하는 제철업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업계 2위인 현대제철은 부채가 지난 2007년 4조 7841억 원이었으나 2008년 말에는 6조 9104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118.16%에서 143.10%로 뛰었다. 재고도 쌓이면서 현대제철의 재고자산은 같은 기간 1조 1553억 원에서 1조 7115억 원으로 5562억 원(48.15%)이나 증가했다.
포스코는 부채비율 증가율을 한 자릿수에 묶어놓기는 했지만 재고자산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2007년 24.44%에서 2008년 33.29% 증가해 8.85%p 늘어난 반면 재고자산은 2007년 3조 2212억 원에서 2008년 말 6조 4156억 원으로 99.16%나 증가했다. 워낙 안정된 기업이어서 큰 문제는 없겠지만 재고자산 급증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국내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와 IT의 부진도 눈에 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지난 한 해 가장 부진했다.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2007년 말 61.59%에서 2008년 말 77.90%로 16.31%p 늘어났다. 재고자산 역시 같은 기간 6805억 원에서 8815억 원으로 29.52%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년 사이 부채비율을 1.71%p 줄이며 안정된 재무실적을 거뒀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재고자산 비율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3조 3378억 원에서 3조 8177억 원으로 14.38% 증가했다. 삼성전기는 1년 동안 부채비율이 1.27%p 늘어났고 재고자산은 10.77%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부채비율과 재고자산이 모두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1년 동안 부채비율이 각각 1.14%p, 15.88%p 늘어났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부채비율이 169.14%까지 증가, 부채가 자산보다 70% 가까이 많았다. 재고자산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2007년 말 1조 4489억 원보다 24.85% 증가한 1조 8090억 원을 기록했고 기아자동차 역시 재고자산이 8801억 원에서 1조 278억 원으로 16.78% 늘어났다.
내수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의 경우 부채비율이 2007년 말 148.53%에서 2008년 말 현재 161.88%로 13.35%p 늘어났고 재고자산 역시 2132억 원에서 2943억 원으로 38.01% 증가했다.
조선업계의 부채비율과 재고자산도 크게 늘어났지만 이는 선박을 건조하기 전에 받은 선수금을 부채로 잡는 조선업계 관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말 483.48%이던 부채비율이 2008년 말에는 1022.33%까지 늘었고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368.20%에서 671.50%로 뛰었다.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해서 2008년 말 현재 부채비율이 351.82%로, 2007년 208.36%에 비해 증가했다. 조선업체들의 재고자산도 늘어나 삼성중공업은 재고자산 증가율이 149.03%, 현대중공업은 102.22%, 대우조선해양은 66.46%를 기록했다.
분석 대상 30개 기업 가운데 에쓰오일 현대모비스 삼성SDI 셋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부채비율을 낮춘 것은 물론 재고자산까지 줄이는 안정된 경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에쓰오일은 부채비율이 138.47%에서 125.58%로 떨어졌고, 재고자산 역시 18.23%나 감소했다. 현대모비스와 삼성SDI는 부채비율이 각각 16.03%p, 10.20%p 줄었고, 재고자산 역시 0.75%, 37.79% 감소했다.
이의순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