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대 건설사 대표이사가 고려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왼쪽부터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허명수 GS건설 사장. <꽃보다 남자> 주인공과 합성 사진. | ||
현대건설은 지난 17일 주주총회를 통해 김중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김중겸 신임 사장은 지난 2월 사장 후보로 내정됐을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함께 재직한 것은 물론 이 대통령의 고대 동문이란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이로써 국내 빅4 건설사 대표이사가 모두 고대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건설도급순위 1위 업체 대우건설의 서종욱 사장은 이 대통령의 고대 경영학과 후배이며 2위 삼성물산 이상대 대표이사 부회장은 고대 정외과, 3위 현대건설의 김중겸 사장은 고대 건축공학과, 그리고 4위 GS건설의 허명수 사장은 고대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이상대 부회장은 1947년생이다. 올 초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 61세 이상 대부분이 퇴진한 가운데 삼성물산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단연 주목을 받았다. 1946년생임에도 삼성중공업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징완 부회장 역시 고대 사학과 출신인 터라 ‘고대 효과’라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그밖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건설도급순위 15위) 회장도 고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최근 각 건설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선임되거나 선임 예정인 주요 건설사 사내 등기이사 명부에도 고대 출신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김중겸 신임 사장과 함께 현대건설 사내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된 정옥균 경영지원본부장은 고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과 후배가 된다. 사내이사진에 새로 합류한 박영호 전 우리은행 카드사업본부장은 고대 정외과를 나왔다. 한라건설 사내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된 이은시 토목사업본부장은 고대 토목과 출신이다.
신규 사외이사 진용도 예외는 아니다. 대우건설은 김세호 전 건교부 차관과 박송하 전 서울고등법원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고대 정외과 출신 김 전 차관은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며 고대 법학과 출신 박 전 법원장은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다. 이들의 신규 선임은 건설업계의 법조인맥 강화 의도로 풀이되기도 한다. 그밖에 코오롱건설은 이 대통령 고대 경영학과 후배인 전보식 전 하나은행 부행장보를 감사(상근)로 신규 선임했다.
임기가 만료된 고대 출신 사내·외이사들이 대거 재선임된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고대 경영학과 출신인 대림산업의 김익수 고대 경영학과 교수와 현대산업개발의 지청 고대 경영대 명예교수가 대표적 사례. 김익수 교수는 현대중국학회 회장과 전경련 차이나포럼 경제분과위원, 고대 중국학연구소 중국경제연구실장을 지낸 중국통이다. 지청 교수는 재경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동부건설은 고대 신방과 출신 김호기 삼정회계법인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 부회장 경력에 비춰 동부 측이 세무당국과의 관계 또한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고대 상과대학을 나온 삼성물산의 박내회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도 사외이사 재선임을 받았다.
이 같은 건설업계의 고대 약진 현상은 현직 대통령과의 동문이란 점과 더불어 현 정부의 건설경기 진작을 통한 경제난 극복의지와 맞물려 해석되곤 한다. 토목·건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수뇌부도 고대 출신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대 정외과 출신이며 최장현 제2차관은 이 대통령의 고대 경영학과 후배다. 경기극복을 위한 대형 국책사업 수주를 용이하게 하고자 건설사들이 앞 다퉈 고대 인맥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고대 출신과 더불어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의 건설업계 진출 러시도 이뤄지고 있다. 두산중공업(건설도급순위 14위)에서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회선 전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은 현 정부에서 국정원 2차장을 지냈다. 김회선 전 차장은 지난해 8월 11일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직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등과 함께 이른바 ‘KBS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것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대우건설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지난해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인천 서·강화 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친이’(친 이명박) 계열인 이 전 국장은 공천경쟁에서 ‘친박’(친 박근혜) 계열 중진 이경재 의원을 물리쳐 화제를 낳기도 했다. 대림산업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신정식 건국대 석좌교수는 저탄소녹색성장국민포럼에서 녹색성장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포럼은 현 정부가 새로운 국가발전 방안으로 제시한 저탄소녹색성장 전략에 대한 입법 및 정책 사안을 연구하는 단체다.
경남기업 사내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된 김호영 경남기업 사장은 이 대통령이 ‘샐러리맨 신화’를 쓴 현대건설 출신이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 공채로 1973년 입사해 2004년 현대건설 해외담당 부사장까지 지냈다. 그밖에 최영호 한나라당 상근전략기획위원은 쌍용건설 신규 감사(상근)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한편 은행권 출신 인사들도 건설사들의 신규 사외이사로 대거 선임돼 시선이 쏠린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올 초 부실 정밀심사까지 받은 건설업계가 은행권과의 교감 높이기에 나선 셈이다. 특히 우리금융 출신 인사들의 사외이사 진출 사례가 두드러진다. 이 대통령 측근이자 고대 법학과 출신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취임한 이후로 ‘현 정권하에서 우리금융 출신들이 잘나간다’는 평가가 나돌기 시작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은 우리금융에서 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을 지낸 인사들이다.
GS건설이 최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 이덕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은행장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임과정에서 이팔성 회장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공희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대림산업 사외이사직과 한라건설 감사(상근)직에 신규 선임됐다. 이 전 부행장은 우리은행에서 기업영업본부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밖에 고대 정외과 출신 박영호 전 우리은행 카드사업본부장도 얼마 전 현대건설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