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자(사배자)로 입학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정황이 드러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28일 KBS와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아들은 교과성적 미달로 영훈국제중 합격이 불가능했지만 학교 심사위원들의 심사 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해 합격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영훈중학교는 신입생 선발을 위해 교과성적을 보는 1차 시험(객관적 영역)과 담임추천서와 자기개발계획서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2차 시험(주관적 영역)을 시행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영훈국제중에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한 신입생은 모두 16명으로 이중 3명은 1차 시험만 보면 합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인 2차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각에서는 주관적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한 3명의 학생 중에 이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됐고, 이들 3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학생들의 평가점수를 감점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회 모 교육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대상자 합격자를 조사한 결과 이 부회장의 아들이 낮은 교과 성적에도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권에 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해 이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편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영훈중학교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후 영훈중학교 관계자 자택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자료를 분석한 뒤 학교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일 영훈중학교의 입시비리 의혹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학교 교감 등 관계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논란과 관련해 삼성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박스> 특목고 진학률 10배...국제중학교는 어떤 곳?
국제중학교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일반 중학교와는 달리 국제관련 교과 수업을 특화해 국어, 국사 등 일부 교과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특성화 중학교다.
지난 1998년 부산국제중학교가 처음 개교한 이래 지금까지 경기 가평의 청심국제중학교, 서울 광진구의 대원국제중학교, 영훈국제중학교까지 전국에 모두 4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합격한 영훈국제중학교는 광진구의 대원국제중학교와 더불어 지난해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신생 국제중학교다. 특히 영훈국제중학교는 이 부회장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로 더욱 유명해진 서울 최고의 명문 사립 영훈초등학교와 같은 '영훈학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지난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40% 정도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에 진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영훈국제중학교의 지난해 졸업생 중 61명(39.6%)이 특목고에 진학했다. 이는 서울지역 일반 중학교의 평균 특목고 진학률(3.2%)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현재 영훈중학교의 신입생 입학전형제도를 살펴보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크게 경제적 배려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대상자로 나뉜다. 이 중 이 부회장의 아들이 선택한 전형은 비경제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의 자녀, 북한이탈주민 또는 그 자녀 등 13가지 지원요건 가운데 첫 번째인 '한부모가족지원법' 제4조 제1~5호에 따른 아동에 해당해 입학이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설립당시부터 지난 2010년도까지는 한부모 가정 자녀라 할지라도 '저소득자'에 해당할 때만 선발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1년도부터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이 경제적 배려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대상자로 나뉘면서 한부모 가정 자녀 요건에 '저소득' 조건이 빠지면서 이 부회장의 아들 역시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해당 돼 입학하게 된 것이다.
삼성 측이 이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중학교 입학이 절차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적극 해명에 나선 것도 이러한 조항 때문이다. '특혜' 논란이 일자 삼성 측은 ”학교 측이 제시한 정식 전형과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지원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자손이기 전에 '부모의 이혼'이라는 정서적 아픔을 겪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다. 오히려 이번 일로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해명한 바 있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