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로니컬한 것은 마크 폴리가 아동 성학대에 대한 법안 상정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2006년 9월 ABC 방송사는 당시 플로리다의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던 마크 폴리가 10대의 페이지에게 보냈던 이메일을 공개했다. 2005년에 보낸 이메일로 페이지에게 사진을 요구하고,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은지를 묻는 ‘평범한’ 내용도 있었지만 섹슈얼한 암시가 담긴 이메일도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폭로는 미국 정치계에서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았지만, 의외로 마크 폴리 의원은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의원직에서 사임했다. 9월 29일의 일이었다.
의원직을 포기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사임 다음 날인 9월 30일부터 그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가 봇물 터진 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명의 전직 페이지들은 2002년에 마크 폴리에게 오럴 섹스를 요구하고 발기된 성기 사진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너 명의 다른 페이지들도 음탕한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는 증언을 했다.
페이지에 대한 마크 폴리의 성 추행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페이지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떠도는 비밀 같은 것이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면서 실제적인 육체적 추행이 있었다는 증언들이 등장했다. 사적인 시간에 불러내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데이트를 즐기는 건 귀여운 수준. 콘도로 불러서 피자를 함께 먹자고 했던 것까지도 괜찮았다. 어떤 페이지는 폴리가 호텔 룸으로 불러 “다리를 계속 어루만졌다”라고 말했고, 2000년에 의원 집무실에서 성관계를 가졌다는 한 페이지의 증언이 급기야 <LA타임스>에 실렸다. 마크 폴리는 10대 남자의 풋풋한 육체를 탐하는, ‘색마 중년남’이 돼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인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10대 인턴 ‘페이지’들의 모습.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갑자기 사건은 과거 폴리에게 성추행을 가했던 신부로 포커스가 옮겨졌다. 결국 실명이 밝혀졌고, 당시 69세였던 앤서니 머시어카 신부는 언론의 표적이 되었다. 그는 몇몇 인터뷰에 응하며, 마크 폴리가 13세 때 처음 만났다고 했다. 머시어카 신부는 폴리를 나체 상태로 만든 후 온몸을 어루만졌으며, 종종 함께 나체로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건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행동이었으며 일종의 ‘형제애’가 아니겠느냐고 강변했다. 폴리와의 관계가 폭로된 이후, 머시어카 신부에게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속출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마크 폴리가 학대 아동이나 실종 아동들을 위한 위원회의 의장이었으며, 아동 성학대에 대한 법안 상정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난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의 진실이 드러난 뒤 공화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결국 갖은 악재에 시달리던 공화당은 11월의 중간 선거에서 패배했으며, 마크 폴리의 지역구에선 민주당의 팀 마호니가 당선되었다.
더욱 아이로니컬한 건 폴리의 스캔들로 승리를 거둔 팀 마호니도 섹스 스캔들로 나가 떨어졌다는 것. 2008년 10월 ABC 뉴스는 마호니가 과거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한 여성과 장기간 불륜 관계였으며 그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12만 달러로 몰래 합의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마호니는 결국 자신의 부정은 인정했고 아내와 이혼해야 했으며, 재선에 실패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