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장 후보인 앤서니 와이너가 지난 5월 23일 선거유세 중 취재진에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2011년 트위터를 통해 여성 팔로어들에 외설사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AP/연합뉴스
2년전이었다. 민주당 소속의 뉴욕 하원의원이었던 앤서니 와이너는 2011년 5월 27일 자신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사용해 시애틀에 사는 21세의 한 여대생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다. 트렁크 팬티를 입고 있는 남성의 하반신 사진이었는데, 그 ‘실체’가 드러나진 않지만 트렁크 아래엔 발기된 페니스가 있는 게 분명한, 불룩한 팬티가 드러난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그녀의 팔로어들에 의해 퍼지게 되었고 이에 와이너는 트위터와 링크된 와이프로그(yfrog)에서 그 사진을 삭제했다.
하지만 그 스크린 샷까지 지울 순 없는 일. 댄 울프라는 사람이 캡처한 이미지는 유명한 보수주의 정치 블로거 앤드류 브라이트바트에게 전해졌고, 다음 날인 5월 28일에 그 문제의 사진은 브라이트바트의 사이트에 올랐다.
앤서니 와이너에겐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고, 그는 인터뷰마다 그 사진은 자신이 보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음모론을 제기했다. 반대파가 정치적 음해를 목적으로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의 말엔 확신이 차 있었고 자신의 사진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며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꽤 심각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이너가 경찰이나 FBI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사적으로 보안업체에 의뢰했다”며 “범죄라기보다는 장난에 가깝게 생각한다”며 대범한 척했다.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할 정도로 비분강개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해결 방식이었다.
와이너의 인터뷰를 접한 진보 성향의 저널리스트들은 브라이트바트를 공격하며 민주당의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인 와이너에 대한 보수파의 정치적 공세로 몰아갔다. 하지만 6월 6일 브라이트바트의 사이트엔 또 한 장의 사진이 포스팅된다. 텍사스에 사는 미건 브루사드라는 26세 여성이 와이너에게 받은 사진이었는데, 한 남자의 말랐지만 탄탄한 상체 근육 사진이었다. 트리밍이 되어 얼굴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와이너라는 걸 짐작하긴 어렵지 않았다. 결국 와이너는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나 자신과, 나의 가족과, 나의 동료들과, 나의 친구들과, 나의 조력자들과 미디어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그는 5월 27일에 유출된 사진도 자신의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와이너가 여성 팔로어에 보낸 자신의 상체 사진. AP/연합뉴스
증인석은 포화 상태로 치달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블랙잭 딜러를 하고 있는 리사 와이스라는 40세 여성과 포르노 배우인 진저 리 등이 앤서니 와이너와 성적인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국회의원과 음란 채팅을 한 포르노 배우’로 부각될 기회라고 생각했던 걸까. 진저 리는 6월 15일에 아예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사건 초기인 6월 2일 와이너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전화를 걸자 와이너가 “조용히 있으면 잠잠해질 문제”라며 “자신의 PR팀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치어리더 코치인 낸시 노블스라는 여성도 와이너의 ‘섹스 팔로어’였는데, 그녀는 아예 <투데이 쇼>에 출연해 와이너와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회 차원의 조치가 없을 순 없었다. 6월 6일에 하원의 공화당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는 윤리위원회에, 혹시 공적인 부분이 개입되었는지 혹은 의회법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조사를 요구하며 와이너에겐 자진 사임을 요구했다. 와이너의 민주당 동료들은 ‘SNS 노출증 환자’가 돼 버린 동료가 부담스러웠고, 민주당 원내대표인 에릭 캔터도 와이너가 하원의원 자리를 내놓기를 요구했다.
결국 2011년 6월 16일 민주당 하원의원 앤서니 와이너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와이너는 한동안 트위터를 끊었지만 작년 11월부터 다시 계정을 열었고, 올해 뉴욕시장 출마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여론 조사 결과는 매우 부정적. 절반 이상이 “돌아올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으로, 와이너의 부적절한 행동은 아직 시민들의 ‘정서적 공소시효’ 안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