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가 때이니 만큼... 비상경제상 황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한 이명박 대통령. 당초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었으나 연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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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윤진식 경제수석이 이 대통령에게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격주로 하자는 건의를 했다가 “지금이 그럴 때냐”며 일언지하에 퇴짜를 맞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비상경제상황실 운영에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은 폐지할 경우 자칫 ‘경제위기가 끝났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긴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금 정부는 아직도 비상경제체제”라고 진단한 뒤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면서 “금융관계 부처들이 추진상황을 월 1회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경제 회복 예상 시점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면 올해 들어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자 오히려 다시금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장밋빛 공약으로 인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경험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비록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7ㆍ4ㆍ7(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 도약), 주가지수 3000포인트 돌파 등 희망찬 공약 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때문에 지표가 아니라 실제 손에 잡힐 정도로 경제가 좋아지기 전까지는 지금의 ‘긴장 모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함께 좋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는 물론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값이 급등하는 등 최근 돈이 너무 많이 풀려 과잉 유동성 후유증이 나타날 정도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현장에서 듣는 서민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7일 라디오·인터넷 대담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위기가 닥치면 제일 먼저 고통 받는 게 서민”이라며 “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하는 사람들이 경기가 회복되면 빨리 혜택을 보는데, 서민들은 늦게 혜택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청와대가 지금까지 공직자들의 골프를 공식적으로 금지한 적이 없는 만큼 골프 자제령을 해제한다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골프 자제령이 없었기 때문에 골프 해제령도 없다는 논리다. 이는 눈치 빠른 공직자들에겐 사실상 ‘골프 자제령의 유지’로 해석됐다.
골프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지금 이 시점에 골프를 치는 수석이나 비서관은 없겠지만…”이라고 말해 ‘자제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골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불안하고 서민경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국민정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골프 자제령을 재차 확인했다.
골프 자제령의 해제는 올 들어 경제 위기의 급한 불이 꺼지면서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고 이 대통령은 역시 이번 여름휴가나 다른 계기를 이용해서 골프 라운딩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검토 선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제지표와 서민 체감경기의 괴리감이 커지면서 경제수석실의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말함에 따라 하반기에도 재정집행을 지속할 예정이지만 실탄도 부족하고 역풍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올해 재정지출 규모의 약 65%를 집행했기 때문에 하반기에 집행할 수 있는 재정이 상반기에 훨씬 못 미친다. 때문에 경제부처에서 이를 뒷받침할 세수를 늘리기 위해 담배, 소주 등의 세금을 올리는 등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여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상속세와 증여세 인하,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을 추진하면서 ‘부자 감세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기 때문이다. 뒤늦게 부자 감세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부산을 떨고 있지만 한 번 덧씌워진 이미지가 쉽게 벗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증세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뒤늦게 기업들의 투자를 채근하기 시작했지만 기업들이 그동안 보여준 ‘정중동’ 행보를 감안하면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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