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소설의 매력에 빠진 브래드 피트는 그가 세운 ‘플랜B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영화를 제작하길 원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끄는 ‘아피안웨이 프로덕션’과 판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만큼 열정을 쏟았다.
원작 소설 <세계대전Z>는 이미 좀비와의 싸움이 끝난 생존자들을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좀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진 상황을 통해 국가 권력자와 군부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또한 여러 나라와 다양한 인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논리적으로 국제정세의 민감한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다.
영화 <월드워Z>에서는 진지한 풍자와 국제정세보다는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더 집중했다. 영화 속 긴장감과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시점을 주인공 ‘제리’(브래드 피트 분)의 시선으로 고정하고 소설 속에서 과거로 나왔던 끔찍한 상황을 현재로 설정했다.
영화 속에서는 과거 좀비 영화에서 나오던 잔인한 장면들보다 쫓고 쫓기는 액션이 주를 이룬다. 특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광장에서 수많은 인파가 좀비에게 쫓기는 장면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을 좀비들이 몸을 겹치며 기어오르는 장면, 2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 등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하지만 역시 장편 소설을 2시간 분량으로 압축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이러스 연구자가 한국 평택 미군기지에 갔다가 실수로 사망해 제대로 연구도 못하고 떠나는 장면과 연구실에서 좀비를 물리칠 방법을 구한 뒤 갑자기 펩시콜라를 마시는 장면 등 실소를 짓게 하는 빈틈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게다가 좀비영화에서 볼 수 있는 밋밋하고 뻔한 결말은 보는 이들을 맥 빠지게 할 정도다.
독특한 점은 좀비들의 행동과 옷차림 등에 신경 썼다는 제작진의 설명대로 좀비들의 표정과 연기가 남다르다. 한마디로 스토리상 밀도는 떨어지지만 스케일이 큰 좀비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괜찮은 영화일 듯싶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