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은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에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면 누구를 만나는지, 연예인들이 카메라 밖에서 누구와 함께 밥을 먹고 놀러 다니는지는 항상 대중의 관심을 끈다. 사정이 이러한데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이 함께 만나면 팬들의 호기심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방송 출연을 통해, 지인의 소개로, 혹은 SNS 등을 통해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은 ‘마당발’ 스포츠 선수들의 인맥을 들어봤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한 박지성. 사진제공=SBS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경기장에서 열린 JS파운데이션(박지성재단) 주최 제3회 아시안 드림컵. 박지성이 이끄는 올스타팀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축구선수들이 아닌 연예인인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의 출연진들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태국 논타부리에서 개최된 제2회 아시안 드림컵부터 2년 연속 경기에 참가하게 됐다. <런닝맨> 멤버들과의 인연은 작년 박지성이 <런닝맨>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낯가림이 심한 박지성은 그동안 수많은 예능 방송에서 러브콜을 보내왔지만 출연을 고사해왔다. 그러나 그는 <런닝맨>에 나가기로 결심했고, 멤버들은 예능에 첫 출연한 박지성을 따뜻한 배려로 대우해줬다.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박지성은 <런닝맨> 멤버들과 방송 후에도 연락하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처럼 방송 출연을 통해서 연예인들과 인맥을 쌓는 스포츠 선수들이 있다. 평소 성격 좋고 붙임성 있기로 소문난 류현진도 <런닝맨>에 출연하며 가수 하하와 친분을 쌓았다. 하하는 지난달 31일 LA를 방문해 류현진과 만난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연예인 야구단에서 활약 중인 배우 오지호도 류현진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KBS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할 당시 박찬호의 소개로 류현진을 만났다”며 “최근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7월에 미국에 한번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류현진과 싸이. 연합뉴스
또한 류현진은 월드스타 싸이와도 각별한 인연을 과시했다. 류현진과 싸이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3년 4월 트위터를 통해서다. 각자 해외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트위터를 통해 대화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돈독한 사이를 보여주던 두 사람의 만남은 미국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1일 류현진 선발 경기에 미국 LA의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싸이는 이날 류현진에게 선글라스를 건넸고, 류현진 역시 등번호 99번이 표기된 다저스 유니폼을 싸이에게 선물했다.
싸이한테는 오랜 기간 친형제처럼 지내는 스포츠 스타가 있었다. 올해 은퇴하며 코트를 떠난 농구선수 서장훈이다. 연세대를 나온 싸이의 아버지가 역시 연세대 농구 선수 출신인 서장훈의 열성팬이어서 친분을 쌓게 돼, 싸이와 서장훈도 15년 전부터 가족같이 지내왔던 것. 이 인연으로 싸이는 서장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바쁜 해외 스케줄 와중에 지난 3월 19일 서장훈의 은퇴식이 열리던 부산 사직체육관을 직접 찾아 그의 은퇴를 축하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전직 야구선수 박찬호와 탤런트 박상원도 20년 가까이 되는 우정을 과시한다. 박찬호와 박상원이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4년. 당시 박찬호는 미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부진한 실력에 마이너리그로 떨어져 위축된 채 잠시 귀국한 상태였다. 그는 한국에서 몸 관리를 위해 호텔 헬스클럽을 찾았고, 그곳에서 만난 이가 박상원이었다. 당시 <여명의 눈동자> 등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연예인인 박상원에게 박찬호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야구 마니아였던 박상원도 기사를 통해 박찬호를 알고 있었다. 둘은 그날의 만남 이후에도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박찬호가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꾸준히 편지와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의형제’ 사이로 발전했다.
둘의 우정은 각별했다. 박상원은 여러 차례 미국으로 날아가 박찬호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박상원은 2009년 한 방송에 나와 “박찬호가 슬럼프를 겪을 때면 내가 2~3일이라도 짧게 시간을 내서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응원을 했다. 그럴 때마다 박찬호가 경기에서 꼭 이겼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찬호도 박상원의 일이라면 발 벗고 도왔다. 박찬호는 지난 2003년 10월 미국에서 극비리에 귀국해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상원의 아들 운동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2005년 12월 11일 박찬호의 ‘결혼 피로연 및 메이저리그 100승 사은회’에 참석한 정준호, 박상원, 차인표(왼쪽부터).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밖에도 2005년 11월 30일 미국 하와이에서 철통보안 속에 진행된 박찬호의 결혼식에도 박상원은 초대돼 갔다. 박찬호는 박상원과의 인연으로 차인표, 정준호, 김승현, 이문세 등과도 친하게 지내며 스포츠계의 대표적 ‘인맥왕’으로 불리고 있다.
왼쪽부터 추신수, 설경구, 박중훈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영화배우 설경구, 박중훈과 친분을 맺게 된 계기는 조금 독특하다. 추신수는 이전부터 주변사람들과 팬들로부터 영화배우 박중훈을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2008년에는 그가 지인을 통해 “박중훈 씨는 오래전부터 팬이었는데 한번 만나 뵙고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만남의 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설경구를 통해서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에 귀국해 있던 추신수는 서울의 한 길거리에서 설경구를 처음 만났다. 설경구와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하게 된 추신수는 그 자리에서 박중훈의 팬이라고 밝혔다. 이에 설경구는 며칠 후 박중훈과 자리를 마련하고는 추신수를 초대해 함께 식사를 했다. 그렇게 인연이 된 세 사람은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내며, 추신수가 귀국할 때마다 함께 만나는 사이가 됐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