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역방송인 KTVU는 1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조종사 4명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보도를 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측은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폭스방송 계열인 KTVU는 이날 정오 뉴스에서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사 내용을 전하면서 조종사들의 이름을 각각 ‘캡틴 섬팅왕(Sum Ting Wong)’ ‘위투로(Wi Tu Lo)’ ‘호리퍽(Ho Lee Fuk)’ ‘뱅딩오(Bang Ding Ow)’라고 보도했다. 이들 조종사 이름이 적힌 자료화면도 내보냈는데 이는 당시 사고 상황을 중국어 억양에 맞춰 비하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방송은 보도 직후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고, 한국교민 등은 보도 내용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시아계 언론인 연합체인 아시안아메리칸언론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사고의 비극을 조롱하고 시청자들을 모욕했다”며 “격렬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NTSB와 KTVU는 오후 늦게 사과성명을 내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NTSB는 “언론에서 이 이름이 맞느냐고 확인 요청을 해왔으며 권한과 책임이 없는 인턴사원이 답을 했다”고 해명했다. KTVU도 “부정확한 이름을 보도한 데 대해 사죄드린다”며 “NTSB 관리가 확인해줬지만 이름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KTVU의 보도는 조종사 4명과 회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해당 방송국과 NTSB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 확산을 예고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